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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닦다가 문득 드는 생각들

malssum 2026. 10. 5.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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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이 가고 시원한 가을이 와서 창을 처다보니 얼룩이 시야를 가린다.

 

창 닦는 기다란 봉 끝에 달린 걸레에 세제 탄 물을 적셔 바르니 창이 불투명해보인다. 고무 주걱으로 긁어 내니 창이 보이지 않고 그 너머의 경치가 보인다. 창의 존재 가치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긁어내도 없어지지 않는 얼룩과 씨름하다 지쳐 창청소 로봇을 샀다. 진공청소기 같은 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기어오르고 기어 내리는 모습이 재미가 있다. 바짝 마른 걸레를 장착했을 때는 주르르 미끄러지는데 걸레에 세정액을 뿌리니 창에서 떨어지지 않고 잘 붙어 다닌다. 이 최첨단의 로봇도 자연의 물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은 없나보다. 

 

창문 닦는 로봇을 보아도 알 수 있듯 중국의 제조업이 곧 한국의 제조업을 뛰어 넘을 것 같다. 한국의 산업이 어찌되려는지 걱정스럽다.

 

로봇으로 청소를 하니 얼룩은 어느정도 지워졌는데 하얀 반점들이 눈에 거슬린다. 수세미로 문지르니 없어지는데 아파트 외벽의 페인트가 빗물에 녹아 나와서 창에 흩뿌려진 탓이다. 세정액을 뿌리고 수세미로 문지르니 하얀 페인트 처럼 변한다. 물걸레로 닦으니 맑은 유리가 드러난다. 아파트 동대표 입주민 대표가 외벽 페인트 결정할 때 빗물에 녹지 않는 성분의 페인트를 결정하면 좋겠다. 아마 그런 페인트가 있을 텐데 업자들이 싼 재료를 선택한 탓일테다. 

 

창청소중에 창문을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여닫으니 창문 끄트머리 바람막이 솔에서 흙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창들 바닥에도 시커먼 흙이 가득이다.  바람이 솔을 통과하고 흙은 솔에 걸린 것이다. 걸레를 적셔서 일일이 닦아내니 하얀 창틀이 드러난다. 올겨울에도 내내 닫혀있을 창 바람막이 솔 사이로 깨끗환 공기가 드나들것을 생각하니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아침 저녁으로 깨끗한 창을 바라보는 것이 이렇게 큰 기쁨인 줄 알지 못했다. 오늘도 남은 창들을 닦아야 겠다. 이제 제법 노련해져서 업자처럼 착착 움직이는 내가 대견스럽기 까지 하다..... 

 

2026년 10월 5일 안방에서 베란다 창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