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이야기를 중세시대 이야기로 아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기원전 620년 경에 살았던 그리스 델포이 노예 아이소포스가 지어낸 이야기들이다.
1 좋은 것들과 나쁜 것들
2 독수리와 여우
3 신상 판매상
4 독수리와 쇠똥구리
5 독수리와 갈까마귀와 목자
6 날개 꺾인 독수리와 여우
7 화살에 맞은 독수리
8 나이팅게일과 매
9 나이팅게일과 제비
10 아테나이의 채무자
11 에티오피아 사람
12 고양이와 수탉
13 고양이와 쥐들
14 고양이와 닭들
15 염소와 목자
16 염소와 당나귀
17 목자와 들염소들
18 못생긴 여자 노예와 아프로디테
19 조선소에 간 이솝
20 두 마리의 수탉과 독수리
21 수탉들과 자고새
22 어부들과 다랑어
23 돌을 잡은 어부들
24 피리 부는 어부
25 어부와 큰 물고기, 작은 물고기
26 어부와 농어
27 강물을 때리는 어부
28 물총새
29 마이안드로스 강변의 여우들
30 배가 부풀어 오른 여우
31 여우와 포도송이
32 여우와 가시나무
33 여우와 큰 뱀
34 여우와 나무꾼
35 여우와 악어
36 여우와 개
37 여우와 표범
38 여우와 왕으로 선출된 원숭이
39 자기 가문이 더 훌륭하다고 다투는 여우와 원숭이
40 여우와 숫염소
41 꼬리 잘린 여우
42 사자를 본 적이 없는 여우
43 여우와 도깨비 가면
44 신들을 놓고 언쟁을 벌인 두 사람
45 살인자
46 불가능한 일을 약속한 사람
47 겁쟁이와 까마귀들
48 개미에게 물린 사람과 헤르메스
49 남편과 까탈스러운 아내
50 협잡꾼
51 허풍쟁이
52 흰 머리가 많이 난 남자와 그의 첩들
53 난파당한 사람
54 눈먼 사람
55 사기꾼
56 숯장수와 세탁업자
57 사람들과 제우스
58 어떤 사람과 여우
59 함께 길을 간 사람과 사자
60 사람과 사티로스
61 신상을 박살낸 사람
62 황금으로 만든 사자를 발견한 사람
63 곰과 여우
64 농부와 늑대
65 천문학자
66 왕을 세워달라고 요구한 개구리들
67 이웃으로 살던 개구리 두 마리
68 연못의 개구리들
69 개구리 의사와 여우
70 황소들과 굴대
71 황소 세 마리와 사자
72 소몰이꾼과 헤라클레스
73 북풍과 해
74 소 치는 목자와 사자
75 홍방울새와 박쥐
76 족제비와 아프로디테
77 족제비와 쇠줄
78 노인과 죽음
79 농부와 독수리
80 농부와 개들
81 농부와 그의 아이를 죽인 뱀
82 농부와 독사 (원제: 농부와 얼어붙은 뱀)
83 농부와 그의 아들들
84 농부와 행운
85 농부와 나무
86 서로 불화한 농부의 아들들
87 노파와 의사
88 어떤 부인과 술에 빠져 사는 남편
89 과부와 하녀들
90 과부와 암탉
91 마녀
92 암송아지와 황소
93 겁 많은 사냥꾼과 나무꾼
94 새끼 돼지와 양들
95 돌고래들과 고래들과 피라미
96 대중연설가 데마데스
97 디오게네스와 대머리
98 길 떠난 디오게네스
99 참나무들과 제우스
100 나무꾼들과 소나무
101 전나무와 가시나무
102 샘가의 사슴과 사자
103 사슴과 포도나무
104 사슴과 사자 굴
105 한쪽 눈이 먼 사슴
106 지붕 위의 새끼 염소와 늑대
107 새끼 염소와 피리 부는 늑대
108 헤르메스와 조각가
109 헤르메스와 대지의 여신
110 헤르메스와 테이레시아스
111 헤르메스와 기술자들
112 헤르메스의 수레와 아랍인들
113 내시와 제관
114 원수지간인 두 사람
115 독사와 여우
116 독사와 쇠줄
117 독사와 물뱀
118 제우스와 수치심
119 제우스와 여우
120 제우스와 사람들
121 제우스와 아폴론
122 제우스와 뱀
123 제우스와 좋은 것들이 담긴 단지
124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와 아테나와 모모스
125 제우스와 거북이
126 재판장 제우스
127 해와 개구리들
128 노새
129 헤라클레스와 아테나
130 헤라클레스와 플루토스
131 영웅
132 다랑어와 돌고래
133 돌팔이 의사
134 의사와 병자
135 솔개와 뱀
136 말처럼 우는 솔개
137 새 사냥꾼과 코브라
138 늙은 말
139 말과 소와 개와 사람
140 말과 마부
141 말과 당나귀
142 말과 전사
143 갈대와 올리브나무
144 강물에 똥을 눈 낙타
145 낙타와 코끼리와 원숭이
146 낙타와 제우스
147 춤추는 낙타
148 처음 본 낙타
149 쇠똥구리 두 마리
150 게와 여우
151 새끼 게와 어미 게
152 호두나무
153 비버
154 채소에 물을 주는 원예사
155 원예사와 개
156 키타라 연주자
157 지빠귀
158 도둑들과 수탉
159 배와 발
160 갈까마귀와 여우
161 갈까마귀와 까마귀들
162 갈까마귀와 새들
163 갈까마귀와 비둘기들
164 도망친 갈까마귀
165 까마귀와 여우
166 까마귀와 헤르메스
167 까마귀와 뱀
168 병든 까마귀
169 볏이 달린 종달새
170 붉은부리까마귀와 까마귀
171 붉은부리까마귀와 개
172 달팽이들
173 거위 대신에 붙잡혀온 백조
174 백조와 주인
175 두 마리의 개
176 굶주린 개들
177 개에게 물린 사람
178 손님으로 초대받은 개
179 사냥개와 개들
180 개와 수탉과 여우
181 개와 달팽이
182 개와 토끼
183 개와 푸줏간 주인
184 잠자는 개와 늑대
185 고깃덩어리를 입에 문 개
186 방울 달린 개
187 사자를 뒤쫓은 개와 여우
188 모기와 사자
189 모기와 황소
190 토끼들과 여우들
191 토끼들과 개구리들
192 토끼와 여우
193 갈매기와 솔개
194 암사자와 여우
195 사자의 왕권
196 늙은 사자와 여우
197 갇힌 사자와 농부
198 사랑에 빠진 사자와 농부
199 사자와 여우와 사슴
200 사자와 곰과 여우
201 사자와 개구리
202 사자와 돌고래
203 사자와 멧돼지
204 사자와 토끼
205 사자와 늑대와 여우
206 사자와 은혜 갚은 생쥐
207 사자와 들나귀
208 사냥을 함께 한 사자와 당나귀
209 사자와 당나귀와 여우
210 사자와 프로메테우스와 코끼리
211 사자와 황소
212 미쳐 날뛰는 사자와 사슴
213 생쥐를 무서워한 사자와 여우
214 강도와 뽕나무
215 늑대들과 개들의 전쟁
216 늑대들과 개들의 협상
217 늑대들과 양들
218 늑대들과 양들과 숫양
219 자기 그림자를 보고 거만해진 늑대와 사자
220 늑대와 염소
221 늑대와 새끼 양
222 늑대와 신전으로 피신한 새끼 양
223 늑대와 노파
224 늑대와 왜가리
225 늑대와 말
226 늑대와 개
227 늑대와 사자
228 늑대와 당나귀
229 늑대와 목자
230 배부른 늑대와 양
231 상처입은 늑대와 양
232 등불
233 점쟁이
234 벌들과 제우스
235 양봉업자
236 키벨레 여신의 걸식 제관들
237 생쥐들과 족제비들
238 파리
239 파리들
240 개미
241 개미와 쇠똥구리
242 개미와 비둘기
243 시골 쥐와 도시 쥐 (원제: 들쥐와 집쥐)
244 쥐와 개구리
245 난파당한 사람과 바다
246 청년들과 푸줏간 주인
247 새끼 사슴과 아빠 사슴
248 젊은 탕아와 제비
249 환자와 의사
250 박쥐와 가시나무와 갈매기
251 박쥐와 족제비들
252 나무들과 올리브나무
253 금도끼 은도끼 (원제: 나무꾼과 헤르메스)
254 나그네들과 곰
255 나그네들과 까마귀
256 나그네들과 도끼
257 나그네들과 플라타너스
258 나그네들과 나뭇단
259 나그네와 참말
260 나그네와 헤르메스
261 나그네와 행운의 여신
262 제우스를 찾아간 당나귀들
263 시장에서 산 당나귀
264 들나귀와 집나귀
265 소금 나르는 당나귀
266 신상 나르는 당나귀
267 사자 가죽을 뒤집어쓴 당나귀와 여우
268 말을 부러워한 당나귀
269 당나귀와 수탉과 사자
270 당나귀와 여우와 사자
271 당나귀와 개구리들
272 똑같이 짐을 진 당나귀와 노새
273 당나귀와 원예사
274 당나귀와 까마귀와 늑대
275 당나귀와 개
276 함께 길을 가던 당나귀와 개
277 당나귀와 몰이꾼
278 당나귀와 매미
279 사자 행세를 한 당나귀
280 가시나무를 먹는 당나귀와 여우
281 다리를 저는 체한 당나귀와 늑대
282 새 사냥꾼과 들비둘기들과 집비둘기들
283 새 사냥꾼과 볏이 달린 종달새
284 새 사냥꾼과 황새
285 새 사냥꾼과 자고새
286 암탉과 제비
287 황금 알을 낳는 암탉
288 뱀의 꼬리와 지체
289 뱀과 족제비와 쥐들
290 뱀과 게
291 사람의 발에 밟히는 뱀과 제우스
292 제물의 내장을 먹은 아이
293 메뚜기 잡는 아이와 전갈
294 아이와 까마귀
295 아들과 그림 속 사자
296 도둑 아들과 어머니
297 멱 감던 아이
298 공탁금을 맡은 사람과 맹세의 신
299 아버지와 딸들
300 자고새와 사람
301 갈증 난 비둘기
302 비둘기와 갈까마귀
303 두 개의 자루
304 원숭이와 어부들
305 원숭이와 돌고래
306 원숭이와 낙타
307 원숭이의 새끼들
308 배를 탄 사람들
309 부자와 무두장이
310 부자와 곡꾼들
311 목자와 바다
312 목자와 양들에게 꼬리 치는 개
313 목자와 새끼 늑대들
314 목자와 개들과 함께 기른 늑대
315 목자와 새끼 늑대
316 목자와 양들
317 늑대를 양 우리 속에 넣은 목자와 개
318 양치기 소년(원제: 장난삼아 골탕 먹이기 좋아하던 목자)
319 전쟁과 오만
320 강과 가죽
321 털을 깎이던 양
322 프로메테우스와 사람들
323 장미와 아마란토스
324 석류나무와 사과나무와 올리브나무와 가시나무
325 나팔수
326 두더지와 그 어미
327 멧돼지와 여우
328 멧돼지와 말과 사냥꾼
329 서로 악담하는 돼지와 개
330 벌들과 자고새들과 농부
331 벌과 뱀
332 황소와 들염소들
333 공작과 두루미
334 공작과 갈까마귀
335 매미와 여우
336 개미와 베짱이(원제: 매미와 개미들)
337 벽과 말뚝
338 궁수와 사자
339 숫염소와 포도나무
340 하이에나들
341 하이에나와 여우
342 누가 더 새끼를 잘 낳는지를 놓고 다툰 암퇘지와 암캐
343 대머리 기수
344 구두쇠
345 대장장이와 강아지
346 겨울과 봄
347 제비와 뱀
348 누가 더 아름다운지를 놓고 언쟁을 벌인 제비와 갈까마귀
349 제비와 새들
350 허풍쟁이 제비와 붉은부리까마귀
351 거북이와 독수리
352 토끼와 거북이
353 거위들과 두루미들
354 항아리들
355 앵무새와 족제비
356 벼룩과 격투기 선수
357 벼룩과 사람
358 벼룩과 황소
1. 늑대와 어린양
늑대가 양떼무리에서 떨어진 어린양을 만났어요.
그래서 잡아먹기로 작정했지요.
그래서 그렇듯 한 구실을 대 잡아먹을 생각을 했어요.
늑대가 어린양에게 말했어요.
“어이, 네가 작년에 나 욕했지.”
“정말,”라며 어린양이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전 작년에 태어나지도 않은 걸요.”
그러자 늑대가 “내 풀밭에서 잔디를 뜯어먹었더군.”라고 말했어요.
“아뇨, 선생님,”라며 어린양이 대꾸했어요. “전 아직 잔디를 맛본 적도 없는 걸요.”
늑대가 재차 말했어요.
“내 샘물을 마셨더구나.”
“아뇨,”라며 어린양이 소리쳤어요. “전 아직 물이란 걸 마셔본 적이 없는 걸요, 아직 엄마 젖만 먹고 마시고 있어요.”
그러자 늑대는 다짜고짜 어린양을 움켜잡더니 꿀꺽 잡아먹어버리더니 말했어요.
“네가 내 말에 아무리 논박을 해도, 저녁식사를 내가 마다할 리야 없지.”
악당(원문→폭군)은 언제나 자신들의 악행(원문→폭압정치)에 대해 그럴듯한 구실을 찾는 법이랍니다.
2. 박쥐와 족제비
땅에 떨어진 박쥐 한 마리가 족제비에게 붙잡히고 말았어요.
박쥐는 살려달라고 애원했지요.
족제비가 거절하며 말했어요.
“우리 족제비들은 원래 모든 새들의 적이다.”
그러자 박쥐는 “저는 새가 아니라, 생쥐랍니다.”라고 말하고 증명해보인 후에서야 가까스로 풀려날 수 있었답니다.
그 후 얼마 못가서 그 박쥐가 또 땅에 떨어졌다 이번에 다른 족제비에게 붙잡히고 말았어요.
박쥐는 이번에도 “저를 잡아먹지 말아주세요”라고 탄원했지요.
족제비가 말했어요.
“우리 족제비들은 생쥐들에 특별히 악 감정이 있지.”
그러자 박쥐가 “저는 생쥐가 아니라, 박쥐랍니다.”라고 말하고 증명해보인 보였고, 그런 연고로 두 번씩이나 풀려날 수 있었지요.
이렇듯 누구나 자신의 상황을 봐가며 그때그때 처신해야한답니다.
3. 당나귀와 메뚜기
당나귀가 하루는 메뚜기들의 울음소리(“찍찍”하고 움)를 듣고는 매료된 나머지 자신도 그와 같은 하모니를 내고 싶어 “도대체 무얼 먹으면 너희들처럼 그런 고운 소리를 낼 수 있니?”라고 메뚜기들에게 물어보았지요.
메뚜기들이 대답했어요.
“이슬.”
그래서 당나귀는 그날부터 이슬만 먹고 살다 얼마안가 굶어죽고 말았답니다.
4. 사자와 생쥐
생쥐 한 마리가 얼굴 위를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사자가 자다 깼어요.
벌컥 화가 난 사자가 생쥐를 잡아 막 죽이려던 찰나에, 생쥐가 간절히 자비를 부탁하며 말했어요.
“살려만 주신다면 이 은혜를 꼭 갚을 게요.”
그 말이 웃겨서 사자는 생쥐를 놓아주었답니다.
이 일이 있고 머지않아 사냥꾼들이 놓은 덫에 그 사자가 걸리고 말았어요.
사냥꾼들은 단단한 끈들로 사자는 단단히 묶어놓았답니다.
사자가 포호하는 소리를 그 생쥐가 듣고서 오더니 자신의 이빨로 끈을 갉아먹기 시작해 사자를 다시 풀어주었어요.
생쥐가 외쳤죠.
“제가 도와드린다고 말씀드렸을 때 절 비웃으셨죠, 제게서 도움 받을 일은 없다면서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구해드리잖아요. 이젠 생쥐도 사자님을 구할 수 있다는 걸 아셨죠.”
5. 숯꾼과 빨래집 주인
숯꾼(숯을 굽는 사람)이 자신의 집에서 사업을 시작했답니다.
그러다 한 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요, 그는 빨래집 주인(원문→축융업자. 양털을 직물로 만드는 기술자)이었어요.
그가 마음에 든 숯꾼이 말했어요.
“내 집에 들어와 함께 살자. 그럼 사이도 더 좋아질 거고, 생활비도 절약될 거 아니니.”
그러자 빨래집 주인이 이렇게 응수했답니다.
“저한텐 최악인데요, 제가 형네 집에 들어가 살다가는, 제 빨래 감들이 형 숯들 때문에 금방 새까맣게 변할 거 아니에요.”
끼리끼리 모이는 법이랍니다.
6. 아버지와 아들들
지들끼리 하도 싸우는 아들들을 둔 아빠가 한 분 계셨어요.
격려와 훈계로 아들들의 싸움을 말려도 보았지만 모두 실패하자, 아빠는 실제적인 사례를 보여주자 결심했지요. 분열이 나쁜 사례 말이에요.
그래서 아빠는 아들들보고 각자 나뭇가지 한 묶음씩을 구해오라고 시켰죠.
아들들이 저마다 구해하자, 아빠는 나무 한 단씩을 아들들의 손에 잇달아 안겨주며 부러뜨려보라 시켰어요.
아들들은 있는 힘을 다 해보았지만 그 나무 묶음을 부러뜨릴 수 없었어요.
다음으로 아빠가 나무 한 개씩만 따로 빼내어 한 사람씩 손에 쥐어주며 부러뜨려보라 말했고, 이번엔 아들들도 쉽사리 부러뜨릴 수 있었어요.
그러자 아빠가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아들들아, 너희가 마음을 합치고 서로 돕는다면 너희는 이 나무 묶음처럼 될 수 있다 그럼 누가 너희들을 해코지하려해도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너희가 서로 불열하고 다툰다면 이 나무 막대기처럼 쉽게 부러지고 만단다.”
7. 메뚜기 잡으려다 일낸 소년
메뚜기를 잡으러 나선 소년이 있었어요.
그래서 메뚜기들을 잔뜩 잡았답니다.
그러다 전갈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소년은 그만 그 전갈도 메뚜기라 착각하고서 손을 내뻗어 쥐고 말았어요, 전갈을 말이죠.
전갈이 독침을 드러내며 말했어요.
“나를 건들지만 않았어도, 목숨을 잃지도 그리고 그 많은 메뚜기들을 잃지도 않았을 텐데!”
8. 수탉과 보석
수탉이 자신의 가족과 암탉을 위해 먹이를 찾아 땅을 긁다 그만 보석을 하나 발견하곤 탄식하며 말했어요.
“내가 아니라, 네 원주인이 널 찾았더라면 좋아라하고 귀하게 다루었겠지만, 넌 내겐 전혀 쓸모가 없구나, 차라리 이 세상 모든 보석들보다 지금 당장은 보리알 한 알이 내겐 더 필요하거든.”
9. 사자 왕국
벌판(땅)과 숲의 짐승들이 사자 한 마리를 자신들의 왕으로 모시고 있었답니다.
그 사자는 화를 잘 내지도 그렇다고 잔인하거나 포악하지도 않았죠. 왕이 할 수 있는 가장 온화하고 정의로운 분이셨답니다.
그는 재임기간 중 새와 짐승 모두를 회의에 소집해 동물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안건을 통과시켰답니다.
“늑대든 어린양이든, 표범이든 새끼염소든, 호랑이든 수사슴이든, 개든 산토끼든 이제 모두는 완전한 평화와 친목 속에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 산토끼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어요.
“오, 이 날만을 얼마나 간절히 바래왔던가, 약자가 강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 말이야.”
이후 산토끼는 평생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었다네요.
1 . 늑대와 두루미
목에 가시가 걸린 늑대가 두루미를 찾아가 말했어요.
“보답은 두둑이 할 테니 네 머리를 내 입에 넣어서 가시 좀 빼주렴.”
가시를 뽑아낸 두루미가 약속한 보답을 요구했어요.
그러자 늑대가 자신의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며 이를 갈더니 큰소리로 말했어요.
“흥, 늑대의 아가리(입)와 턱에 네 머리를 집어넣고도 무사히 다시 뺄 수 있었다면 이미 보상은 두둑이 받은 거 아냐!”
아셨죠, 사악한 사람을 도울 땐 절대 보답을 기대해선 안 돼요, 차라리 그 과정에서 해코지라도 당하지 않은 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해야한답니다.
11. 피리 부는 어부
음악에 조예(지식)가 깊던 한 어부가 자신의 피리와 그물을 가지고 해안가로 갔어요.
그물을 아래에 설치한 다음, 돌출된 바위 위에 선 어부는 ‘물고기들이 내 멜로디에 이끌려 그물 속으로 춤을 추며 들어오겠지’라는 기대에 부풀어 몇 곡조 피리를 불었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물고기 한 마리 그물로 들어오지 않지 뭐예요.
그래서 그가 피리를 내려놓고 바다로 그물을 던진 후 끌어올렸더니 엄청난 수의 물고기들이 올라왔어요.
바위 위에서 그물 속에 갇힌 물고기들이 사방으로 팔짝거리며 춤을 춰대는 꼴을 보고 있자니 어부가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지요.
“오, 이 제멋대로인 것들아, 내가 춤을 춰달고 그렇게 피리를 불러댈 동안엔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이제 가만히 좀 있어 달라 비니 이토록 명량하게 춤을 추는 거니.”
12. 헤라클레스와 마부
마부가 하루는 시골 길을 따라 마차를 몰고 가다 그만 수레바퀴들이 웅덩이 속에 깊게 빠지고 말았어요.
시골 마부는 너무 놀라 망연자실해진 나머지 자신의 마차 옆에 서서 멀거니 바라만보고 있다 큰 고함을 치며 “헤라클레스여, 오셔서 저 좀 도와주소서!”라고만 말할 뿐이었어요.
그 말대로 헤라클레스가 직접 나타나긴 했는데 다짜고짜 이렇게 마부에게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저 수레바퀴들을 자네 어깨로 들어보는 시늉이라도 좀 하든가, 아님 황소를 뾰족한 막대기에 꽂아 굽기라도 해보든가 뭔가 하는 시늉이라도 최선을 다해 한 다음에야 내 도움을 청해야할 것이 아닌가. 그러지 않고서는 기도를 아무리 많이 해도 헛수고라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랍니다.
13. 개미와 베짱이
어느 활짝 갠 겨울날에 개미들이 자신들이 여름철에 모은 낟알(곡물)들을 말리고 있었어요.
그때 굶주림에 다 죽어가는 베짱이 한 마리가 지나가다 “먹을 걸 좀 만 나눠주겠니?”라며 빌었어요.
개미들이 베짱이에게 물었어요.
“그럼 넌 여름철에 음식을 모아두지 않고 뭘 한 거니?”
베짱이가 대답했어요.
“놀 시간도 부족하던걸. 매일같이 노래하느라 다 보냈지.”
그러자 개미들이 조롱하며 말했어요.
“여름철 내내 노래나 하고 있을 정도로 어리석다면, 그럼 겨울엔 밥을 거르면서까지 춤만 춰대면 되겠네요.”
14. 여행자와 그의 개
막(이제 막) 여행을 떠나려던 한 여행자가 문 앞에서 쭉 기지개를 펴고 서 있는 자신의 개를 보게 되었어요.
빙정이 상한 그가 말했어요.
“너 왜 거기서 멍하니 서 있는 거니? 너 빼곤 다 준비했다고, 너도 나랑 갈거니 어서 준비해라.”
개가 자신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대꾸했어요.
“오, 주인님! 전 준비 다 되어있었어요. 전 지금 주인님이 준비 끝나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 걸요.”
늦장꾸러기는 자기 잘못은 못 보고 종종 남 탓을 하기 일쑤죠.
15. 개와 그림자
개 한 마리가 입에 고깃점(고기 한 조각)을 물고서 개울 위 다리를 건너다 물 위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서 그게 자기 것보다 두 배가 큰 고깃점을 문 다른 개인 걸로 착각을 하고 말았어요.
그 즉시 개가 물고 있던 고깃점을 떨어뜨리곤 사납게 다른 개에게로 달려들고 말았어요, 그 개에게서 자기 거보다 더 큰 고깃점을 빼앗기 위해서였죠.
그리하여 개는 둘 다를 잃고 말았답니다.
그가 물로 뛰어들어 왈칵 붙잡은 건 그림자였고, 그리고 자신이 원래 물고 있던 그 고깃점은 개울에 그냥 유유히 떠내려가고 말았으니까요.
16. 두더지와 엄마
두더지는 태어날 때부터 앞이 안 보이는 동물이랍니다.
그런데 하루는 두더지가 자신의 엄마보고 말했어요.
“엄마, 나 보이는 거 같아, 확실해!”
그게 착각이란 걸 깨우치게 해주려는 목적에서, 엄마가 두더지 앞에 유향(향료. 향수의 원료) 알갱이 몇 개를 내려놓으며 물었어요.
“이게 뭐니?”
어린 두더지가 씩씩하게 말했어요.
“응, 조약돌이야.”
그러자 엄마가 탄식하며 말했어요.
“얘야, 난 네가 눈이 먼 것도 모자라 냄새 맡는 능력(후각)까지 잃었을까 두렵구나.”
17. 목동과 잃어버린 황소
목동이 소떼를 끌고 숲에 들어갔다 그만 어린숫송아지 한 마리를 잃고 말았어요.
한참을 정처 없이 찾던 목동이 이렇게 맹세를 했지요.
“송아지를 훔쳐간 도둑놈만 찾을 수 있다면, 헤르메스(전령의 신이자 도둑의 신. 그리스신화)와 판(목동의 신) 그리고 숲의 수호신님들을 위해 어린양 한 마리를 제물로 내놓겠습니다.”
그 후 머지않아 그가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보았더니, 발(사자의 발)에 송아지를 놓고 막 잡아먹고 있는 사자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란 목동이 두 손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며 말했어요.
“제가 도둑놈만 찾을 수 있다면 숲의 수호신들에게 어린양을 내 놓겠다 방금 맹세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따질 것도 없이 저 사자로부터 저라도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다면 제가 방금 잃은 송아지에다 다 자란 황소까지 더해 제물로 드리겠나이다.”
18. 토끼와 거북이
토끼가 하루는 거북이의 짧은 다리와 느린 발걸음을 조롱했어요.
거북이가 웃으며 대꾸했어요.
“네가 아무리 날쌔게 잘 달린다 해도 난 널 달리기 시합에서 이길 수 있다고.”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 확신한 토끼가 그 제안을 받아들였지요.
그들은 여우(동물)보고 시합장소와 결승점을 정하게 했어요.
시합 날 두 동물친구는 함께 출발을 하였답니다.
거북이는 한시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달렸어요, 하지만 (ㅜ.ㅜ) 원체 느린 동물친구다 보니 발걸음은 너무 느리기만 했지요, 그래도 그는 꾸준히 결승점까지 나아갔답니다.
한편 자신만만하던 토끼는 길가 옆에 드러누워 잠시 눈을 붙이다 그만 곯아떨어지고 말았어요.
마침내 깬 토끼가 있는 힘껏 달려보았지만, 결승점에 이미 도착한 거북이가 노곤해선 꾸벅꾸벅 편안히 졸고 있는 모습만 봐야했지요.
느려도 꾸준한 것이 시합에서 이기는 지름길이랍니다.
19. 석류나무와 사과나무와 가시나무
하루는 석류나무와 사과나무가 서로 자신들이 가장 예쁘다며 말싸움을 하고 있었어요.
말싸움이 심해져 막 주먹다짐으로 번져가려고 할 때쯤, 가시나무가 근처 울타리에서 고개를 내밀며 한껏 뽐내는 말투로 이렇게 말했어요.
“됐어, 친구들, 내가 있는 한 그런 헛된 논쟁일랑은 그만 하라고.”(가시나무 자신이 가장 예쁘다는 의미겠죠?ㅋㅋ)
2 . 농부와 황새
방금 막 씨를 뿌려놓은 밭에 농부가 덫들을 설치해놓았어요.
그래서 씨를 주워 먹으러 온 학들을 많이 잡았죠.
게 중엔 덫에 그만 발이 걸려 다리가 부러지고 만 황새도 한 마리 붙잡혀 있었는데, 농부를 본 황새는 자신만은 살려 달라 애원했어요.
“저만은 살려주세요, 농부님,”라며 황새가 말했어요. “이번 한 번만 놓아주세요. 제 부러진 다리를 보시고 동정을 베풀어주세요. 게다가 저는 학이 아니에요, 저는 황새라고요. 새들 중의 가장 고귀한 성격을 지닌 새 말이에요. 저희 엄마 아빠가 저를 끔찍이도 사랑하시는 걸 생각해주세요. 이번 한 번만 제발요. 제 깃털을 보세요… 제가 어디 학처럼 생겼단 말씀이세요.”
농부가 껄껄 소리 내며 크게 웃더니 말했어요.
“네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구나. 이걸 알아야지. 내가 너를 도둑들인 학들과 함께 잡았단 사실이다. 그러니 너도 얘네들처럼 죽어야하지 않겠니.”
끼리끼리 모이기 마련이니 농부도 황새를 미워한 거죠.
21. 농부와 독사
어느 추운 겨울날 농부가 길을 가다 추위에 거의 얼어 죽기 일보 직전인 독사를 한 마리 발견했어요.
불쌍하게 여긴 농부가 독사를 집어 들어선 자신의 품으로 꼭 안아주었지요.
따듯한 온기에 급히 되살아난 독사는 자신의 본능이 다시 발동해 은인을 꽉 물어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말았어요.
“오,”라며 그 농부가 마지막 숨을 내쉬며 말했어요. “악당을 불쌍하게 여겼으니 이래도 싸지.”
친절한 행동에 배은망덕함으로 되갚아선 안 되겠죠.
22. 새끼 사슴과 그의 엄마
어린 새끼 사슴이 한 번은 자신의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는 개보다 더 크고 더 빠르고 달리기도 더 잘하잖아요, 그리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뿔들도 가지고 계시고요. 그런데 왜 사냥개들만 보면 그렇게 기겁을 하시는 거예요? 넷 엄마!”
엄마가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어요.
“이제 다 컸구나, 우리 아들, 네 말이 다 맞다. 네가 말한 그런 장점들을 내가 다 가지고 있는 건 맞단다. 하지만 아주 작은 개라도 짖어대는 소릴 듣게 되면 기겁을 하고서 일단 달아날 준비부터 하게 되는 걸 난들 어쩌겠니.”
타고날 때부터 겁이 많은 사람들에겐 아무리 용기를 가지라 말해본들 소용이 없답니다.
23. 곰과 여우
곰이, 자신은 박애(남들을 평등하게 사랑함)정신이 많다면 엄청 뽐내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곰의 말로는, 자신이 사람으로 치면 남들을 잘 배려해주고 사랑하는 그런 동물이라는 거지요.
“난 죽은 것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거든.”
그러자 보다 못한 여우가 비씩 웃으며 곰에게 말했어요.
“오! 산 걸 먹지 말고 죽은 것만 먹는 게 더 좋은 거 아냐.”
24. 제비와 까마귀
제비와 까마귀가 서로 자기들 깃털이 예쁘다고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어요.
마침내 까마귀가 다음과 같이 말함으로써 논쟁에 끝을 맺었답니다.
“봄엔 네 깃털이 아주 그럴 듯해 보이겠지만, 사실 겨울철 추위를 맞아주기에 내 깃털만한 게 없단다.”
좋을 때만 친구는 좋은 친구가 아니에요.
25. 애만 쓰고 보람이 없는 일
한번은 산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큰 굉음과 소음들이 들려왔어요.
깜짝 놀란 사람들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보려고 나왔죠.
사람들이 조마조마해 마지않고 짐짓 큰 기대를 하는 와중에, 끔찍한 침묵이 잠시 흐르는 거 같더니, 에게게 저게 뭐야 고작 생쥐 한 마리가 나오지 뭐예요.
괜한 야단 법석 떨지 마란 말이에요.
26. 당나귀와 여우와 사자
당나귀와 여우가 서로를 보호해주기로 하는 파트너십(동반자관계)을 맺고는, 숲으로 사냥을 하러 들어갔답니다.
그들은 멀리 가지 않아 사자와 맞닥뜨리고 말았죠.
상황이 너무도 긴박했기에 여우가 살며시 사자에게 다가가더니 “저를 해치시지만 않겠다면 당나귀를 속여 사로잡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약속했어요.
그런 다음 여우는 당나귀에게 다시 와선 “절대 위험한 일은 없을 거야, 나만 믿어.”라며 안심시키고는 당나귀를 깊은 구덩이로 데리고 가 빠지게 했어요.
당나귀가 잡힌 것을 본 사자는 즉시 그 여우를 잡아먹고는 나중에 시간이 났을 때 그 당나귀마저도 잡아먹어버렸답니다.
27. 거북과 독수리
하루는 거북이 태양 볕을 받으며 일광욕을 하며 바닷새들에게 거북 자신의 억센 운명을 한탄하고 있었어요.
“누구도 내게 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어.”
때마침 근처를 빙빙 돌고 있던 독수리가 거북이 한탄하는 그 소리를 듣고서 말했어요.
“내가 너를 높이 들어 올려 날 수 있게 공중에다 놓아주면 넌 내게 무얼 해줄래?”
“뭐든 다 해줄게,”라며 거북이 말했어요. “바다에서 나는 건 다 해줄게.”
“그럼 내가 나는 법을 가르쳐줄게.”라며 독수리가 말하더니 발톱으로 거북을 집어 들곤 손살 같이 날아올라 거의 구름 높이까지와 거북을 놓아주었어요.
그러자 떨어지며 나는 듯 하다가 곧장 높이 솟은 산으로 떨어져 껍질이 산산조각 박살이 나고 말았답니다.
거북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탄식했어요.
“난 이래도 싸. 날개와 구름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니, 난 그저 땅 위에서도 어렵게 어렵게 기어다니는 동물인데.”
소망이 이루어졌다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랍니다, 곧 파멸이 다가올 수 있으니까요.
28. 파리들과 꿀단지
꿀단지를 발견한 수많은 파리들이 가정주부의 방을 잔뜩 뒤덮었어요.
그들은 자신들의 팔을 꿀단지에 담가 탐욕스럽게 맛을 보았죠.
하지만 발을 꿀에 담그면 담글수록 자연스레 그들의 날개 또한 꿀에 젖어 날 수 없게 되었지요.
결국 그들은 꿀의 끈적거림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하게 되었답니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파리들이 탄식하며 말했어요.
“오 우리처럼 이렇게 미련한 것이 또 있을까, 꿀 조금 맛보려다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고 말았으니 말이야.”
즐거움엔 고통이 따르는 법이랍니다.
29. 사람과 사자
사람과 사자가 함께 숲으로 여행을 떠났어요.
그러다 곧 서로 자기들 종족이 상대방보다 힘과 용감함에서 훨씬 더 앞선다고 우기기 시작했죠.
그들이 한참 다투는데 때마침 돌로 된 조각상 앞을 지나가게 되었어요.
그 조각상엔 다음과 같이 글씨가 새겨져 있었어요.
“맨손으로 사자를 때려잡은 사람”
그러자 사람이 조각상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어요.
“봤지! 봤지! 누가 더 힘이 센지, 우리 인간들이 너희 동물의 왕들보다 훨씬 더 우월하단 증거라고.”
사자가 기가 차하며 말대꾸했어요.
“조각상을 사람이 만든 거니까 그렇지. 사자들이 조각상을 만드는 법을 알았더라면, 온천지에 사자 발톱 아래 붙잡혀 있는 사람들의 조각상으로 넘쳐났을 걸.”
한쪽 얘기만 들어봐선 안 되요, 상대방 말도 들어봐야 한답니다.
3 . 농부와 학들
몇몇 학(새의 종류)들이 일부 땅에 자신들의 경작지를 만들고 밀 씨를 새로 뿌렸어요.
한참 후 농부가 고무줄 새총을 휘두르며 나타나더니 학들에게 공포감을 줘 죄다 쫓아내버렸어요.
하지만 곧 새들은 그 고무줄 새총이 그냥 빈 새총이며 허공에서 흔들릴 뿐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학들은 이제 고무줄 새총 따위엔 꿈쩍도 안하고 달아나지도 않게 되었어요.
이걸 본 농부는 고무줄 새총에 돌들을 재더니(장전하더니) 수많은 학들을 정말로 죽였어요.
그 즉시 남은 새들이 자신의 땅을 포기하고 날아오르며 서로 외쳐댔어요.
“이제 난쟁이 나라로라도 가야할 때가 왔어. 저 사람이 우리를 그냥 겁주는 것에 만족해하지 않고, 이제 정말로 자신이 무얼 할 수 있는가를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말이 통하지 않으면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도 있는 법이죠.
31. 여물통 속의 개
개 한 마리가 ‘여물통’(마른풀을 물에 넣고 끓인 걸 담는 통)에 드러누워 있었어요.
그 여물통은 소들보고 여물(마른풀을 물에 넣고 끓인 거)을 먹으라고 둔 것인데, 개는 으르렁거리며 덥석덥석 물면서 어느 소도 건초(풀)을 못 먹게 막고 있었어요.
“참 이기적인 녀석이네!”라며 보다 못한 소 한 마리가 자기 친구들보고 말했어요. “제가 못 먹는다고, 먹을 수 있는 남들까지 못 먹게 하다니.”
32. 여우와 염소
하루는 여우가 깊은 우물 속에 빠지고 말았어요. 그런데 도무지 빠져나갈 방법이 없지 뭐예요.
그때 목이 마르던 염소가 우연히도 그 우물에 왔다 여우를 보곤 물었어요.
“물 맛 좋니?”
자신의 난처한 상황을 숨기고서 여우는 아주 쾌활한 듯 말했어요.
“응 꿀맛이야. 정말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야. 너도 내려와 마셔봐.”
오직 목마름을 풀 생각뿐이었던 염소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뛰어내려 벌컥벌컥 물을 마셨어요.
그런 다음 여우는 “우리 둘 다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으니 여길 빠져나갈 방법을 같이 생각해보자”고 말했지요.
곧 여우가 말했어요. “만약 말이야, 네 앞발을 벽에 기대고 고개를 숙인다면, 내가 내 등을 타고 올라가 위로 갈 수 있을 거야, 그럼 내가 널 꺼내줄게.”
염소도 선 듯 동의했고, 여우는 잽싸게 염소의 등을 밟고 올라가선 염소의 뿔을 디디고 올라 기여이 우물에서 나올 수 있었어요.
그 즉시 여우가 재빨리 달아나려했답니다.
염소가 “왜 약속을 깨니?”라며 비난하고 나섰어요.
그랬더니 여우가 고개를 염소에게로 돌리더니 소리쳤지요.
“이 바보 멍청아! 네 수염 털의 개수만큼이라도 네 머릿속에 두뇌가 있었더라면, 한번 들어가면 다신 못 빠져나오는 그런 곳에 스스로 들어가는 그런 일은 처음부터 없었을 거 아냐. 이건 네 탓이라고!”
아셨죠,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세요.
33. 곰과 두 여행자
두 남자가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곰 한 마리가 불쑥 그들이 가는 길에 나타났지요.
두 남자 중 한 사람은 급히 나무로 기어 올라가 나뭇가지들 사이에 몸을 숨겼어요.
하지만 다른 남자는 너무 놀랐던지라 그냥 땅에 냅다 드러눕고 말았어요.
곰이 오더니 코로 그를 더듬으며 온 몸을 냄새 맡았어요.
남자는 숨을 꾹 참고 할 수 있는 최대한 죽은 척을 하고 있었죠.
곰이 곧 떠났어요. 왜냐면 곰은 죽은 시체엔 손도 까딱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안전이 확인되자, 나무에 올라가 있던 여행자가 아래로 내려오더니 농담조로 “곰이 자네 귀에다 대고 뭐라 속삭이는 거 같던데, 그래 뭐라 그러던가?”라고 말했어요.
“충고를 하나 해주더군,”라며 친구가 대꾸했어요. “위험에 처한 자넬 내버려두고 간 친구와는 다시 여행하지 말라더군.”
불행할 때 친구가 진짜 친구랍니다(원문→불행은 친구의 진정성을 시험해줍니다).
34. 황소와 굴대
(굴대란 바퀴 회전의 중심축을 말함)
무거운 짐마차를 끌고서 시골길을 따라 한 떼(무리)의 황소들이 길을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굴대(바퀴 회전의 중심축인 쇠막대기나 나무 막대기. 다음Daum 국어사전 참조)들이 삐걱삐걱 지독한 신음소리를 내는 거예요.
보다 못한 황소들이 고개를 돌려 수레바퀴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어이 거기! 왜 그리 시끄러워? 일은 우리가 다 하는데, 비명을 질러도 너희가 아니라 우리가 질러야 되는 거 아냐.”
고생하는 사람 따로 불평하는 사람 따로 인가요(원문→묵묵히 참고 견디는 사람은 불평을 하지 않는 법입니다).
35. 목마른 비둘기
엄청 목이 마르던 비둘기가 간판 위에 그려진, 물이 담긴 잔 그림을 보았어요.
그게 그림일 거란 생각은 전혀 못한 비둘기는 엄청 푸드덕거리며 그리고 날아갔다 그만 간판에 정통으로 쿵하고 부딪히고 말았어요. 그 바람에 몸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비둘기의 두 날개가 부러져서 비둘기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답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구경꾼들 중 한 명이 잽싸게 그 비둘기를 낚아채가고 말았답니다.
신중해서 나쁠 건 없답니다(원문→열의가 분별을 앞서게 하지 마세요).
36. 까마귀와 백조
백조를 본 까마귀가 자기도 그처럼 아름다운 깃털을 가지고 싶어졌어요.
백조의 찬란한 흰색이 그가 헤엄치는 물에서 목욕을 즐겨하기 때문이라 여긴, 까마귀는 자신이 음식을 주워먹고 살던 정든 제단(교회의 탁자)을 떠나, 호수와 못에 정착했어요.
그래서 항시 깃털을 깨끗이 씻었죠.
그런데 아무리 씻어도 자신의 검정색은 변하지 않는 거예요. 게다가 거긴 음식도 부족해 까마귀는 결국 죽고 말았답니다.
버릇이 바뀐다고, 고유한 특성(본성)까지 변하는 건 아니랍니다.
37. 염소와 염소를 돌보는 사람
‘염소를 돌보는 사람’이 딴 길로 샌(들어선) 염소를 도로 무리로 오게 하려고 무진장 애를 쓰고 있었어요.
휘파람도 불러보고 뿔피리로 소리도 내보았지만 모두 헛수고였어요.
낙오자(염소)가 그런 신호들에 눈길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마침내 ‘염소를 돌보는 사람’이 돌멩이 하나를 던졌는데 그만 그 돌이 염소의 뿔을 맞추어 뿔이 부러지고 말았어요.
‘염소를 돌보는 사람’이 이 일을 주인님께 말하지 말라며 염소에게 빌었어요.
염소가 대답했지요.
“흥, 가소로우시기는, 제가 가만있어도 이 뿔이 얘기를 다 해버릴 텐데요.”
숨길 수 없는 걸 굳이 숨기려 애쓰지 마세요.
38. 구두쇠와 금덩이
구두쇠가 자신의 전 재산을 팔아서 금덩이 하나를 구입해, 담벼락 한쪽 옆 땅에 구멍을 파 묻어두고는, 매일 같이 찾아가 보고 왔어요.
그의 하인들 중 한 명이 주인의 행동을 수상히 여기고 뒤를 밟았지요.
하인은 곧 그게 주인이 숨긴 비밀 보물임을 알게 되어, 땅을 파 금덩이를 들곤 튀어버렸지요.
다음날 거기에 온 주인은 텅 빈 구멍만 발견했을 뿐이었죠. 그러자 그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크게 통곡했어요(울었어요).
그 이유를 알게 된 이웃이 말했어요.
“슬퍼하지 마세요, 그러지 말고 돌을 하나 가져와 같은 장소에 묻고 그게 금덩이라 여기시면 되지 않습니까. 어차피 그러려고 산 금덩이고, 금이 거기 있든 없든 쓰지 않을 참이시든 건 같잖아요.”
39. 아픈 사자
나이 들어 드는 혼자 힘으로 먹이를 구할 수 없게 된 사가자 꾀를 하나 냈어요.
사자는 자기 굴에 들어가 그냥 드러누워 짐짓 무척 아픈 척을 했지요. 그리곤 끙끙 앓는 흉내를 내며 자기가 아픈 게 널리 알려지게 했지요.
짐승들이 슬픔을 표시하며 사자의 굴로 병문안을 오면, 사자는 냉큼 잡아먹어버렸답니다.
수많은 짐승들이 이렇게 당해 사라졌답니다.
이제 여우가 병문안을 올 차례가 되었는데 여우는 사자의 속셈을 눈치 채고는 동굴 밖에 서서 먼 거리를 유지하며 사자에게 “병은 좀 괜찮으세요?”라고 물었어요.
“여전히 그저 그래,”라며 사자가 대꾸했어요. “근데 왜 들어오지 않고 거기 서 있나? 어서 들어와 얘기나 나누세.”
“아뇨, 사양하겠습니다.”라며 여우가 말했어요. “당신 동굴로 들어가는 발자국들은 수도 없이 있는데, 이제 보니 다시 나온 발자국은 하나도 없군요.”
다른 이의 불행을 보고 현명해질 줄을 알아야 해요.
4 . 말과 마부
마부가 자기 말을 말빗으로 빗질도 해주고 매끈하게 문질러주는데 온종일 시간을 보냈어요.
하지만 그러면서 말 먹이인 귀리들을 훔쳐 팔아 슬쩍하고 있었죠.
“아아!”라며 말이 말했어요. “당신이 정말 저를 위하신다면, 빗질을 줄이시고, 더 먹이세요.”
41. 당나귀와 애완견
한 남자가 당나귀와 몰타(지중해의 섬나라. 이탈리아 아래쪽과 북아프리카 사이에 있는 섬) 산(출신) 애완견을 한 마리씩 가지고 있었어요. 특히나 애완견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답니다.
당나귀는 마구간에서 키워졌는데 귀리도 많이 주고 건초도 많이 먹여, 여타 다른 당나귀들과 같은 대우를 받았지요.
애완견은 재주가 많아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죠. 주인은 어찌나 애완견이 귀엽덥지 이따금씩 바깥 저녁식사 자리에 다녀오고 나면 으레 애완견이 먹을 음식을 조금씩 싸가지고 왔을 정도였지요.
반면 당나귀는 맷돌을 돌려 옥수수 가루를 만들어야했고 또 숲이든 수풀이든 농장에서 땔나무를 집으로 날라야했지요.
이렇듯 힘든 일을 해야 하는 당나귀는 종종 자신의 불운을 한탄해하며 사치스럽고 게으르게 노는 애완견의 삶을 자신과 비교하며 넋두리를 놓곤 했지요.
그러다 마침내 꼭지가 돈 당나귀가 자신의 고삐와 끈을 끊고 한달음에 주인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 이것저것 따지지도 않고 자신의 뒤꿈치들로 걷어차고 할 수 있는 한 까짓것 껑충껑충 뛰어 돌아다니고 꼬리를 치며 아양을 부렸어요.
급기야 당나귀는, 애완견이 하는 걸 본 대로, 주인의 무릎에 뛰어들려했지요. 그 바람에 식탁이 뒤집어지고 그 위에 놓여 있던 접시들이 산산조각이 나 버렸어요.
그러고도 만족을 하지 않은 당나귀는 주인을 핥으려고 시도했고 또 주인 등에 타고 올랐어요.
아수라장이 나는 소리를 들은 하인들이 주인이 위급함을 눈치 채곤 급히 달려와 주인을 구하고, 발로 차고 몽둥이로 때리고 손바닥으로 때리고 하면서 그 당나귀를 마구간으로 도로 몰고 갔어요.
죽을 정도로 흠뻑 두들고 맞고서 간신히 자신의 마구간으로 되돌아온 당나귀가 다음과 같이 한탄해하며 말했어요.
“이렇게 되도 싸지! 친구 당나귀들과 일하는 것에 만족이나 하면 되는 것을, 굳이 하루 종일 놀기나 하는 별 볼일 없는 애완견이 되어보겠다고 이 생난리를 피웠으니, 내가 왜 이랬을까?”
42. 암사자
들판의 동물들 사이에 논쟁이 한창이었어요.
“새끼를 많이 낳는 것으로 그 동물의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였죠.
그들이 서로 따지다 안 되니 암사자에게 가 이 논쟁의 끝을 맺어달라 청했어요.
“그럼 당신은,”라며 그들이 말했어요. “몇 명의 자녀들을 출산하셨나요?”
그러자 암사자가 웃으며 말했어요.
“이런! 저는 한 명만 낳았답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백수(온갖 짐승)의 왕인 사자랍니다.”
사물의 가치는 그 수가 많고 적음에 있지 않아요.
43. 뻐기는 여행자
방금 막 외국을 여행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이 한껏 자랑을 해대고 있었어요.
“난 다양한 곳들을 방문해 경이롭고 영웅적인 행동들을 많이 하고 왔다고!”
그가 떠벌린 허풍들 중에는 그가 ‘로도스 섬’(터키 동쪽 바로 앞에 있는 그리스의 섬)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높이까지 높이뛰기를 하고 왔다는 내용도 있었죠.
“내 높이뛰기를 본 수많은 로도스 사람들이 목격자야, 누구든 거기 가서 물어봐, 그들이 확인해줄 테니까.”
구경꾼들 중 한 명이 보다 못해 끼어들며 말했어요.
“뭐 그럴 거 있습니까, 선생, 거기 목격자들까지도 필요없지요. 여기가 로도스 섬이라 생각하고서, 한번 우리 앞에서 높이 뛰어보시구려.”
44. 고양이와 수탉
고양이가 수탉을 잡더니 어찌되었건 잡아먹을 그럴싸한 구실을 댔어요.
“넌 야밤에도 울어서 사람들 잠도 못 자게 하지, 그러니 내가 잡아먹어야겠다.”
수탉도 수탉대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말대꾸를 하고 나섰어요.
“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축이라고, 내가 제때 그들을 깨우기 때문에 사람들이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는 거야.”
고양이가 가소롭다는 듯 대꾸했어요.
“네가 뭐라고 변명을 해대든, 내가 굶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니.”
고양이는 그러더니 자신의 한 끼 식사를 해결해버렸어요.
45. 어린돼지와 양과 염소
어린돼지가, 염소와 양과 함께 울타리 안에 넣어졌어요.
그러다 한번은 양치기가 와서 어린돼지를 움켜쥐었는데, 어린돼지가 꿀꿀거리며 앙앙 울고 불며 격렬히 저항을 하는 거예요.
보다 못한 양과 염소가 “그 무슨 주책이야!”라며 핀잔을 주었어요. “양치기가 우리도 종종 움켜쥔다고, 그래도 우린 너처럼 그런 꼴은 안 보여, 울지도 않고.”
이 말에 어린돼지가 발끈해하며 말했어요.
“너희들과 나는 경우가 전혀 다르단 말이야. 양치기가 너희들을 움켜쥐는 건 너희들의 털을 얻기 위해서지만, 그가 나를 붙잡는 건 내 목숨을 앗아가기 위해서란 말이야.”
46. 소년과 개암열매(도토리)들
한 소년이 개암열매(도토리와 비슷한 거)들이 잔뜩 든 병(원문→물주전자) 속에 손을 집어넣었어요.
소년은 까짓것 쥘 수 있는 최대한도로 열매를 움켜쥐곤 도로 손을 병에서 빼려고 시도했다, 병의 목이 그러기에는 작아 손을 뺄 수가 없었어요.
개암열매를 손에서 놓기는 싫고 그렇다고 손도 병에서 빠지지 않자, 소년은 울음을 터뜨리며 비통함에 쩔쩔맸어요.
어느 구경꾼이 보다 못해 소년에게 말했어요.
“그 반개(손에 쥔 개암열매들의 반개)로라도 만족하고, 손 빼면 되잖니.”
아셨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시도는 금물이랍니다.
47. 사랑에 빠진 사자
사자는 나무꾼의 딸과 결혼을 하고 싶었어요.
아빠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사자의 청을 거절하기도 무서워서 빠져나갈 궁리를 생각하기에 이르렀어요.
“딸아이의 상대로 사자를 맞이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네. 자네 이빨을 제거하고 발톱들도 다 자르고 오게나. 딸애가 그걸 끔찍이도 두려워하거든.”
사자는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지요.
이빨도 없고 발톱도 없는 사자가 다시 돌아와 결혼을 신청하자, 두려움이 사라진 나무꾼이 몽둥이로 사자를 두들겨 패 숲으로 쫓아버렸답니다.
48. 노동자와 뱀
시골집 대문 근처에 구멍을 파고 살고 있던 뱀이, 그 집주인의 갓난 아들을 물어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바람에 갓난 아들이 죽고 말았어요.
아들을 잃은 슬픔에 아빠는 반드시 그 뱀을 죽이고 말리라 결심하기에 이르렀어요.
다음날 먹이를 구하러 뱀이 나오자, 아빠가 도끼를 번쩍 치켜들곤 단번에 내리쳤어요.
뱀의 머리는 놓쳤지만 다행히도 뱀의 꼬리 끝부분은 자를 수 있었지요.
죽지 않은 뱀이 아빠 자신 또한 물 것을 걱정한 아빠가 사이좋게 지내자며 다독이며 뱀 구멍에 빵 조금과 소금 몇 개를 놓아주었어요.
그러자 뱀이 야유를 보내며 말했어요.
“이제부터 당신과 나 사이에 평화는 없어요. 나는 이제 당신만 보면 내 잘려나간 꼬리가 생각날 테고, 당신도 나만 보면 죽은 아들 생각이 날 텐데 어떻게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겠어요.”
상처를 준 당사자가 앞에 있는데, 어떻게 그 상처가 잊히겠어요.
49. 양가죽을 쓴 늑대
옛날에 한번은 늑대가 변장을 하고서 보다 쉽게 먹잇감을 획득할 꿍꿍이를 품었답니다.
그래서 그는 양가죽을 뒤집어쓰고서, 양떼무리 속에 파고 들었죠, 그가 쓴 양가죽 덕분에 양치기조차도 속일 수 있었거든요.
저녁이 되자 양치기는 늑대도 양떼와 함께 양우리(양의 집)에 넣고 문을 잠그고 문단속도 단단히 했죠.
하지만 그 양치기 곧 양우리로 되돌아왔어요. 내일 먹을 고기를 얻기 위해서였죠. 그러다 양치기는 그 늑대를 양으로 착각하고서 붙잡아 즉시 죽여 버렸답니다.
못된 짓으로 흥하는 자, 못된 짓으로 망하리라.
5 . 당나귀와 노새
노새몰이꾼이 길을 막 떠났어요. 그는 당나귀와 노새에 짐을 잔뜩 실어 앞에 몰고 갔지요.
평평한 땅을 가는 동안은 당나귀도 짐이 썩 무겁지 않았지만, 일단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짐이 여간 무거운 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자기 짐을 조금만 덜어 달라 친구에게 부탁했지요. 그럼 나머지 짐으로 집까지 편히 갈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하지만 노새는 그 부탁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그 후 곧 당나귀가 짐의 무게에 눌러 쓰러지고 말았지요.
이제 어쩔 수 없이 노새몰이꾼이 당나귀가 나르던 짐을 노새의 등에 올려놓았죠. 이제 노새는 자신이 원래 이고 가던 짐에다가 당나귀의 짐까지 더 얹어가게 생겼어요.
무거운 짐의 무게에 짓눌리며 끙끙 앓던 노새가 혼잣말로 중얼거렸어요.
“내가 판 무덤이지. 당나귀가 조금만 도와달라고 할 때 도와주었더라면, 이런 꼴은 안 당하는 건데.”
51. 왕을 바라는 개구리들
개구리들이 큰 상심(슬픔)에 빠졌어요.
“우린 지도자가 없잖아.”
그래서 제우스 신에게 대표단을 보내 “저희들에게도 왕을 주세용~♥”라고 애걸했어요.
어처구니없는 청에 제우스 신이 그냥 큰 통나무 하나를 호수에 던져주었지요.
“첨벙~”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개구리들이 물에 풍덩 들어가 깊숙이 숨었죠.
하지만 곧 개구리들도 알아차렸어요.
“뭐야, 크기만 하지 움직이질 않네.”
그래서 개구리들이 다시 수면 위로 헤엄쳐 나왔고 급기야는 겁도 없이 그 통나무에 기어올라 털썩 앉아 있기도 했어요.
“우린 이 통나무가 경멸스러워.”
아무리 생각해도 제우스의 이러한 조치가 부당한 거 같아, 개구리들은 두 번째로 대표단을 제우스 신에게 보내,
“다른 왕으로 보내주세용~♥”
라고 간청했어요.
그래서 제우스 신이 개구리들에게 뱀장어를 왕으로 보냈어요.
하지만 그 뱀장어의 성격이 너무 온순하다는 것을 알게 된 개구리들은 세 번째로 대표단을 제우스 신에게 보내,
“다른 왕으로 보내주세용~♥”
라고 간청했어요.
이렇듯 하도 불평을 해대는 개구리들 때문에 짜증이 난 제우스 신이 이번엔 왜가리(몸길이 1미터. 개구리를 잡아먹는 새. 백로와 비슷하게 생겼음. 도시의 개천에 보이는 새는 학이 아니라 대부분 왜가리임)를 왕으로 보내주었고, 그 왜가리는 도착하자마자 개구리들을 하루에 한 마리씩 잡아먹는 통에 결국 호수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싹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52. 소년과 개구리
몇몇 소년들이 연못 가까이서 놀다 물에 개구리들이 많이 있는 걸 보곤, 돌을 던져 맞추기 시작했어요.
그 바람에 몇몇 개구리들이 맞아죽었죠.
그러자 보다 못한 개구리 한 마리가 수면 위로 고개를 들며 아우성쳤어요.
“야 이것들아, 너희들이 무심코 던지 돌에 우리 개구리들은 맞아 죽는다는 걸 몰라!”
53. 병든 수사슴
병든 수사슴이 풀밭 조용한 곳에 드러누워 안정을 취하고 있었어요.
그러자 그의 친구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안부를 물었죠,
그런데 그 친구들은 하나같이 와선, 병든 수사슴이 먹으려고 둔 음식을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갔어요.
그렇게 하나 둘씩 수사슴의 음식을 먹어치우고 가다 보니, 결국 병든 수사슴은 먹이를 더 못 구해 죽고 말았답니다.
나쁜 친구는 없느니만 못해요.
54. 소금장수와 당나귀
행상인(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상인)이 자신의 당나귀를 몰고서 소금을 팔러 바닷가로 가고 있었죠.
그러다 시냇물을 건너게 되었는데 그만 발을 헛딛다 풍덩하고 물에 빠지고 말았어요.
그런데 다시 물 밖으로 나와 보니 등에 지고 잇던 짐이 훨씬 더 가벼워져 있지 뭐예요, 물에 소금들이 녹았기 때문이죠.
다음날 행상인(상인)은 자신의 당나귀의 등 짐바구니에 어제보다 훨신 더 많은 소금을 싣고 길을 재촉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어제 그 시냇물에 다다랐는데, 당나귀가 똑같은 장소에서 고의적으로 또 풍덩 쓰러져 일어나는 바람에 가지고 간 짐이 다 녹아 사라지고 말았죠. 이에 당나귀는 바라던 바라는 듯 무척이나 의기양양해했답니다.
그제야 당나귀의 꿍꿍이속을 알게 된 행상인이 셋째 날에 해안가로 갈 때는 소금 대신 스펀지를 한 짐 가득 싣었어요.
같은 장소에 이르자 당나귀는 재미를 보려고 고의적으로 시냇물에 또 쓰러졌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죠. 스펀지가 그만 물을 왕창 빨아들이는 바람에 당나귀의 짐이 엄청나게 무거워졌거든요.
그리하여 당나귀는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 이후로는 두 배나 많은 짐을 맨날 이고 가야했답니다.
55. 소들과 푸줏간 주인들
옛날 옛적에, 도저히 참다못한 소들이 모여 ‘푸줏간 주인’(정육점 주인)들을 해칠 계획을 논의하고 있었어요.
푸줏간 주인들이 자신들의 파괴적인 직업을 충실히 이행하는 탓에 소들이 남아나질 않는다는 의견이었죠.
그래서 특정한 날 특정한 시간에 모여 함께 일을 도모하기로 했어요. 일단 그날까지 각자 자신의 뿔을 날카롭게 갈자 각오를 다졌죠.
그때 소들 중 한 명, 그러니까 지극히도 나이가 많은 소, 수많은 밭들을 쟁기로 갈아온 소들 중 가장 나이 많은 소가 나서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푸줏간 주인들이 우리를 도축하는 게 맞다만, 그래도 그들은 솜씨 좋은 기술로 고통 없이 그 일을 한다네. 만약 우리들이 그들을 모두 해치고 나면, 우린 전혀 솜씨 없는 자들의 손에 맡겨지게 돼 고통이 두 배가 될 걸세.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세상의 모든 푸줏간 주인들이 사라진들, 인간들이 소고기를 안 먹는 날은 없을 거란 걸 말일세.”
급격한 변화를 도모하다 또 다른 악의 축과 만날 수 있답니다.
56. 사자와 생쥐와 여우
사자 한 마리가 여름철 무더위에 지쳐 자신의 굴에서 자빠져 자고 있었어요.
그런데 생쥐 한 마리가 사자의 갈기(머리털)와 두 귀를 밟고 넘어가는 바람에 사자가 잠에서 깨고 말았어요.
사자가 격노하며 몸을 흔들며 굴 어느 구석탱이에 그 생쥐가 있는가를 살피기 시작했죠.
그걸 본 여우가 말했어요.
“원 세상에 사자 양반, 그깟 생쥐를 두려워하시다니요.”
“생쥐가 두려워서가 아냐,“라며 사자가 말했어요. “너무 허물없고 버릇없이 군 게 짜증 나서지.”
너무 제멋대로 굴면 안 돼요.
57. 허영심 강한 갈까마귀
(갈까마귀란 작은 까마귀를 말함)
제우스(그리스 신화 최고의 신)가 마음을 굳히곤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새들의 왕을 뽑겠노라. 그러니 어느 날까지 모든 새들은 내 앞으로 오거라, 그럼 내가 그 중 가장 아름다운 새를 새들의 왕으로 선택하리라.”
자신이 못생겼다는 사실을 잘 아는 갈까마귀(작은 까마귀)는 그때부터 숲과 들판을 다 뒤져서 친구 새들의 날개에서 떨어진 깃털들을 주워 자신의 몸에 꽂았어요. 그렇게 하면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새가 될 수 있을 거란 헛된 희망을 품고서 말이죠.
약속할 날이 되어 새들이 제우스 앞에 모였을 때, 갈까마귀 또한 아름다운 깃털을 하고서 나타났어요.
그 바람에 제우스는 갈까마귀의 깃털이 가장 아름답다며 새들의 왕으로 선택하려했어요. 그 즉시 모든 새들이 반발하고 나서며 와락 갈까마귀에게 달려들더니 자신들의 깃털을 뽑아버렸죠.
그러자 갈까마귀의 모습은 흔해 빠진 일반 갈까마귀일 뿐이었지요.
58. ‘염소를 돌보는 사람’과 야생 염소들
‘염소를 돌보는 사람’이 자신의 염소 떼를 몰고 풀밭에 갔는데, 저녁 무렵 보니 몇몇 야생 염소들이 자신의 염소 떼와 섞여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그는 밤에 그들 모두를 데리고 와 가두었지요.
다음날 눈이 펑펑 와서, 그는 염소 떼를 평소처럼 풀밭으로 데려가지 않고 우리에서 먹게 했어요.
그는 자신의 원래 염소들에게는 간신히 굶지 않을 만큼만 먹이를 주었지만, 새로운 야생 염소들에게는 정말이지 풍부한 양의 먹이를 주었죠. 그렇게 하면 야생 염소들이 자기와 계속 머물고 싶어 할 테고 그럼 모두 자기의 염소들이 되리라는 부푼 기대에 들떴지요.
눈이 녹고, 그가 그들 모두를 데리고 다시 풀밭으로 갔을 때, 야생 염소들이 빠른 속도로 산으로 달아나는 게 아니겠어요.
‘염소를 돌보는 사람’이 그들의 배은망덕함을 꾸짖었어요.
“눈보라가 몰아치는 동안 내가 너희들을 먹여주고 돌봐주었거늘 이렇게 내빼느냐!”
그러자 야생 염소들 중 한 마리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어요.
“우리도 신중하다고요. 어제 당신은 우리들을 원래 키우던 염소들보다 더 잘 대우해주었어요. 그럼 우리 다음에 또 다른 염소들이 오면 그들을 우리보다 더 잘 대해주겠죠. 이렇듯 우리가 어떻게 대우받을지 뻔히 아는데, 우리가 당신과 머물겠어요?”
새 친구를 위한다고 정든 친구들을 괄시하면 안돼요.
59. 개구쟁이 개
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이 개는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왈칵 달려드는가 하면 느닷없이 물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그 주인이 개의 목에 방울을 달아 개가 어디에 있든 알 수 있게 조치했어요.
그걸 상으로 여긴 개는 여간 뻐기지 않으며 온 시장바닥을 누비며 자랑을 해댔어요, 방울을 딸랑거리며 말이죠.
보다 못한 하루는 나이 든 개가 말했죠.
“그게 자네에게 주어진 상 같은가? 그 방울은 자랑이 아니라, 불명예의 표식이네, 공공장소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자네가 짓궂은 개이니 피하라는 신호 말일세.”
악명을 종종 명성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답니다.
6 . 꼬리 잘린 여우
여우가 덫에 걸렸다 가까스로 탈출했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꼬리를 잃고 말았죠.
그때부터 여우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게 너무도 창피하고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꾀를 하나 냈죠. 즉 다른 모든 여우들이 자신들의 꼬리를 없앤다면 자신의 결핍도 눈에 띄지 않을 거란 거였죠.
그래서 여우가 수많은 여우들을 모아놓고 공개적으로 충고를 하고 나섰어요.
“너희들 꼬리 잘라봐, 그럼 보기에도 더 좋을 뿐 아니라, 꼬리의 무게만큼 몸도 가벼워진단다. 이보다 더 편할 수가 없어.”
여우들 중 한 명이 끼어들며 말했어요.
“어이 친구, 네가 그렇게 꼬리를 잃지 않았어도 네가 우리에게 그렇게 말했을까?”
61. 소년과 쐐기풀
한 소년이 쐐기풀(잎과 줄기에 많은 털이 있고 만지면 벌에 쏘인 거처럼 따가움. 우리나라 산에 많이 있음)에 쏘였어요.
소년는 집으로 달려가 엄마에게 말했어요.
“전 그냥 닿기만 했는데 그게 절 아주 세게 쏘았어요.”
“그게 바로 네가 쏘인 이유란다,”라며 엄마가 말했어요. “다음번에 쐐기풀에 손이 닿을 거 같으면, 대담하게 확 움켜쥐려무나. 그럼 그게 비단만큼 부드러워질 게다. 적어도 널 다치게 하진 못할 게다.”
무엇을 하든 온힘을 다해 하세요.
62. 남자와 두 애인
중년 남성이 한 명 있었어요. 중년이다 보니 그의 머리도 서서히 세기(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했죠.
그러던 그가 동시에 두 여인을 만나게 되었죠.
그녀들 중 한 명은 젊었고, 다른 한 명은 나이가 좀 있었죠.
나이가 좀 있는 여인은 남자가 자기보다 어려보이는 게 창피해서 남자가 자신을 찾아올 때면 그의 검은 머리카락을 조금씩 뽑아버렸어요.
반면 나이가 젊은 여인은 나이 든 남자의 아내가 되는 걸 바라지 않아 눈에 띄는 족족 남자의 회색 머리카락을 죄다 뽑아버렸어요.
그러다보니 두 여인 사이를 오고가던 남자는 곧 자신의 머리에 머리카락 한 올 남아있지 않은 걸 발견하게 되었죠.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자는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법이랍니다.
63. 천문학자
천문학자가 밤이면 산책을 하며 별들을 관찰하곤 했어요.
그러던 하루는 그가 밤에 교외(도시의 밖) 지역을 거닐며 하늘에 온통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그만 실수로 깊은 우물 속에 빠지고 말았어요.
멍들고 쑤신 게 아프고 슬퍼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했지요.
이웃이 달려와 어찌된 영문인지를 듣더니 말했어요.
”형씨도 원 참, 바로 앞 땅도 못 보시면서 하늘은 그리도 살피고 싶으셨소?“
64. 늑대들과 양
“우리 사이에 어찌하여 두려움과 살○(죽이는 거)이 존재해야하는가?”라며 늑대들이 양들에게 말했어요.
“위선적인 개들이야 말로 이 질문에 답해야한다. 그들은 우리가 너희들에게 다가가기만 하면 짖어대고 마치 우리가 뭔 못된 짓이라도 한 마냥 뒤쫓아 오지. 그러니 너희 양들이 개들을 해고하라고, 그러고 나야만 우리 사이에 진정 평화와 화해가 무르익을 수 있어.”
불쌍하고 어리석었던 동물들인 양들이 그 말에 혹 해 정말로 개들을 해고해버렸어요.
그 즉시 늑대들이 무방비 상태의 양 떼를 급습해 마구잡이로 잡아먹었답니다.
65. 노파와 의사
시력을 잃은 노파가 한 명 있었어요.
그래서 치료할 목적으로 의사를 불러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 거래를 했죠.
“눈 먼 걸 낫게 해주면 돈은 엄청 주리다, 하지만 치료하지 못하면 땡전 한 푼도 없어요.”
이 계약은 성사되었고, 의자는 매번 연고(바르는 약)를 그녀의 눈에 발라주었어요.
또한 의사는 매번 방문했다 돌아갈 때마다 그녀의 물건들을 조금씩 훔쳐가기 시작했어요.
그가 노파의 눈을 완전히 치료한 날, 의사는 약속한 돈을 달라 요구했죠.
그런데 노파가 보니 시력이 돌아왔다지만 어찌된 게 집안에 가구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노파는 돈을 한 푼도 안 주려고 했지요.
이 일로 의사가 소송을 걸었어요.
그래도 노파가 완강히 돈 지불을 거절했기에, 결국 그녀는 판사 앞에 나가게 되었어요.
법정에 선 노파가 말했어요.
“이 사람(의사)이 말한 게 다 사실입니다요. 제 눈만 낫게 해주면 그에게 많은 돈을 주기로 약속했더랬죠. 하지만 전 여전히 눈이 먼 걸요. 그러니 그에게 한 푼도 줄 수 없어요. 지금 그는 제 눈이 다 치료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그의 주장일 뿐이고 전 제 눈이 여전히 안 보인다는 확신이 들어요. 왜냐면 제가 시력을 잃었을 때에도 거나마 보였든 여러 가재도구들과 귀중품들이 어째 제 눈이 다 나았다고 그가 말했을 때 하나도 안 보이더란 겁니다요.”
66. 싸움닭들과 독수리
싸움닭 두 마리가 안마당의 주도권을 놓고 피 터지게 싸우고 있었어요.
그러다 결국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를 때려눕힐 수 있었죠.
진 수탉은 슬그머니 자리를 떠 마당 구석탱이로 몸을 숨겼어요.
반면 싸움에 이긴 수탉은 푸드덕 높은 담벼락 위로 날아올라 두 날개를 푸다닥거리며 온 땅이 진동할 듯 “꼬꼬댁” 노래를 불렀어요.
바로 그때 하늘을 빙글빙글 돌고 있던 독수리가 수탉의 괴성을 듣곤 당장에 내려와 자신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채가 버렸어요.
그 즉시 싸움에 패한 수탉이 구석에서 나와 의심할 바 없는 안마당의 진정한 지배자가 되었죠.
교만(잘난 체)한 자는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에요.
67. 군마(군대 말)와 방앗간 주인
늙고 쇠약해진 군마(군대에서 쓰이는 말)가 전쟁에 나가는 대신 이제 방앗간 일을 도우러 보내졌어요.
말이 좋아 도우러 가는 거지 실상은 전투대신 하루 종일 맷돌을 돌려 가루로 만드는 일을 해야만 했죠.
자신의 운수가 기똥차게 꼬꾸라진 것이 허망해 군마가 농부에게 말했어요.
“아! 방앗간 주인이여, 나도 한때는 목에서 꼬리까지 가린 흰 린네르 천을 두르고서 전장에 나가곤 했지. 그럼 나를 돌보는 마부도 한 명 딸렸었지. 그런데 지금은 이런 방앗간에서 뼈 빠지게 일하는 신세가 됐다니. 나를 이해하시겠소.”
“과거 일을,”라며 방앗간 주인이 말했어요. “그리 장황하게 늘어놓아 뭐하나. 인생엔 길흉화복이 있는 법, 참고 견디는 게 약이네, 인간도 마찬가지라네.”
68. 여우와 원숭이
한번은 원숭이가 동물들 모임에서 춤을 췄어요. 너무도 잘 춰 분위기가 확 뜨자 그 참에 동물들이 원숭이를 왕으로 선출했어요.
엄청 질투심을 느낀 여우가 예전에 보아둔 고기가 놓인 덫으로 원숭이를 데리고 가 말했어요.
“예전에 사람이 하는 가게에서 고기를 하나 낚아다 제 왕국에 보물로 보관해두었지요. 한번 가서 보시지요.”
원숭이는 조심성 없게도 고기에 다가갔다 덫에 갇히고 말았어요.
그제야 함정인 걸 알아차린 원숭이가 “일부러 그랬지!”라며 여우를 나무랐어요.
여우가 대꾸했어요.
“오 원숭이, 그럼 넌 그런 정신머리로 왕이 되려했던 거니?”
69. 말과 ‘말 타는 사람’
어느 기병이 자신의 군마(군대에서 사용하는 말)에 엄청 공을 들이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전쟁 기간에는, 그는 스스로를 말의 도우미로 여기고, 뭔 일이 터지든 말든 무슨 일이 있든 말든 좋은 건초와 옥수수를 구해 말에게 정성껏 먹였어요.
근데 전쟁이 끝나니, 말에게 찌꺼기나 먹이고, 그에 더해 무거운 땔나무들을 나르게 하고, 온갖 고된 일과 갖은 구박을 다 하는 거예요.
그러다 전쟁이 또 터지자, 그는 깃발을 드는 기병으로 호출되었답니다.
그 병사는 자신의 군마에 군대 말 옷을 입히고, 무거운 쇠미늘갑옷을 말에게 덮어씌우더니 올라탔어요.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한 말이 즉시 풀썩 쓰러지고 말았죠. 몸이 예전 몸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말이 자기 주인에게 말했어요.
“이제 걸어서 전쟁터에 가시지요. 당신은 나를 영락없는 당나귀로 만들어버렸어요. 그렇게 저를 학대해놓고서 제가 단번에 당나귀에서 말로 도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 여기신 겁니까?”
7 . 위와 신체의 다른 부위들
신체의 다른 부위들이 위(배)에게 반란을 일으켰어요.
그들이 말했죠.
”왜 우리가 네 시중을 들어야하는데, 네가 하루 종일 먹고 놀며 각종 사치와 방종(제멋대로)을 부리는 걸 왜 우리가 도와야하느냐고?“
그래서 신체의 다른 부위들은 단합을 하고서 위를 보좌하는 걸 거부해버렸어요.
곧 온 몸이 급속도로 쇠약해져갔지요, 손이며 발이며 입이며 눈이며 죄다 쇠약해졌어요. 그제야 그들이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후회했지만 아쉽게도 때는 이미 늦었답니다.
71. 포도나무와 염소
포도 수확기가 되자 포도나무 잎과 포도가 탐스럽게ㅜ 익었습니다.
지나가던 염소가 땅바닥으로 퍼진 어린 포도 줄기와 잎을 조금씩 물어뜯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포도나무가 말했어요.
“내게 너에게 아무런 해코지도 하지 않았는데 왜 내 잎사귀들을 베어 먹는 거니? 뜯을 먹을 어린 풀이 없는 거도 아니잖아? 하긴 내 복수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테지. 지금이야 네가 내 잎을 뜯어먹고 뿌리를 죽인다지만, 곧 네가 제사상의 제물로 바쳐질 때 네 몸에 뿌려질 그 포도주를 내가 생각해낼 테니까.”
72. 제우스와 원숭이
제우스가 숲에 사는 모든 동물들에게 다음과 같이 알렸어요.
“가장 잘생긴 아기를 낳은 동물에겐 후하게 상을 내리리라.”
모여든 동물들 중엔 원숭이 엄마도 있었어요.
그녀가 자신의 아기 원숭이를 엄마의 온정을 담아 후보로 내밀었어요.
그건 코가 펑퍼짐하고 머리카락은 하나도 없고 털도 추한 그저 그런 아기 원숭이였어요.
그 바람에 모두가 웃었지요.
하지만 그녀는 결연히 말했답니다.
“제우스께서 제 아들에게 상을 주실지 말지 저는 모릅니다만, 이거 하나만은 저도 알고 있어요, 이 애가 엄마인 제 눈엔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잘생겼고 우아하다는 것을요.”
73. 과부와 어린 하녀들
청소를 유난스레 좋아하는 한 과부가 있었어요.
그녀에겐 시중드는 두 어린 하녀가 있었어요.
그런데 과부는 새벽에 닭이 울기만 하면 아침 일찍부터 하녀들을 깨우는 버릇이 있었어요.
과도한 노동시간에 격분한 하녀들이 이 모든 원인인 그 수탉을 죽여 버리기로 결심했어요.
그런데 수탉이 죽자마자, 하녀들에겐 더 큰 난처함이 들이 닫쳤죠.
왜냐면 더 이상 수탉을 통해 시간을 가늠할 수 없게 된 여주인이 한밤중에도 시도 때도 없이 일하라며 하녀들을 깨웠기 때문이지요.
74. 양치기 소년과 늑대
마을 인근에서 양 떼를 돌보던 양치기 소년이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외치는 통에 마을 사람들이 서너 차례나 허겁지겁 달려왔더래요.
하지만 막상 이웃들이 소년을 도우려고 와 보면 소년은 그들의 고생을 보며 배꼽을 잡으며 낄낄 웃었더랬죠.
그러다 하루는 늑대가 정말로 나타나고 말았어요.
이번엔 양치기 소년도 깜짝 놀라 고함을 질렀어요.
“제발, 와서 좀 도와주세요. 늑대가 양들을 잡아먹고 있어요.”
하지만 소년의 비명에 누구도 꿈쩍하지 않았답니다. 이번에도 장난으로 치부한 거죠.
그 바람에 어떤 제지도 받지 않은 늑대가 여유롭게 양떼 모두를 죽일 수 있었답니다.
거짓말을 하면 안 돼요, 가장 중요한 진실의 순간조차도, 그가 비록 진실을 말할 때조차도, 아무도 믿지 않으려 들기 때문이지요.
75. 고양이와 새들
“뭐라고 새장 속의 새들이 아프다고!”
그 말을 들은 고양이는 냉큼 의사 옷을 구해 입곤 지팡이를 손에 쥐고 마치 진짜 의사인양 의료 가방도 챙겨 새들을 방문했답니다.
“똑! 똑!”
그는 문을 노크하며 참 다정스럽게 “그래 아프신 건 좀 어떠신지요, 문을 열어주신다면 제가 진료를 봐 치료해드리지요.”라고 말했어요.
새들이 대꾸했답니다.
“당신이 썩 꺼지시고 저희를 그냥 내버려두신다면, 저흰 정말이지 괜찮을 거고 앞으로도 더 괜찮을 거예요.”
76. 새끼염소와 늑대
새끼염소가 지붕 위에 서 있는데, 저 멀리 안전한 거리에 막 늑대 한 마리가 지나가고 있는 게 보였어요.
그래서 새끼염소가 늑대를 조롱하고 욕까지 하기 시작했죠.
늑대가 위를 쳐다보더니 말했어요.
“이 자식아! 다 들린다. 하지만 나를 조롱하는 건 네가 아니라 네가 밟고 서 있는 그 지붕이란다.”
시간과 장소를 시기적절하게 선택하면 약자도 강자를 이길 수 있답니다.
77. 황소와 개구리
“벌컥벌컥!”
황소가 물웅덩이에서 물을 마시다 그만 개구리 형제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밟아 죽이고 말았어요.
도착한 엄마는 아들 한 명이 안 보이기에, “형은 어딨니? 어찌되니 거니?”라고 아우에게 물었죠.
“형은 죽었어요, 엄마. 방금 막 아주 큰 동물이 거대한 네 발로 물웅덩이로 오더니 발굽이 갈라진 뒷발로 형을 밟아 죽이고 말았어요.”
엄마 개구리가 몸을 부풀리며 물었어요.
“그 동물이 이따만 하더냐?”
“관두세요, 엄마, 몸을 부풀리지 마세요,”라며 아들이 말했어요. “참으시라고요. 그랬다간 그 괴물 크기로 되기도 전에 몸이 빵하고 터져버릴 테니까요.”
78. 양치기와 늑대
한 양치기가 늑대 새끼를 주워 키웠어요.
잠시 후 그는 그 늑대에게 이웃집 목장에서 새끼 양을 훔쳐오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열심히 배우던 늑대가 한번은 양치기에게 말했어요.
“일단 제게 도둑질을 가르치시면, 당신 스스로도 망을 잘 보셔야 할 겁니다. 머지않아 제가 당신의 양들도 훔치게 될 테니까요.”
79. 아빠와 두 딸
아빠에게 두 딸이 있었어요.
한 명은 정원사에게 시집을 보냈고요, 또 한 명은 기와(지붕 위의 기와) 제작자에게 시집을 보냈지요.
한참 후 아빠는 두 딸애들이 어찌 사는가 보고 싶어 방문을 했더랬죠.
아빠가 정원사와 결혼한 첫째 딸을 찾아가 어떻게 지내는지, 별 탈은 없는지 물었어요.
첫째 딸이 말했어요.
“덕분에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굵직한 비 좀 자주 왔으면 해요, 사실 정원에 있는 식물들에겐 그만한 게 없거근요.”
곧이어 아빠는 기와 제작자와 결혼한 둘째 딸의 집에도 방문해 어찌 지내는지 물어보았어요.
그녀가 대답했어요.
“더 이상의 바람이 없을 정도로 잘 지내요,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건조한 날이 계속 되었으면 해요, 화창하고 맑은 햇빛에서만 벽돌들이 잘 건조되거든요.”
아빠가 그녀에게 말했어요.
“네 언니는 비가 오길 기원하고, 넌 또 건조한 날씨를 바라니, 이 아빠는 누구 편을 들어야 하니?”
8 . 농부와 아들들
죽음의 문턱에 선 아빠는 아들들이 농장에 자신만큼 신경을 써주기를 바랬어요.
그래서 그들을 배게 맡으로 불러 말했지요.
“얘들아, 내 포도밭들 중 하나에 큰 보물이 있단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아들들은 삽과 곡괭이들을 가지고 와 온 땅을 다 파보았어요.
하지만 보물을 찾을 수 없었답니다.
다만 그들의 값진 노동 덕분에 포도나무들에선 전에 없는 포도송이들이 풍부하게 생산되었지요.
81. 게(바다에 사는 게)와 엄마
엄마 게가 아들 게에게 말했어요.
“넌 대체 누굴 닮아 그렇게 한쪽으로만 걷니, 얘? 똑바로 걷는 연습을 해보렴.”
어린 게가 대답했어요.
“그럼, 엄마가 시범을 보여주면 내가 따라해 볼게.”
엄마 게가 애를 써보았지만 허사였지요. 그제야 아이를 타이를 때엔 자신부터 돌아봐야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답니다.
훈계보단 솔선수범이죠.
82. 어린 암소와 황소
어린 암소(아직 새끼를 낳지 않은 어린 암소)가 힘들게 밭을 갈고 있는 황소를 보곤 “어찌하시다 그렇게 힘든 노동을 강요당하는 불행한 운명을 타고나시게 된 거세요?”라고 말했어요.
그 후 얼마 안 돼, 한가위(추수 감사제 같은 거) 축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소주인은 황소의 멍에(소의 목에 거는 둥그렇게 구부러진 막대기. 쟁기와 소를 연결하는 도구)를 벗겨주고 쉴 수 있도록 했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축하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그 어린 암소를 새끼줄로 꽁꽁 묶어 제단으로 끌고 갔지요.
그렇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황소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어린 암소보고 말했어요.
“왜 그렇게 너를 자유롭게 살게 놓아주나 봤더니, 제사에 쓰일 소였구나.”
83. 제비와 뱀과 재판소
강남(원문→해외) 갔던 제비가 돌아왔어요. 그녀는 원체 사람들과 함께 사는 걸 좋아했던지라 재판소 담에 둥지를 틀었어요. 곧 일곱 마리의 어린 새들이 알을 깨고 태어났답니다.
그런데 그 담의 구멍에서 뱀 한 마리가 나오더니 아직 갓 태어난 새끼 새들을 몽땅 다 잡아먹어버렸어요.
자신의 둥지가 텅 빈걸 확인한 제비가 목 놓아 탄식하며 말했지요.
“아아 슬프도다! 온갖 부정을 막아준다는 이곳에서 나만 홀로 고통받아야하다니.”
84. 도둑과 엄마
한 소년이 학교 반 친구의 참고서를 훔쳐와 엄마에게 드렸어요.
이에 엄마는 크게 나무라는 대신 격려까지 해주었어요.
소년은 다음번에 외투를 훔쳐와 엄마께 드렸고, 엄마는 다시 격려해주었어요.
젊은이는 이제 어른이 되어서도 더욱 더 크게 도둑질을 했고, 급기야 그 일로 잡혀 두 손이 뒤로 꽁꽁 묶인 채 공개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죠.
사람들 틈에서 뒤따라가던 그의 엄마는 애통함에 가슴을 모질게도 쳐댔어요.
그때 젊은이가 말했어요.
“엄마 귀에다 대고 말할게 있어요.”
엄마가 그에게 다가가자, 젊은이는 있는 힘껏 엄마의 귀를 이빨로 물더니 뜯어버렸어요.
배은망덕한 자식이라며 엄마가 신랄하게 그를 비난했지요.
그러자 아들이 대답했어요.
“아! 제가 처음 도둑질을 해 참고서를 엄마께 갔다드렸을 때 저를 나무라기만 하셨어도 제가 지금 이 꼴이 되어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85. 노인과 죽음
숲에 가서 온종일 나무를 베던 노인이 하루는 시장에 내다 팔려고 그 땔나무들을 등에 이고 무거운 여행길에 오르다 그만 너무도 지치고 피곤해지고 말았어요.
노인은 등에 이고 있던 짐을 내던지다시피 하며 내려놓고는 길가에 털썩 주저앉으며 빌었어요.
“죽자, 죽어, 어서 죽기라도 했으면.”
그 즉시 그의 호출에 호응해 죽음의 신이 나타나 물었어요.
“어인 일로 나를 불렀는고?”
노인이 황급히 일어서며 대답했어요.
“아니 그게 아니고, 짐을 들려다 그만, 이걸 다시 어깨에 얹게 좀 도와주시겠어요.”
86. 전나무와 가시나무
전나무(건축용, 제지용 나무)가 하루는 다음과 같이 가시나무(가시가 있는 모든 나무)에게 뽐내고 있었어요.
“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구나. 하지만 난 지붕에도 쓰이고 건축자재용으로도 쓰이지.”
가시나무가 대답했어요.
“이런 불쌍한 녀석을 봤나, 넌 사람들이 도끼와 톱을 들고 와서 널 베야만, 그제야 ’내가 전나무가 아니라 가시나무로 자랐음‘하고 바라겠지.”
근심 가득한 부자보단, 근심 없는 가난한 사람이 낫다.
87. 생쥐와 개구리와 매
땅에 사는 생쥐가 어쩌다 그만 개구리와 절친(친한 친구)이 되고 말았어요. 생쥐는 대부분의 삶을 물에서 살자나요.
한번은 장난으로 개구리가 자신의 발을 끈으로 생쥐의 발과 묶었어요.
개구리도 양심은 있던 지라 우선은 생쥐와 개구리 모두 먹을 수 있는 풀밭으로 갔지요.
그런 다음 개구리는 점차 자신이 사는 저수지 쪽으로 갔어요.
물가에 도착한 개구리가 순간 첨벙하고 물에 뛰어들고 말았어요, 생쥐를 끌고서 말이죠.
개구리로선 물속이 놀랄 만큼 좋았죠, 그래서 마음껏 수영을 했더랍니다. 정말 좋았거든요.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의 생쥐는 그만 그런 친구 덕에 물에 빠져 죽고 말았어요. 개구리의 발과 끈으로 연결된 생쥐의 시신이 물 위로 떠오르게 되었죠.
이걸 본 매 한 마리가 손살 같이 내려오더니 자신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낚아채 하늘 높이 솟고 말았어요.
생주의 발과 끈으로 연결되어 있던 개구리까지 포로로 끌려가 매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답니다.
아셨죠,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자신의 눈에선 피눈물 나는 법이랍니다(원문→남에게 해를 끼치면 자신에게도 그 해악이 돌아와요).
88. 개에게 물린 남자
개에게 물린 남자가 돌아다니며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을 수소문하고 있었어요.
때마침 그와 마주친 친구 하나가 귀띔을 해주었어요.
“나으려면, 빵 하나를 가져와 자네 상처의 피를 적셔 자네를 문 그 개에게 도로 가 던져주게나.”
이 말 같지도 않은 조언에 기가 찬 남자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어요.
“뭐? 그랬다간, 이젠 온 도시에 있는 모든 개들이 내게로 달려들걸.”
나쁜 사람의 충고는 안 듣는 게 좋아요, 상처만 더 키울 뿐이거든요.
89. 두 개의 항아리
강에 항아리 두 개가 막 떠내려가고 있었어요.
한 개는 토기(진흙으로 만들어 구운 그릇) 항아리였고요, 다른 하나는 놋쇠(=쇠붙이=구리+아연) 항아리였어요.
토기(진흙) 항아리가 놋쇠(쇠붙이) 항아리를 향해 외쳤어요.
“거리 유지해, 자꾸 내 쪽으로 오지 말라고, 난 너와 살짝만 닿아도 박살이 나고 만단 말이야, 어서, 썩 저리로 가, 어서.”
비슷한 친구를 사귀는 게 좋아요.
9 . 늑대와 양
개들에게 물려 심한 상처가 난 늑대가 자신의 굴에서 몸져 눕고 있는데, 배가 너무 고픈 거예요, 그래서 때마침 지나가던 양을 불러 세우곤 “바로 옆에 흐르는 개울에서 물 좀 떠다 주겠니?”라고 물었어요.
늑대가 계속 말했어요.
“왜냐면 네가 물을 좀 가져다주면, 내가 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을 거 같거든.”
“넷?”라며 양이 말했어요. “제가 당신의 목마름을 해소해주는 날엔, 십중팔구 제 살도 당신한테 내주게 될 거잖아요.”
거짓말은 쉽게 들통 나는 법이에요.
91. 흑인 노예
흑인 노예를 산 주인이 그가 전 주인의 외면으로 잘 씻질 못해 때가 시꺼멓게 피부에 올라온 걸로 착각했지 뭐예요.
그래서 노예를 집으로 데려오자마자 주인은 그를 깨끗이 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했답니다.
노예는 치질 새 없이 문질러 씻고 또 씻어야만했지요.
하지만 엄한 감기만 걸렸을 뿐, 그의 피부와 안색은 전혀 변하지 않았답니다.
타고난 건 변치 않는 법이에요.
92. 어부와 그물
옛날에 자기 일을 천직(하느님이 주신 직업)으로 알고 열심이인 어부가 한 명 있었어요.
그가 그물을 던졌다 하면 엄청난 수의 물고기들이 잡혔지요.
그럼 그는 그 그물을 솜씨 좋게 다뤄 큰 물고기들을 해안가로 끌어당겼답니다.
그 사이 작은 물고기들이 그물을 구멍들 사이로 슝슝 빠져나갈 수 있었죠.
93. 사냥꾼과 어부
자신의 개들과 함께 들판에서 돌아오던 사냥꾼이 우연히 바구니에 물고기를 담아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어부와 마주쳤어요.
사냥꾼은 물고기가 탐이 났고, 물고기의 소유자는 상대방 사냥 주머니에 담긴 내용물들이 탐이 났지요.
그래서 그들은 서로의 수확물을 교환하기로 동의했어요.
이 물물교환이 아주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그들은 매일 같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만나 교환했죠.
결국 보다 못한 이웃이 그들에게 말했어요.
“그런 식으로 깡그리 다 바꾸는 걸로 하시다간, 물물교환의 즐거움도 곧 잃어지고 원래 자기 수확물들을 계속 가지고 있어질 게요.”
절제하고 즐깁시다.
94. 노파와 포도주 병
노파가 최근 오래된 고급 포도주를 담아놓았던 빈 병을 발견했는데, 속이 비었음에도 전에 담긴 포도주 향기가 그윽이 남아 있지 뭐예요.
그녀가 코를 몇 번 킁킁 대고서 이리 저리 맡아보며 말했어요.
“참 그윽한 맛이다! 아주 좋은 포도주야, 자기가 머문 자리에 이리도 달콤한 향을 머금고 있으니!”
착하게 삽시다.
95. 여우와 까마귀
까마귀 한 마리가 고기조각 하나를 훔쳐선 입에 꼭 물곤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답니다.
이걸 본 여우는 그 고기조각을 자신이 대신 먹고 싶어 안달이 났어요. 그래서 잔꾀를 하나 생각해냈죠.
“참 예쁜 까마귀야.”라며 여우는 큰소리로 말했어요. “정말 몸매며 피부며 아름다움 그 자체인 걸! 오, 좋은 목소리만 가졌다면, 정말 새들의 여왕이 되시고도 남겠어!”
이건 모두 여우가 까마귀를 속이려고 하는 말들이었어요.
하지만 한껏 우쭐해진 까마귀는 목소리 자랑도 하고 싶어 큰 소리로 까악까악 울어댔지요.
그 바람에 물고 있던 고기를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여우는 잽싸게 그걸 낚아채 가며 까마귀보고 말했어요.
“존경하는 까마귀 씨, 목소리 좋은 건 알겠는데, 재치가 부족하시군요.”
96. 개 두 마리
어느 사람이 개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어요.
사냥개와 집 지키는 개가 그들이었죠.
사냥개는 주인이 사냥을 하는 동안 도우도록 교육을 받았고, 집 지키는 개는 그냥 집을 잘 지키도록 교육받으며 자랐답니다.
사냥에서 돌아오고 나면 주인은 항상 잡은 사냥감들 중 상당한 몫을 집 지키는 개에게도 주었어요.
그게 사냥개의 눈엔 참 아니 꼬았지요.
그래서 사냥개가 자신의 친구보고 뭐라 그랬어요.
“온종일 사냥을 하는 건 힘든 일이라고, 반면 넌 사냥을 돕는 것도 아니면서 어찌해 이토록 많은 사냥감들을 네 몫으로 챙기는 거니.”
집 지키는 개가 대답했어요.
“날 탓하지 말게, 친구, 주인님을 탓하라고. 그는 내게 일 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어, 다만 다른 이의 노력 물에 의지해 살아가도록 했을 뿐이지, 내 탓이 아니라고.”
아이들이 그리된 건 부모님들 탓도 크답니다.
97. 소외양간에 들어온 수사슴
수사슴이 개들에게 너무 호되게 쫓기다 그만 두려움에 눈이 멀어 위험을 피하고자 농장에 있는 외양간으로 뛰어 들어가 소들 칸막이들 사이로 몸을 숨기고 말았어요.
소들이 친절하게 경고를 주었답니다.
“불쌍한 애야! 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니, 붙잡히면 어쩌려고?”
수사슴이 대답했어요.
“잠시만 있게 해줘, 친구, 잠시만 머물게, 상황을 봐서 좋게 빠져나갈 기회를 찾아볼게.”
저녁이 다가오자 목동들이 가축들에게 먹이를 주러 왔어요. 하지만 그들 중 아무도 그 수사슴을 발견하진 못했답니다. 심지어 몇몇 일꾼들과 함께 온 농장 관리인조차도 수사슴 앞을 지나갔지만 보진 못했죠.
그제야 한시름 놓은 수사슴이 자신이 위급할 때 상냥하게 대해준 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어요.
소들 중 한 명이 대답했어요.
“우린 정말 네가 잘 됐으면 좋겠어, 위험에서도 빠져나가고 말이야. 그런데 말이지, 네가 다른 일꾼들의 눈을 속일 수 있었을지 몰라도, 일단 농장 주인이 오면 널 단번에 찾아낼 거야, 그럼 넌 끝장이라고.”
그때 농장 주인이 정말로 외양간으로 들어오며 “소들이 왜 이리 제대로 못 먹는 거야”라며 불평을 해대더니 사료(먹이) 선반(물건을 얹는 곳)으로 다가가며 소리쳤어요.
“사료(먹이)가 왜 이리 모자라? 깊이 반도 안 차있음 어쩌자는 거야. 게으른 일꾼 녀석들, 네가 거미줄 없애라고 그렇게 일렀건만.”
농장 주인은 하나하나 빠짐없이 모든 걸 점검하기 시작했답니다.
그때 그의 눈이 그만 밀짚 속에서 밖을 엿보고 있던 그 수사슴의 뿔의 끝과 마주치게 되었죠.
그 순간 농장 주인은 자신의 일꾼들을 부르더니 수사슴은 붙잡아 죽이라 지시했어요.
98. 매와 솔개와 비둘기들
솔개의 출현에 잔뜩 겁을 집어먹은 비둘기들이 자신들을 보호해 달라며 매에게 부탁했어요.
매는 단번에 동의했죠.
그래서 비둘기들이 매를 비둘기 장 안으로 들이자마자, 비로소 비둘기들은, 솔개가 1년 동안 죽인 비둘기들을 매는 단 하루 만에 다 죽인다는 걸 알게 되었고, 비둘기장은 말 그대로 초토화가 되고 말았답니다.
병 고치려다 병 얻는다.
99. 과부와 양
어느 가난한 과부가 홀로 양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어요.
털을 깎을 시기가 되자 양털은 깎아야겠는데 비용은 줄이고 싶던 과부가 직접 털을 깎기도 하곤 가위질을 하는데 어찌나 서투르게 하던지 양털 베는 중간중간 멀쩡한 살점도 같이 베었어요.
양이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말했어요.
“왜 저를 다치게 하세요, 주인님? 양털에 제 피도 포함돼야 하는 건가요? 제 살점을 원하시면 저를 단번에 죽일 수 있는 정육점 주인에게 건네면 될 것이고, 제 양털을 원하시는 거라면 저를 다치지 않게 잘 깎을 수 있는 ‘양모 깎는 사람’에게 저를 맡기면 되는 거잖아요.”
돈 한 푼 아끼려다 사람 잡을 수 있어요.
1 . 야생 당나귀와 사자
야생 당나귀(한 마리)와 사자(한 마리)가 동맹을 맺었어요. 그 바람에 숲에 사는 동물들을 쉽게 사로잡을 수 있었죠.
사자의 엄청난 힘과 야생 당나귀의 초스피드가 서로 궁합이 딱 맞아떨어졌던 거지요.
자신들이 먹을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더 많은 동물을 잡고 나서, 사자가 먹이를 나누는데 아 글쎄 세 등분으로 나누지 뭐예요.
“하나는 당연히 내가 왕이니,”라며 사자가 말했어요. “내 꺼야, 그리고 두 번째 몫은 너와 사냥에 파트너로 참여해준 보답으로 또 내 꺼야, 그리고 세 번째 몫은 말이야, 잘 생각해 네 목숨이 까닥 까닥 할 수 있으니, 이 세 번째 몫을 내게 주기 싫음 즉시 내게서 달아나는 게 좋을 거야.”
보셨죠, 힘이 곧 정의랍니다.
1 1. 독수리와 화살
독수리 한 마리가 높은 바위 위에 앉아 먹잇감으로 꼭 집어놓은 산토끼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어요.
숨어서 이를 지켜보던 ‘활 쏘는 사람’이 가만히 활을 겨누더니 쑹하고 쏘아 독수리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말았죠.
자신의 심장을 꿰뚫은 그 화살을 힐끗 본 독수리는 그게 자신의 종족인 독수리의 깃털로 만들어진 걸 알게 되었어요.
“아 마음이 두 배로 더 아프다,”라며 독수리가 탄식하며 말했어요. “우리 종족의 날개에서 나온 깃털 화살에 맞아 죽어야한다니.”
1 2. 병든 솔개
솔개가 죽을병에 걸리고 말았어요.
솔개가 엄마에게 말했죠.
“아 엄마! 울지 말고, 내가 좀 더 살 수 있게 신들에게 호소나 해줘.”
엄마가 대답했어요.
“아아! 이것아, 어느 신이 널 도와주겠니? 그동안 네가 신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그 많은 제단(탁자)들에서 훔쳐온 음식들이 얼마나 많은데.”
위기 때 도움을 받으려면 평소 행실을 잘했어야죠.
1 3. 사자와 돌고래
사자가 해변을 어슬렁거리다 파도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던 돌고래를 발견하곤, “친구 하자”고 제안했어요.
“난 지상의 왕, 넌 바다의 왕이니, 우리 둘은 최고의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돌고래도 그 제안에 선 듯 찬성을 했지요.
머지않아 그 사자가 야생 황소와 불꽃 튀는 육박전을 벌이게 되어 돌고래에게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돌고래는 비록 선뜻 돕고 싶어도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죠. 땅으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었으니까요.
사자가 발끈했어요.
“이 배신자야!”
돌고래도 지지 않고 말했죠.
“그런 게 아니라고, 친구, 날 탓하진 마, 내게 바다에선 최상의 조건을 주었으면서도, 땅에선 조금도 힘을 쓸 수 없게 만든 자연을 탓하라고.”
1 4. 사자와 멧돼지
어느 여름날, 무더위가 한참 기승을 부릴 때, 목이 마른 사자와 멧돼지가 동시에 같은 우물가에 물을 마스러 도착하고야 말았어요. 그것도 작은 우물가에 말이죠.
곧 누가 먼저 마실 것인가를 두고 격렬한 다툼이 시작되다 급기야는 사납게 싸우기 시작했죠.
그때 그들이 잠시 떨어져 숨을 가누다 보니, 저 멀리서 콘도르(독수리) 몇 마리가 사자와 멧돼지 어느 한 쪽이 죽으면 만찬을 즐기려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 뭐예요.
사자와 멧돼지가 싸움을 끝내며 말했어요.
“까마귀나 콘도르(독수리)들의 밥이 되느니, 친구가 되는 편이 훨씬 낫지.”
1 5. 애꾸눈 암사슴
한쪽 눈이 먼 암사슴이 최대한 안전한 장소를 찾다보니 해안가의 절벽 바로 가까이에서 풀을 뜯곤 했어요.
그녀는 잘 보이는 눈은 사냥꾼이나 사냥개들이 다가올 수도 있는 육지 쪽으로 향했고요, 반대로 다친 눈은 바다 쪽을 향하게 했지요. 바다로부터는 어떤 위험이 올 거 같지 않았으니까요.
때마침 지나가던 선원 몇몇이 그녀를 발견하곤 성공적으로 조준을 해 암사슴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어요.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암사슴이 헐떡이며 말했어요.
“바보 같으니라고! 육지 쪽만 예방할 생각만 했지, 나를 죽일 위험이 바다로부터 오리라곤 생각도 못했잖아.”
1 6. 양치기와 바다
양치기가 해안가 근처에서 양 떼를 돌보며 살고 있었어요.
그러다 무척이나 고요하고 조용한 바다를 보곤 장사를 하며 항해를 할 생각을 먹게 되었죠.
그는 자신의 양 떼를 모두 팔고 뱃짐을 가득 싣곤 항해를 했어요.
그러다 거대한 폭풍우를 만나 배는 가라앉고 뱃짐들은 모두 바다에 빠지고 그도 그냥 간신히 목숨만 구해 빈 배를 얻어 타고 탈출할 수 있었죠.
머지않아 지나가던 누군가가 멈춰서더니 고요한 바다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예전 그 양치가가 끼어들며 말했어요.
“저 놈(바다)이 또 뭔가 당기는 모양이지, 잠잠한 척 하는 걸 보니.”
1 7. 당나귀와 수탉과 사자
당나귀와 수탉이 ‘짚을 깐 가축의 겨울 우리’에 있는데, 굶주림에 지친 사자가 들이닫쳤어요.
사자는 다짜고짜 당나귀에게 달려들려 했고, 다급해진 수탉이 고함을 질러댔지요. 수탉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사자의 귀에 혐오감 그 자체였어요.
사자가 더는 견디지 못하고 달아났어요.
수탉의 울음에 사자가 끔찍이도 전율하며 도망치는 걸 본 당나귀는 용기가 나서 사자를 뒤쫓아가기 시작했어요.
멀리 가지 않아 사자는 몸을 돌리곤 단번에 당나귀를 덮쳐 갈가리 찢어놓고 말았지요.
근거 자신감은 파멸의 지름길이랍니다.
1 8. 생쥐들과 족제비들
족제비들과 생쥐들 사이에 끝장 전쟁이 벌어져 피가 낭자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 싸움들에서 항상 족제비들이 이겼다는 거지요.
생쥐들은 계속해서 지자 작전회의를 열고 결론을 내렸죠.
“이건 모두 우리들에게 장교들이 없기 때문이야.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장교들 말이야. 전술 부족이 우리를 위험에 노출시킨 거라고.”
그리하여 그들은 생쥐의 지도자들을 뽑았어요. 모두 똑똑하고 힘세고 말 잘하고 싸움에 앞장서는 애들로만 뽑았죠. 이제 생쥐들은 백전백승 할 것만 같았답니다, 장교들과 함께라면 말이죠.
장교 선출이 끝이 나고, 군대의 규율을 정한 다음, 장교 생쥐들이 족제비에게 도전장을 다시 내밀었지요.
장교 생쥐들의 머리엔 지푸라기들을 꽂아 군대에서도 더 잘 보이게 조치했답니다.
전투가 벌어지자마자 또 다시 생쥐들이 대패하고 말았어요, 생쥐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구멍들 속으로 들어가 버렸죠.
그런데 장교 생쥐들은 자신들의 머리에 쓴 거추장스러운 지푸라기 장식들 때문에 구멍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그 바람에 모두 잡혀서 족제비들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답니다.
특권이 쌜수록 더 위험해지는 거랍니다.
1 9.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원래제목→생쥐들은 회의 중)
생쥐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엄청난 적인 고양이의 접근을 미리 알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회의를 소집했어요.
수많은 계획들이 제출되었고, 그 중 한 안건이 대다수의 찬성을 받았는데, 그건 바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는 내용이었어요.
그렇게만 된다면야 딸랑이는 소리를 듣고서 생쥐들이 도망쳐 구멍 속으로 숨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회의가 “그럼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로 이어지자 그 많든 생쥐들이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답니다.
11 . 늑대와 ‘집 지키는 개’
목에 개목걸이를 하고서 피둥피둥 살이 찐 ‘마스티프’(불도그처럼 생긴 개. 맹수사냥용으로 사육되는 초대형 사육견)가 마주친 늑대가 “대체 누구 덕에 그렇게 살이 오른 건가? 그리고 그 무거운 목걸이는 또 뭔가?”라고 물었어요.
“우리 주인이야.”라며 마스티프(개)가 대답했어요.
그러자 늑대가 말했어요.
“내 친구 아무도 그런 비참한 신세를 하려 들진 않을 걸세, 그 사슬의 무게 때문에 밥맛 다 떨어질 거 아닌가.”
111. 강들과 바다
강들이 모여 바다에게 항의 했어요.
“우리끼리 흐를 땐 마시기 좋고 달콤한데, 왜 우리가 너한테로만 흘러들면 짜고 마시지 못할 물로 변하는 거니?”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목소리를 들은 바다가 퉁명스레 말했어요.
“그럼 나한테로 안 오면 되는 걸 굳이 와서 소금물이 되는 거니.”
112. 우스꽝스런 당나귀
당나귀가 하루는 집 지붕으로 기어올라가더니 이리저리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기와를 깨부셨어요.
주인이 뒤쫓아 와선 당나귀를 재빨리 아래로 끌어내리곤 나무 몽둥이로 정말이지 비오는 날에 먼지 나도록 두들겨 팼어요.
당나귀가 말했어요.
“아니, 저도 다 봤단 말이에요, 어제 원숭이가 주인님 앞에서 이렇게 할 때 재밌다는 듯 그렇게도 웃으시더니만.”
113. 세 명의 상인
대도시가 적들에게 포위되었어요.
시민들이 한데 모여 적을 방어할 묘안을 논의하기 시작했지요.
벽돌공이 결연히 일어나더니 “벽돌이야 말로 적들로부터 성을 보호할 수 있는 최고의 재료요”라고 추천했어요.
이에 목수도 지지 않고 나서며 말하길, “목재야 말로 방어용으로 쓰기에 그만이오.”라고 제안했어요.
이에 ‘가죽을 다루는 사람’도 일어나더니 말했어요.
“여러분들, 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들로부터 몸을 숨기기에 세상에 가죽만한 것도 또한 없지요.”
자기 게 최고라네요.
114. 주인과 개들
한 남자가 폭풍우에 갇혀 시골집에 갇혀 있었어요.
그러다 처음에는 자신의 양을 죽였고, 다음엔 염소들을 죽여 자기 가족을 생활을 돌봤답니다.
폭풍우기 여전히 계속되자, 그는 이제 한 쌍의 소까지도 도축해 잡아먹었어요.
이를 본 그의 개들이 한데 모여 의논했지요.
개들이 말했어요.
“이제 우리도 시간문제야, 왜냐면 밭일을 하는 소까지 도축했다는 건 주인에게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증거야, 하물며 우리라고 무사하겠니?”
자기 가족을 학대하는 친구를 신뢰해선 안돼요.
115. 늑대와 양치기들
늑대가 지나가다 우연히 오두막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몇몇 양치기들이 앉아선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아 글쎄 양고기 뒷다리와 허리 살을 쌓아놓고 먹고 있지 뭐예요.
창가에 바짝 다가서며 늑대가 말했어요.
“내가 그랬으면 생난리를 쳤을 것들이!”
116. 돌고래들과 고래들과 같잖은 청어
돌고래들과 고래들이 서로 피 터지는 전쟁을 시작했어요.
전쟁이 한창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청어 한 마리가 물결들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다가오더니 “내가 말릴 수 있겠는데”라며 화해를 시키려고 했어요.
이에 돌고래들 중 한 명이 대답했어요.
“우리 일에 너 같은 같잖은 녀석의 의견을 받아들이려니 차라리 싸우다 서로 다 죽고 말겠다, 썩 꺼져.”
117. 신의 조각상을 운반한 나귀
한번은 당나귀가 나무로 만든 신의 유명한 조각상 하나를 도시로 운반해주고 있었어요.
사원에 갖다놓기 위해서였죠.
길을 가는데 아 글쎄 사람들이 너도 나도 조각상 앞에 엎드리는 게 아니겠어요.
당나귀는 이게 다 사람들이 당나귀 자신을 존경해서 머리를 숙이는 거로 착각을 해 자긍심으로 콧바람이 한껏 들어가 거만해지더니 급기야는 한 발자국도 더는 짐을 못 옮기겠다고 거부하고 나섰죠.
그걸 본 마부가 인정사정없이 채찍을 휘두르며 말했어요.
“이 미련 곰탱아! 어서 가지 못해, 이 사람들이 당나귀 너를 숭배해서 이르는 줄 아느냐.”
다른 이의 명성에 기대 으스대는 건 현명하지 못해요.
118. 두 여행자와 도끼
남자 둘이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둘 중 한 사람이 길바닥에 놓인 도끼 한 자루를 줍더니 말했어요.
“내가 도끼 한 자루를 발견했네.”
“그게 아니지, 이 사람아,”라며 친구가 말했어요. “‘자네’가 아니라 ‘우리’가 도끼를 발견했다고 해야지.”
멀리 가지 않았을 때, 그 도끼의 원래 주인이 급히 뒤쫓아오는게 보였어요.
도끼를 주운 남자가 말했어요.
“우리 이제 큰일 났군.”
“아니지,”라며 친구가 말했어요. “말은 가려해야지, 이 사람아, 뱉은 말엔 책임을 져야할 게 아닌가. 큰일 난 건 ‘우리’가 아니라 ‘자네’일세.”
상을 나눠야 위험도 나누죠.
119. 나이 먹은 사자
사자가 세월을 먹고 허약해져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이었어요.
숨을 거둘 장소에 누워 있었죠.
멧돼지가 들이 닫치더니 엄니로 다짜고짜 사자를 푹 찔러 예전 원한을 되갚고 갔어요.
곧 황소도 나타나선 뿔로 사자에게 상처를 입히고 갔어요.
이로써 사자가 보복할 힘이 없음을 확인한 당나귀가 달려오더니 뒷발로 사자의 앞이마를 냅다 걷어찼어요.
숨이 거의 끊어져가던 사자가 말했지요.
“맹수들한테 당한 모욕이야 참겠어도, 동물의 수치인 네게서 입은 모욕은 도무지 못 참겠다, 이건 나를 두 번 죽이는 꼴이다.”
12 . 늙은 사냥개
젊은 시절엔 팔팔하고 맹수들도 거침없이 물리치던 사냥개가 어느덧 세월을 먹었어요.
그가 이제 멧돼지를 뒤쫓다 대담무쌍하게도 멧돼지의 귀를 물었지만 오래 물고 있을 수가 없었어요, 남아 있는 이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가 멧돼지를 놓치고 말았어요.
주인이 허겁지겁 다가오더니 무척이나 실망해선 개를 향해 인정사정없이 욕설을 뱉었어요.
사냥개가 천천히 올려다보며 말했어요.
“제 실수가 아니랍니다, 주인님. 제 정신력은 여전하지만, 제 나이는 저도 어쩔 수 없답니다. 그러니 현재의 저만 보시고 탓하시지 마시고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일들을 보시고 높이 사 주세요.”
121. 벌과 제우스
히메투스 산(그리스 동남부, 아테네 동쪽에 있는 높이 1, 28미터 산 이름) 꿀벌 떼의 여왕벌이 올림포스 산(그리스 북부. 그리스에서 가장 높은 산 이름. 높이 2,918미터)으로 기어 올라가 제우스 신께 자신의 벌집들에서 생산한 신선한 꿀을 받쳤답니다.
그 선물에 제우스 신이 무척이나 반기셨어요.
그래서 말씀하셨죠.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마.”
그래서 여왕벌이 애원하며 말했답니다.
“부디, 저희에게 벌침을 주세요. 꿀벌을 가져가려고 다가오는 인간들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게요.”
이에 제우스 신께서 크게 난처해하셨어요. 그는 인간들을 사랑했거든요, 그렇다고 이왕 들어주기로 한 소원을 안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그래서 그는 여왕벌에게 말했어요.
“그래 네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마, 다만 그 벌침으로 너희들의 목숨도 위험해지리라. 너희들이 벌침을 쏘면, 벌침은 너희들이 쏜 곳에 남을 것이며, 그 벌침을 잃은 너흰 그 이유로 죽게 되리라.”
나쁜 소원을 빌면 벌 받아요.
122. 우유 짜는 소녀와 들통
농부의 딸이 우유 들통을 머리에 이고 들판에서 농장으로 향하며 들떠 있었어요.
“이 우유를 내다팔면 돈이 생기지, 그럼 그걸로 적어도 달걀 3백 개는 살 수 있을 거야. 그럼 그 달걀에서 2백 5십 개 정도의 병아리들은 태어날 거고, 그럼 그 병아리들을 키워서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 내다팔 수 있을 거야, 그럼 궁극적으로 그 돈으로 연말엔 새 옷을 한 벌 살 정도의 돈은 마련이 될 테지. 그럼 그 드레스를 입고 크리스마스 파티에 가면, 젊은 총각들이 모두들 내게 프러포즈를 하려들 테지. 그럼 난 꼿꼿이 고개를 들고 도도한 척 다 차버릴 거야, 이렇게.”
바로 그때 흥에 겨운 그녀가 고개를 그만 뒤로 확 젖히고 말았어요, 그 바람에 우튜가 든 들통이 땅바닥에 너부러지고 말았답니다. 즉 그녀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만 거죠.
123. 바닷가의 나그네들
해안가를 여행하던 몇몇 나그네들이 높은 절벽 꼭대기로 올라가보았답니다, 바다 너머를 보려고요.
어째 바다 저 멀리서 커다란 배 한 척이 보이지 뭐예요.
그래서 그 배가 항구에 들어오는 광경을 지켜보려는 욕심에 기다렸죠.
하지만 바람에 떠밀려 해안 가까이 온 그 물체는 어째 그냥 작은 보트 같았어요, 배가 아니고 말이죠.
그리고 그 보트가 해변에 도착했을 때 보니 그건 그냥 땔나무 큰 한 묶음에 불가하더지 뭐예요.
기가 찬 나그네들 중 한 명이 친구들을 향해 말했어요.
“기껏 기다렸더니, 웬걸 그냥 나무네.”
현실은 항상 기대만 못하죠.
124. ‘놋그릇(쇠붙이 그릇)을 만드는 사람’과 그의 개
‘놋그릇(쇠붙이 그릇)을 만드는 사람’에겐 귀여운 개가 한 마리 있었어요.
주인을 무척이나 따르는 친구 같은 개였죠.
하지만 그 개는 주인이 쇠붙이로 그릇을 만드는 동안엔 자다, 주인이 저녁을 가져와 먹기만 하면 벌떡 일어나 꼬리를 흔들며 먹을 걸 나눠 달라고 조르는 그런 개였지요.
그러던 하루는 주인이 짐짓 화난 듯 행동하며 개에게 몽둥이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어요.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아! 내가 못 때릴 거 같니? 주인이 일하는 동안엔 자빠져 잠만 자더니, 내가 일을 끝내고 뭘 먹기만 하면 깨선 음식을 달라고 꼬리를 흔드는 거니. 노동이 모든 축복의 근원이며,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란 말도 모르니?”
125. 당나귀와 그림자
여행자가 당나귀 한 마리를 빌려 먼 길을 떠났어요.
가다보니 너무 더운 거 있죠, 햇빛이 정말 쨍쨍 내렸거든요.
그래서 여행자가 잠시 쉬려고 멈추곤 열기를 피할 만한 곳을 찾다보니 당나귀 그림자 아래면 괜찮을 거 같았어요.
그런데 그 그림자가 작아 딱 한 사람이 누우면 끝인 거 있죠.
그 바람에 여행자와 당나귀 주인이 서로 그 그림자가 자기 거라 주장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그들 사이에 격한 말다툼이 벌어졌지요.
당나귀 주인은 “당나귀가 내 건데 그 그림자도 내 꺼지.”라고 우겼고요, 여행자는 “내가 당나귀를 빌렸으니 이 당나귀의 그림자도 내 거지 않소.”라고 주장했어요.
그러다 말다툼이 주먹다짐으로 변해 두 사람은 뒤엉켜 싸우게 되었고, 그 틈을 타고 당나귀를 총총 걸음으로 도망가 버렸답니다.
그림자 싸움에 엉뚱한 당나귀만 놓친 꼴이죠.
126. 당나귀와 그의 주인들
허브(약초. 라벤더와 박하 등등) 판매상이 당나귀에게 밥은 조금만 주고 일은 엄청 시켰어요.
그래서 당나귀는 제우스에게 빌었죠.
“벗어나고 싶어요, 주인 바꿔 주세용~♥”
제우스는 그에게 경고했어요.
“후회할 건데.”
그리하여 당나귀는 이제 타일(기와)를 제조하는 사람에게 팔려가게 되었어요.
곧 당나귀는 벽돌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전 직장보다 훨씬 힘들다는 걸 알곤, 다시 한 번 제우스 신께 자신의 주인을 바꿔 달라 청을 올렸죠.
제우스가 말했어요,
“이번이 마지막이니라.”
그리하여 당나귀는 이제 ‘동물의 털과 기름을 뽑고 가죽을 부드럽게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팔려가게 되었어요.
이 끔찍한 상황변화에 당나귀가 끙끙 앓으며 말했지요.
“내가 죽은 후 내 가죽을 매질해 부드럽게 만든 다음 팔려는 현재의 주인보단 그래도 밥은 적게 먹고 일은 고되었지만 전 주인이 훨 나았는데. 그냥 처음 주인에게 머물 걸(ㅜ_ㅜ).”
127. 참나무와 갈대
엄청 큰 참나무 한 그루가 강풍에 그만 뿌리 채 뽑혀 시냇물 위에 꼴까닥 드러눕고 말았어요.
갈대들 사이로 쓰러진 참나무가 말했어요.
“너희들은 그리고 여리고 가냘프면서도 이 강풍에 끄떡없구나.”
갈대들이 대답했어요.
“네가 그 강풍에 맞서려고만 했으니까 그러지. 그 바람에 강풍도 기를 쓰고 널 쓰러뜨린 거 아니니. 반면 우린 미풍에도 고개를 숙일 줄 안단다, 그러니 우리 갈대들에겐 부러지는 일은 없어, 바람도 빗겨가거든.”
숙일 줄 아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128. 어부와 작은 물고기
그물을 던지며 살아가는 어부가 하루는 자신의 노동의 결과로 자그마한 물고기 한 마리를 건져올렸답니다.
숨을 헐떡이며 그 물고기가 살려 달라 애원하며 말했어요.
“오 나리, 절 놓아주세요, 저처럼 작은 걸 어디 쓰시게요? 전 아직 자르려면 많이 남앗다고요. 이번에 저를 풀어주시면 제가 바다로 돌아가 부자의 식탁에 올릴 만큼 큰 물고기가 되어 다시 나리의 그물에 걸려 큰 수익이 되게 해드릴게요.”
어부가 대꾸했어요.
“가소롭긴, 네가 언제 다시 잡힐 줄 알고 나중을 생각해 널 풀어달란 거니.”
129. 사냥꾼과 나무꾼
담력이 썩 있진 못한 어떤 사냥꾼 한 명이 사자의 발자국을 찾고 있었어요.
때마침 숲에 나무 베를 사람이 있기에 가서 “사자의 발자국 흔적 못 보셨소, 아님 사자의 잠자리라고 아시는지?”라고 물어보았지요.
“그래요,”라며 나무꾼이 말했어요. “그거라면 저와 함께 갑시다, 내 직접 사자를 보여드리리다.”
그 말에 얼굴이 새파래진 사냥꾼이 겁에 질러 이빨까지 딱딱 부딪히며 말했어요.
“아뇨, 아닙니다, 형씨. 난 그걸 물은 게 아니오. 내가 찾던 건 발자국이지, 사자가 아니라오.”
말 따로 행동 따로죠. 모름지기 말과 행동 모두 용감해야한답니다..
13 . 멧돼지와 여우
멧돼지가 나무 아래 서서 자신의 엄니를 나무줄기에다 대고 갈고 있었어요.
때마침 지나가던 여우가 “지금 이 근처엔 사냥꾼도 그렇다고 사냥개도 없는데 왜 이빨을 날카롭게 하고 있어요?”라고 물어보았어요.
그러자 멧돼지가 대꾸했어요.
“신중해야해. 위험이 닫치면 그때가선 이 무기를 날카롭게 할 시간적 여우가 없을 거잖니.”
131. 농장(농가)에 들어간 사자
사자가 농장(농업을 경영하는 곳)에 들어왔어요.
농부는 얼른 문을 닫았어요, 사자를 생포할 생각이었거든요.
탈출구가 막힌 걸 깨달은 사자가 양들을 덮쳐 마구 죽이더니 급기야 황소들까지 공격했어요.
일이 걷잡을 수 없이 크진 걸 깨달은 농부는 황급히 문을 열어 사자를 풀어주었어요.
사자가 떠난 후 살펴보니 농장은 양들과 황소들의 죽음으로 그야말로 처참한 지경이 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이럴 다 지켜보던 그의 아내가 말했지요.
”원 세상에, 이래도 싸지. 저 멀리서 으르렁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벌벌 뜨시던 분이 그래 농장에 들어온 사자를 잡겠다고 문을 닫으실 게 뭐예요, 그게 가당키나 하세요?“
132. 헤르메스 신과 조각가
인간들 사이에 자신의 평판을 한 번 보고 싶지 뭐예요, 헤르메스 신(상인, 도둑, 웅변의 신. 신들의 심부름꾼 신. 상표 헤르메스가 이 헤르메스인걸 방금 깨닫고 엄청 놀랐음 *_* 신대륙의 발견. 넘 신기 와~)이 말이죠.
그래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조각가의 스튜디오(작업실)를 방문해 다양한 조각상들을 둘러보는 척 했죠.
헤르메스 신은 먼저 제우스 신(그리스 최고의 신)과 헤라 신(제우스 신의 아내)의 조각상들의 가격을 물어보았어요.
조각가가 각각의 가격을 말하자, 헤르메스 신은 짐짓 자신의 조각상을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물어보았어요.
“이건 사겠단 사람이 많겠는 걸, 전령(심부름꾼)의 신이지 않소, 그래 이 조각상의 가격은 얼마요?”
조각가가 거들떠도 안 보며 말했어요.
“원 별말씀을, 그건 그냥 아까 두 조각상을 사시면 덤으로 드리리다.”
133. 백조와 거위
어떤 부자가 시장에서 거위 한 마리와 백조 한 마리를 샀어요.
한 마리는 요리해 먹으려고 산거고, 다른 한 마리는 노래를 들으려고 구입한 거지요.
거위를 잡아먹을 때가 되자, 요리사가 야밤에 거위를 잡으러 갔는데, 그만 날이 어찌나 어두운지 어느 게 백조이고 거위인지를 분간할 수가 없지 뭐예요.
그 바람에 요리사는 실수로 백조를 거위 대신 잡고 말았어요.
죽음의 두려움에 뜬 백조가 “꽥!”하고 노래를 힘껏 부르자, 그제야 요리사는 자신이 착각한 걸 알고 대신 거위를 잡았답니다.
목소리 덕분에 목숨을 구한 경우인 거죠.
134. 몸이 부푼 여우
아주 배가 고프던 여우가 어쩌다, 목동들이 빈 참나무 속에 두고 간 빵과 고기를 발견했어요.
여우는 구멍으로 들어가 맛나게 음식들을 먹었죠.
다 먹자, 몸이 엄청 불어나 도무지 빠져나올 수가 없지 뭐예요. 그래서 끙끙 앓으며 자신의 불운을 한탄하고 있었죠.
그때 또 다른 여우가 지나가다 그의 비명을 듣곤 와서 “뭔 일이냐?”고 물었어요.
자초지종을 다 들은 그가 말했어요.
“아, 그냥 거기 있어, 이 친구야, 그럼 들어갈 때처럼 몸이 다시 홀쭉해질 거고 그럼 그때 빠져나오면 되잖니.”
135. 여우와 나무꾼
사냥개들에게 쫓기던 여우가 마침 떡갈나무를 베고 있던 나무꾼과 마주쳐 안전하게 “숨을 만한 곳을 알려 달라” 간청했어요.
나무꾼은 “내 오두막에 들어가 있거라”라며 알려주었지요.
여우는 거기로 들어가 구성에 몸을 꽁꽁 숨겼답니다.
곧이어 사냥꾼이 자신의 사냥개들과 함께 도착해 나무꾼보고 “혹시 여우 못 보셨소?”라고 물었어요.
나무꾼은 “못 봤는데요.”라며 말했지요, 그런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손가락으로 여우가 숨은 자신의 오두막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다행히도 사냥꾼은 그 손짓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나무꾼의 말만 믿고 서둘러 딴 곳으로 가버렸어요.
사냥꾼들과 개들이 멀리 떠나자마자, 여우가 나오더니 나무꾼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않고 떠나려했어요.
그래서 나무꾼이 여우를 불러 세우곤 나무라며 말했지요.
“이 배은망덕한 놈아, 내가 네 생명을 구해주었거늘, 어찌하여 고맙단 인사 한 번 없는 거냐.”
여우가 대꾸했어요.
“그래요, 말과 행동이 같았고, 당신의 손이 말을 배신하지만 않았어도, 전 고맙단 인사를 백 번 천 번은 더 해드렸을 거예요.”
136. 새사냥꾼과 자고새와 수탉
새사냥꾼이 막 식탁에 앉아 풀뿌리로 저녁식사를 하려는데, 친구 한 명이 예기치 않게 방문을 했지 뭐예요.
새장은 텅 비어있고, 오늘 잡은 새도 없던 터라, 새사냥꾼은 급기야 얼룩 자고새를 죽이기로 결심했죠. 그 새는 다른 새들을 잡을 때 미끼용으로 키운 새였지요.
자고새가 살려달라 애걸복걸하며 말했어요.
”저 없이 다음번 사냥 때 어떻게 그물을 치며 어떻게 다른 새들을 유인하시려고요?“
그래서 새사냥꾼은 자고새를 놓아두고, 결국 젊은 수탉을 잡으러 닭장으로 갔지요.
하지만 수탉 또한 자신의 횃대(앉는 자리인 나무 막대기)에서 불쌍한 말투도 간청했어요.
“저를 죽이시면 누가 주인님께 새벽을 알려드리며, 아침마다 새덫에 가볼 시간을 알려주고, 매일 깨워드린단 말씀이세요?”
새사냥꾼이 대꾸했어요.
“네 말이 다 옳다. 네가 시간을 알려주는 귀중한 새임엔 틀림없다만, 그렇지만 내 친구와 나도 저녁은 먹어야하지 않겠니.”
목구멍이 포도청(원문→궁핍하면 법을 모르죠).
137. 원숭이와 어부들
원숭이가 높은 나무 위에 앉아 있다, 몇몇 어부들이 강에 그물을 던지는 것을 보았어요. 신기해서 원숭이는 어부들의 동작을 유심히 보아두었답니다.
잠시 후 어부들이 물고기 잡기를 관두고 그물을 강둑에 내버려둔 채 저녁밥을 먹으러 집으로 갔어요.
원체 호기심이 많은 동물인 원숭이는 냉큼 나무 위에서 내려왔어요, 한번 자신도 따라해볼 생각이었거든요.
그러다 그물을 던진다는 게 그만 자신도 그물에 뒤엉키며 강에 빠지고 말았죠.
그물눈에 뒤엉켜 익사해가던 원숭이가 마지막 숨을 내쉬며 스스로에게 말했어요.
”이래도 싸지. 생전 그물이라곤 만져본 적도 없는 놈이 무슨 물고기를 잡겠다고 에구?“
138. 벼룩과 레슬링 선수
벼룩이 어느 레슬링 선수의 맨발 위로 톡 하고 내려앉았어요.
그러자 그 레슬링 선수가 큰 소리로 헤라클레스(힘센 영웅)에게 도움을 청했지요.
벼룩이 그의 발 위에서 두 번째로 폴짝하고 점프하자, 그가 간지러워하며 말했어요.
”오 헤라클레스여! 벼룩 하나도 안 도와주시면서, 무선 큰 적들과 맞설 때 당신의 도움을 바라겠나이까?“
139. 두 마리 개구리
두 마리 개구리가 같은 늪에 살고 있었어요.
근데 늪에 물이 다 마르지 뭐예요, 여름철 더운 기온 때문에 말이죠.
그래서 그들은 거기를 벗어나 다른 집을 찾아나섰답니다.
그러다 운 좋게도 깊은 우물에 도착했지요.
물이 풍부한 우물이었어요.
그걸 보고 있던 한 마리가 친구에게 말했어요.
”우리 내려가서 이 우물에서 살자, 집도 되고 음식도 풍부할 거잖니.“
친구가 신중하게 대꾸했어요.
”그래 네 말대로 물이야 많이 있지. 하지만 저 깊은 곳에서 어떻게 다시 나오겠다는 거니?“
결과도 생각 않고 무작정 뛰어들면 안 돼요.
14 . 고양이와 생쥐들
어떤 집이 생쥐들로 넘쳐나고 있었어요.
소문을 듣고 고양이 한 마리가 냉큼 그 집으로 들어가 살림을 차린 다음 한 마리씩 차례차례 생쥐들을 잡아먹기 시작했어요.
생명의 위협을 느낀 생쥐들은 이제 구멍 속에서 꽁공 숨어만 있었답니다.
더는 생쥐들을 잡아먹을 수 없게 된 고양이가 꾀를 내 생쥐들을 꼬드길 필요성을 느끼곤, 나무 못 위로 뛰어올라가 발로 못을 붙잡고 거꾸로 축 늘어지며 죽은 척 했어요.
말없이 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생쥐들 중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곤 고양이에게 말했어요.
“아, 고양이 아줌마, 당신이 옥수수자루로 변하더라도 아마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을 걸요.”
141. 사자와 곰과 여우
사자와 곰이 거의 동시에 새끼염소를 잡는 바람에 곧 서로 자기 거라면 대판 싸우게 되었어요.
격하게 치고받고 하다 곧 둘 다 완전히 지쳐 녹다운이 돼 바닥에 드러눕고 말았죠.
그때 저 멀리서 사자와 곰 주변을 빙빙 몇 차례 돌며 망을 보던 여우가 사자와 곰은 완전히 탈진해 자빠져 있고 그들 사이엔 손도 대지 않은 새끼염소 한 마리가 놓여 있는 걸 보았지요.
여우가 그들 둘 사이를 지나치더니 새끼염소를 손살 같이 낚아채 가버렸어요.
여우가 하는 짓거리를 보고 있던 사자와 곰은 너무 힘이 없어 일어나지도 못하고서 말했지요.
“꼬라지(꼬락서니) 한 번 희한하게 됐네, 우리 둘이 죽어라 다투는 사이 엉뚱한 여우만 이득을 보고 말았군.”
때때로 누군가의 고생이 다른 누군가의 이득이 되기도 한답니다.
142. 암사슴과 사자
암사슴이 사냥꾼에 쫓기다 가까스로 도망친 게 그만 사자가 사는 동굴속이었어요.
사자는 숨어서 암사슴이 다가오기만 기다리고 있었죠. 그걸 모르고서 암사슴은 동굴 속이 안전하다 여기고 푸욱 마음 놓다 그만 사자가 덮쳐 갈가리 암사슴을 찢어버리고 말았답니다.
“난 이래도 싸지,”라며 암사슴이 탄식하며 말했어요. “기껏 도망친 게 야수의 아가리(입) 속이라니?”
위기일수록 더 조심해서 피해야 해요.
143. 농부와 여우
닭장에서 닭들을 도둑질하던 여우를 농부가 하루는 기어이 붙잡고 말았어요.
그래서 농부는 악랄한 복수를 하기로 마음먹고선, 여우의 꼬리에 기름을 먹인 끝을 달고 불을 놓았어요.
화들짝 놀란 여우가 뛰어간다는 게 그만 농부의 밭이었어요.
삽시간에 불이 밀 수확물들에 다 옮겨 붙고 말았죠.
이리하여 농부는 1년 농사를 다 날리고서 쓸쓸히 집으로 귀가해야했답니다.
144. 갈매기와 솔개
갈매기 한 마리가 큰 바닷물고기를 꿀꺽했다 그만 목이 막혀 숨을 거두고 말았어요.
솔개가 해안가에 자빠져 죽어 있는 갈매기를 보더니 탄성을 질렀어요.
“꼴좋다. 공중에 나는 새가 바다에서 나는 먹이를 구하려다 이 꼴이 난 거잖아.”
만족하며 살아야 해요.
145. 철학자와 개미들과 헤르메스(신)
난파당해 선원들과 승객들이 모두 물에 빠져 죽고 해안가에 너부러져 있는 배 한 척을 철학자가 목격하게 되었어요.
철학자가 신을 통렬히 비난하며 말했어요.
”이것이 신의 섭리인가, 죄를 범한 한 사람이 아니라 우연히 배에 타게 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게 과연 신의 섭리란 말인가!“
그가 한 참 욕을 하고 있는 사이, 그는 사실 개미 군단에 완전히 둘러싸인 상태였어요. 그가 개미집 가까이에 서 있었거든요.
개미들 중 한 마리가 기어올라 그를 콱 물었어요.
그가 즉시 자신의 발 근처에 있던 모든 개미들을 모조리 밟아 뭉개버렸어요.
그때 헤르메스(그리스 신화. 목동과 도둑들의 신이자, 신들의 심부름꾼 신) 그에게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의 지팡이로 그 철학자를 사정없이 내리치며 말했답니다.
“신의 섭리를 말한 네가 방금 막 한 짓을 봐라, 네가 이 가련한 개미들에게 했듯 신들이 너희 인간에게 그러지 말란 법이 있더냐?”
146. 생쥐와 황소
황소가 생쥐에서 콱 하고 물렸어요.
난 상처에 황소가 발끈해서 생쥐를 잡으려고 했죠.
하지만 생쥐는 냉큼 자기 구멍 속으로 들어가 버렸답니다.
황소는 뿔로 벽을 들이받고 생쥐를 발본색원하려했어요. 그러다 힘이 다 빠져 웅크리고 앉아 구멍 옆에서 잠이 들고 말았죠.
그러자 밖을 엿보던 생쥐 손살 같이 기어나오더니 다시 황소를 콱 하고 물곤 구멍 속으로 달아나버렸어요.
꼭지가 돈 황소가 일어나려는데 몸이 너무 지쳐 그리 되지 않아 당혹스러웠지요.
생쥐가 말했어요.
“덩치 크다고 항상 이기는 건 아냐. 작은 동물이 때론 덩치 큰 동물을 난처하게 만들 수도 있는 법이야.”
147. 사자와 산토끼
산토끼가 깊이 자고 있는데, 사자가 들이 닫쳤어요.
사자가 막 산토끼를 물려는데, 때마침 젊은 수사슴이 지나가지 뭐에요, 그래서 사자는 산토끼를 놓아두고 그 수사슴을 쫓아갔죠.
그 소란에 깬 산토끼가 정신을 차리곤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쳤어요.
사자는 아무리 수사슴을 쫓아가도 소용이 없자 대신 아까 그 산토끼라도 잡아먹으려고 돌아왔어요.
하지만 산토끼는 이미 달아나버리고 없었죠.
사자가 말했어요.
“허참, 먹이를 손에 쥐고서도 또 다른 먹이를 얻으려다 둘 다 놓치고 말았네.”
148. 농부와 독수리
농부가 덫에 걸린 독수리를 발견했어요. 그렇지만 평소 독수리를 숭배해왔던 농부는 놓아주었죠.
풀려난 독수리는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독수리가 아니었답니다.
왜냐면 농부가 쓰러지려는 벽 아래서 앉아 있을 때, 그 독수리가 날아와선 상공을 맴돌다가 농부의 머리에서 모자를 자신의 발톱으로 낚아채갔기 때문이지요.
농부가 쫓으려고 일어나자 독수리가 다시 모자를 떨어뜨려주었지요.
모자를 집어든 농부가 아까 그 장소로 돌아와 보니 아 글쎄 자신이 앉아 있던 그 벽이 무너져내려 있지 않겠어요.
그제야 농부는 독수리가 자신을 구해준 것을 알고 신기해했답니다.
149. ‘헤르메스 신상’과 목수
뼈저리게 가난한 남자가 한 명 있었어요. 그의 직업은 목수였답니다. 그에겐 헤르메스(목동과 도둑의 신. 신들의 심부름꾼 신) 신상(신의 조각상)이 하나 있었어요, 나무로 된 조각상이었지요.
그는 매일 같이 그 신상 앞에 공물(=제물=물건)을 바치며 ‘제발 저 좀 부자로 만들어주세요.’라며 빌고 또 빌었죠. 근데 이 놈의 가난이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지 뭐예요, 그의 간절한 기도완 정 반대로 말이죠.
마침내 화가 난 그가 조각상을 선반에서 집어 들어 벽에다 패대기쳤어요.
조각상의 머리가 떨어져나가자 거기서 금화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어요.
목수가 황급히 달려가 돈을 주워 모으며 말했지요.
“허참,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르겠구먼. 그렇게 빌 때엔 아무런 말씀이 없다가, 패대기를 치고 나니 이렇게 일확천금(단번에 얻은 재물)을 주시고 말이야.”
15 . 황소와 염소
사자에게서 달아나던 황소가 어느 동굴 속으로 숨어들었는데, 때마침 그 동굴은 몇몇 양치기들이 이미 살고 있는 곳이었어요.
황소가 들어서자마자 동굴에 있던 숫염소가 뿔로 재빨리 들이받았어요.
기가 찬 황소가 나름 차분한 어조로 말했어요.
“뿔 치워. 난 네게 아무른 해코지 할 의도가 없다고, 사자 때문에 도망 온 거야. 하지만 그 야수만 가고 나면 염소가 센지 황소가 힘이 센지 내 기필코 보여주지.”
위기에 처한 친구에게 힘자랑을 하다니요.
151. 춤추는 원숭이들
왕자가 원숭이 몇 마리를 춤을 추게 가르쳤어요.
아시잖아요, 원숭이들이 원체 사람의 행동을 흉내 내길 좋아하는 족속들이라 이런 걸 좋아한다는 걸요.
부자 옷과 가면을 씌어주자 원숭이들은 신이 나서 고위직 신하들을 모두 흉내 내며 춤을 잘도 추었답니다.
어찌나 잘 추는지 구경꾼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며 찬탄해마지 않았죠.
그때 하도 그게 눈꼴사납던 고위직 신하 한 명이 짓궂게도 호주머니에 호두를 한 움큼 꺼내 무대에 뿌렸지 뭐예요.
호두를 본 원숭이들은 그만 넋이 나가 자신들이 한 참 춤을 추던 중이었던 것도 잊어버리고 정말로 원숭이들로 돌아와, 쓰고 있던 가면과 옷들을 내던져버리곤 서로 그 호두를 차지하겠다고 자기들끼리 싸우기 바빴죠.
그제야 구경꾼들도 상황파악을 하곤 원숭이들의 볼썽사나운 행동을 비웃기에 바빴답니다.
152. 여우와 표범
누가 더 예쁜가를 두고 여우와 표범이 논쟁을 벌이고 있었어요.
표범은 자신의 가죽에 난 다양한 점들을 보여주며 자신의 미모를 뽐냈죠.
그러자 여우가 말을 가로 막고 나서며 말했어요.
“그래 무늬에 있어선 네가 더 잘났어. 그런데 몸이 아닌 머리는 누가 더 나을까.”
153. 원숭이 자녀들과 엄마 원숭이
흔히 전해오는 말이 있습니다. 엄마 원숭이가 한 번에 두 아이를 낳게 되면, 엄마 원숭이는 한 애만 편애하고 그 애한테만 애정을 보이고 돌본다고 합니다. 그에 반해 다른 애는 싫어하고 무시한다네요.
그럼 엄마로부터 애정과 관심을 듬뿍 받고 자란 원숭이는 숨이 막혀 성장이 더딘데 반해, 방치되고 될 대로 자란 원숭이 쪽은 잘 자란다고 합니다.
항상 의도대로만 되는 건 아닌 거죠.
154. 참나무들과 제우스
아 글쎄 참나무들이 들고 일어났지 뭐예요, 누구에게는요 바로 제우스 신에게 말이죠.
참나무들은 이렇게 말했어요.
“저희만 외 삶의 무게를 짊어져야하는데요. 우리가 어른만 되기만 하면 도끼날들이 우릴 찍어내잖아요.”
곧 제우스 신이 대답을 했어요.
“너희들이 자초한 불행이 아니더냐. 너희들이 그렇게 좋은 도끼 자루(도끼의 손잡이 부분)를 만들어주지만 않았어도 목수들이며 농부들이 도끼로 너희의 밑동(뿌리와 가까운 나무줄기 부분)까지 찍는 일은 없었을 것이 아니냐.”
155. 산토끼와 사냥개
사냥개가 산토끼의 굴에서부터 산토끼를 뒤쫓기 시작해 한참을 달리더니 이내 추격을 포기하고 말았어요.
걸음을 멈추고서 이를 지켜보던 ‘염소를 돌보는 사람’이 그 사냥개를 조롱하며 말했어요.
“저런 작은 것한테도 지냐.”
사냥개가 대꾸했어요.
“상황이 서로 너무 달랐으니까요. 한 쪽은 저녁거리를 뒤쫓는 거고, 다른 한 쪽은 죽기 살기로 달아나는 거였으니까요.”
156. 여행자와 운명의 여신
한 여행자가 기나긴 여행에 지쳐 그만 깊은 우물 바로 딱 옆에 드러눕고 말았어요.
하마터면 물에 빠질 지경이었죠.
그때 운명의 여신이 나타나더니 그에게 “얼른 잠에서 깨세요.”라고 말했어요.
“이봐요 양반, 일어나셔야죠. 당신이 우물에 떨어지면, 절 비난하실 거잖아요. 그럼 전 인간들 사이에서 또 나쁜 평판을 가지게 될 거고. 왜냐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어리석음 탓에 초래된 수많은 재앙들조차도 무조건 제 탓으로 돌리는 버릇이 있으니까요.”
자신의 운명에 좀 더 능동적으로 다가가보자구요.
157. 대머리 기사
대머리 기사가 하루는 가발을 하고서 사냥을 나갔어요.
그때 갑자기 강풍이 훅 하고 불더니 그의 모자와 가발을 낚아채 가버렸답니다. 그러자 그의 드러난 대머리를 보고서 그의 친구들이 폭풍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지요.
그는 자신의 말고삐를 끌어당기며 다음과 같은 재치 있는 농담을 하는 것으로 친구들의 웃음에 동참을 하였답니다.
“원 주인의 머리에도 붙어있지 않은 것들인데, 내 머리에라고 오래 붙어 있으려하겠나, 그러니 바람에 날아가 버린 게지(ㅋㅋ).”
158. 양치기와 개
양치기가 밤에 자신의 양들을 우리에 넣다 그만 늑대 한 마리도 같이 가두고 말았지요. 늑대가 몰래 숨어들어왔거든요.
그 늑대를 감지한 개가 주인에게 넌지시 말했어요.
”주인님, 양들을 안전하게 돌보시겠다면서 어찌하여 늑대도 함께 우리에 가두셨나이까?“
159. 램프
기름을 듬뿍 먹은 램프가 환히 불을 밝히며 “내가 해님보다 더 밝아”라며 뽐냈답니다.
그러다 강풍이 훅 불어와 그만 램프가 즉시 꺼지고 말았죠.
주인이 다시 불을 밝혀주며 말했어요.
“더는 뽐내지 말거라, 넌 그냥 가만히 불을 밝히기만 하면 된단다. 해보다 어두운 별들조차도 너처럼 다시 밝힐 필욘 없잖니.”
16 . 사자와 여우와 당나귀
사자와 여우와 당나귀가 동맹을 맺고 사냥을 나가 많은 사냥감을 잡았어요.
숲에서 돌아온 다음 사자가 우선 당나귀 보고 각자의 몫을 나눠보라 말했어요.
당나귀는 주의 깊게 세 등분을 나눈 다음 다른 두 동물보고 먼저 고르라고 말했지요.
그러자 사자가 큰 역정을 내더니 냉큼 당나귀에게 달려들어 잡아먹어버렸어요.
그런 다음 사자는 여우보고 나눠보라고 말했어요.
여우는 그들이 잡은 사냥감을 몽땅 한쪽에 수북이 쌓은 다음 사자의 거라 말하고, 자기 몫으론 한 입 거리만을 남겼어요.
사자가 무척 기특해하며 말했어요.
“내 훌륭한 친구여, 누가 네게 이토록 잘 나누는 법을 가르치더냐? 이건 정말이지 완벽한 분배야.”
여우가 대꾸했어요.
“방금 죽은 당나귀에게서 배웠어요.”
남의 불행에서도 배울 줄을 알아야 해요.
161. 황소와 암사자와 멧돼지 사냥꾼
사자의 어린 새끼를 발견한 황소가 뿔로 들이 받아버려 그 새끼를 죽이고 말았어요.
그 후 도착한 암사자는 자신의 아기가 죽은 것을 보곤 통렬히 비탄해했지요.
그걸 본 멧돼지 사냥꾼이 저 멀찍이 서서 암사자에게 말했어요.
“너희 사자들 탓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간 어린이들이 죽었었는지도 좀 생각해봐.”
162. 참나무와 나무꾼들
나무꾼들이 키 큰 목재용 참나무를 베어 토막을 낸 다음 그 나무줄기에서 나뭇가지들을 쳐내 도끼자루로 만들고 있었어요.
이런 비참한 꼴을 당하던 참나무가 한숨을 푸욱 내쉬며 말했어요.
“도끼에 내 밑동(나무줄기에서 뿌리에 가까운 부분)이 찍힌 건 아쉽지 않으나, 내 자신의 나뭇가지로 또 도끼자루들을 만든다니 서글플 뿐이다.”
스스로 자초한 불행이 가장 뼈아픈 법이죠.
163. 황금알을 낳는 암탉
어느 시골 농부와 아내에겐 매일 황금알을 낳아주는 암탉이 한 마리 있었어요.
그들은 생각했지요.
‘그렇담 암탉의 배에 황금이 가득 들어 있지 않을까?’
그래서 황금을 한꺼번에 얻으려고 그들은 암탉의 배를 갈라보았죠.
하지만 암탉의 배는 여타 다른 암탉들의 배와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그리하여 단번에 부자가 되려던 희망에 부풀어 있던 어리석은 부부는 결국 하루에 한 알씩 얻던 황금알까지도 놓쳐버리고 말았답니다.
164. 당나귀와 개구리들
당나귀가 나뭇짐을 등에 지고 연못을 건너고 있었어요.
그러다 물에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바람에 물에 풍덩하고 빠져 일어서질 못하고 있었어요, 등에 진 짐 때문에요.
그래서 당나귀가 애걸복걸 살려달라 신음하고 있었죠.
이 소리를 듣고서 그곳에 사는 개구리 몇 마리들이 말했어요.
“고작 고 정도 물에 빠진 걸로 그렇게 떠들어대면, 맨날 여기 사는 우린 어쩌라고?”
인간은 사실 큰 불행을 만났을 때보다, 작은 용기 하나가 꺾었을 때 더 참지 못하는 법이에요.
165. 까마귀와 갈까마귀
까마귀는 갈까마귀가 무척 미웠어요. 시기심도 막 생기고요. 왜긴요, 사람들이 갈까마귀만 좋아하니까요. 갈까마귀가 나는 걸 보고 길흉을 점칠 수 있어, 좋은 예언을 가져다주는 새래나 뭐래나.
그때 몇몇 여행자들이 다가오는 게 보였어요. 까마귀가 큰 그림을 그리곤 냉큼 나무로 날아가 나뭇가지 위에 올라앉았어요. 그리곤 “까악!까악!” 발악을 하며 고함을 질렸죠.
이 소리에 여행자들이 돌아보며 이게 불길한 징조는 아닌지 걱정했어요. 그때 그들 중 한 명이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됐어, 그냥 가던 길이나 계속 가자고, 친구들. 저건 그냥 까마귀 울음소리일 뿐이야. 그냥 까악 소리라고, 징조(예언)는 개뿔.”
있지도 않은 평판을 있는 척하면 비웃음만 사요.
166. 나무들과 도끼
한 남자가 숲에 들어서더니 나무들 보고 “도끼에 달 손잡이 하나만 주세요.”라고 부탁했어요.
그래서 나무들은 선 듯 그의 청을 들어주곤 어린 물푸레나무() 하나를 내주었어요.
그 즉시 남자는 그 물푸레나무로 도끼자루를 만들어내더니, 숲에서도 가장 큰 거인 나무들을 찍어넘기기 시작했지요.
후회해도 이미 늦었을 무렵 늙은 참나무가 옆에 있던 향나무()에게 말했지요.
“첫 단계부터 잘못했어. 우리 큰 나무들이 작은 물푸레나무의 권리를 포기했을 때 그건 이미 우리 자신의 특권과 지위조차도 포기하겠다는 의미였던 거야.”
167. 게와 여우
게 한 마리가 해안가를 떠나 푸른 인근 풀밭을 새로운 보금자리로 선택했답니다.
그런데 지나가던 굶주린 여우가 게를 발견하곤 사로 잡아 버렸어요.
막 먹히려는 찰나, 게가 말했어요.
“난 이래도 싸지, 바다에서 나고 자란 놈이 뭘 바란답시고 낯선 육지로 나와 산다고 했담?”
정든 고향이 행복의 보금자리죠.
168. 안주인과 암탉
매일 달걀을 하나씩 낳아주는 암탉이 안주인에게 있었어요.
그녀는 종종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달걀을 하루에 두 개씩 얻을 수 있을까?’
마침내 이 목적을 위해 그녀는 자신의 암탉에게 보리를 두 배씩 먹이기 시작했어요.
그날 이후 암탉은 차츰 뚱뚱해지고 번드르르하게 기름지기 시작하더니 체질이 변해 결국 달걀을 한 개도 못 낳게 되고 말았답니다.
169. 당나귀와 늙은 양치기
풀밭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는 자신의 당나귀를 지켜보고 있던 양치기가 적이 쳐들어오며 내지르는 고함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그가 당나귀보고 “얼른 달아나자, 그러지 않음 사로잡힌다.”라고 말을 했지요.
그랬더니 동물이 느긋하게 대꾸하길 다음과 같았어요.
“제가 왜요? 제가 왜 달아나야하는데요? 저들이 제 등에 짐을 지금의 두 배로 늘릴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겠지,”라며 양치기가 대답했어요.
“그럼 뭐,”라며 당나귀가 말했어요. “제가 저들에게 붙잡힌다 한들 크게 문제될 게 없지 않겠어요?”
고통 받는 자에겐 주인이 바뀐다고 굳이 문제될 건 없다.
17 . 솔개들과 백조들
아세요? 옛날엔 솔개들도 백조들과 마찬가지로 울음소리가 독보적이었답니다.
하지만 말의 울음소리를 듣고 매혹된 솔개들이 자꾸 말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려다 결국 가선 정작 어떻게 울어야하는지를 까먹게 된 거예요.
남의 장점만 보고 쫓다 자칫 자신이 지니고 있던 현재의 재능을 잃을 수도 있답니다.
171. 늑대들과 ‘양치기 개’들
늑대들이 하루는 ‘양치기 개’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응, 왜, 응, 우리가 이리 닮은데, 왜 허구한 날 싸워야 하냐고, 형제들이여? 우리와 너흰 딱 한 가지밖에 다르지 않아. 우린 자유 속에 살고, 너흰 인간들에게 굽신 거리며 노예처럼 살지. 그래서 너희들에게 돌아오는 게 채찍질과 개목걸이 밖에 더 있어. 인간들은 너희보고 양 떼들을 지키라 시키지만 실상은 지들이 먹다 버린 뼈다귀만을 너희들에게 줄 뿐이지. 이제 너희가 우리말을 듣고 양 떼들을 우리에게 넘긴다면, 우린 죽을 때까지 배부르게 먹으며 살 수 있다고.”
이 제안에 귀가 솔깃해진 개들이 늑대들의 소굴로 들어갔다, 그만 늑대들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통에 개들의 몸은 갈가리 찢겨지고 말았답니다.
172. 산토끼들과 여우들
산토끼들이 독수리들과 끝장 전쟁을 벌이고 있었어요. 산토끼들은 여우들보고도 도와 달라고 부탁했어요.
여우들이 대꾸했어요.
“물론 우리들도 순순히 너희를 도왔을 거야. 만약 너희가 누구고, 그리고 너희들이 지금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대가 누군지 우리가 몰랐다면 말이야.”
상황이 불리하단 뜻이겠죠. 입장을 정하기 전에 상황을 따져봐야 한답니다.
173. 궁수와 사자
아주 솜씨 좋은 궁수(활을 쏘는 사람)가 산으로 사냥을 나갔답니다.
그러자 숲에 있던 짐승들이 모두 도망을 쳤지요.
하지만 사자만은 당당히 그와 맞장을 떴어요.
궁수는 즉시 화살을 한 방 쏘아 맞추곤 사자에게 말했어요.
”내가 보낸 심부름꾼(화살) 맛이 어떠냐, 거기 가만 있거라 이제 내가 직접 가서 널 때려눕혀주지.“
그 말에 화들짝 놀란 사자가 부상을 당한 몸을 이끌고 황급히 도망을 쳤답니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여우가 사자보고 “아니 사자가 달아나시다니요, 어서 돌아가 싸우세요. 용맹을 보여주셔야죠.”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사자가 대꾸했어요.
“말은 잘해. 이런 심부름꾼(화살)을 보낼 정도면 저 자의 직접적인 공격은 어느 정도겠냐?”
강자를 상대할 땐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해요. 적당히 먼 거리를 두는 것도 좋겠죠.
174. 낙타
낙타를 처음 본 사람이 그 엄청난 몸집에 기절초풍한 나머지 달아나고 말았어요.
잠시 후 암만 봐도 그 동물의 성격이 온순하고 친절한 거 같아 그가 용기를 내곤 다가가보았죠.
곧이어 이제 보니 그 동물이 좀 우둔한 거 같다고 낌새를 챈 그는 이제 대담무쌍하게도 그 낙타의 입에 고삐를 물리는 것을 너무도 당연시하곤 “워이 워이”하며 몰고 갔답니다.
처음이 어렵지 익숙해지면 두려움도 사라지는 법이죠.
175. 장수말벌과 뱀
장수말벌 하나가 떡하니 뱀의 머리 위에 앉더니 줄기차게도 침을 쏘아대는 바람에 뱀이 하마터면 죽을 지경에까지 퉁퉁 붓고 말았어요.
고통을 참다 참다 못한 뱀은 어떻게 하면 이 악당을 제거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다 그만 무거운 짐을 싣고 다가오고 있던 마차를 보곤 장수말벌을 죽이려고 자신의 머리를 그 바퀴들 밑에 의도적으로 집어넣으며 말했지요.
“이 말벌 놈만 없앨 수 있다면 나 하나쯤 죽는 거야 뭐.”
176. 개와 산토끼
사냥개 한 마리가 산토끼를 깜짝 놀라게 하더니 언덕의 중턱에서부터 상당한 거리를 추격하더니 급기야 자신의 이빨로 한 입에 산토끼의 생명을 끊을 것처럼 하더니, 돌연 또 다른 개와 노는 다른 강아지 마냥 산토끼를 보고 꼬리까지 흔들며 장난치고 따르는 거예요.
어이를 상실한 산토끼가 기가 차서 말했어요.
“네 진짜 의도가 뭐니, 진실을 보여줘. 내 친구가 되려는 거였니, 근데 왜 날 물었어? 내 적이 되려는 거였니, 근데 지금 왜 꼬리를 치며 따르는 거야?”
아셔야 해요, 신의와 불신을 동시에 보이는 자와는 친구를 하시면 안 되요.
177. 황소와 송아지
황소가 외양간 비좁은 통로를 비집고 들어가려고 끙끙대고 있었어요.
그때 어린 송아지가 총총 오더니 “잠깐 비끼시면 제가 통로를 어떻게 하면 지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드릴게요.”라고 말했어요.
“뭘 그런,”라며 황소가 말했어요. “이 통로는 네(송아지)가 태어나기 전부터 알아오던 길이란다.”
178. 수사슴과 늑대와 양
수사슴이 양에게 부탁했어요.
“밀 좀 빌려줘. 보증(못 갚을 경우 대신 갚아줄 사람)은 늑대가 서 줄 거야.”
뭔가 수상쩍은 낌새를 챈 양이 말했어요.
“늑대는 지가 원하는 건 뭐든 들고 튀는 놈이고, 넌 나보다도 월등히 빨리 달리는 놈인데. 갚을 날이 됐을 때 내가 너를 어떻게 찾아내란 거니?”
검정과 검정의 합은 흰색이 아녜요.
179. 공작새와 학
공작새가 자신의 눈부신 꼬리를 활짝 펼쳐들며 지나가던 학을 조롱했어요.
“네 그 칙칙한 깃털은 다 뭐니. 나 좀 보라고, 이 왕 같은 금빛 자주빛 옷 좀 보라고, 무지개 빛깔들이 다 내게 있단다.. 반면 넌 날개에 색이라곤 없구나.”
“그래 맞아,”라며 학이 대꾸했어요. “하지만 난 하늘 높이 날아올라 별들에게 내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단다. 반면 넌 수탉처럼 땅 위 똥 더미들 위나 걸어 다니는 새들 중 하나지.”
겉만 번지르르한 새는 참된 새가 아니죠.
18 . 여우와 고슴도치
물살이 센 깊은 계곡물을 헤엄쳐 건넌 여우가 그만 너무 기진맥진해지고 허약해져선 더는 움직이질 못하고 그 자리에 한동안 드러누워 있었답니다.
그러자 피를 빨아먹는 쇠파리들이 여우의 몸 위로 달려들었어요.
지나가던 고슴도치는 여우가 고생하는 걸 보곤 “당신에게 고통을 주는 그 쇠파리들을 제가 쫓아버려 드릴까요?”라고 물었어요.
“아서요(그러지 말아요),”라며 여우가 대꾸했어요. “얘 네들은 걱정 안 해도 돼요.”
“아니 그건 왜요?”라며 고슴도치가 말했어요. “왜 안 쫓아내려는 거죠?”
“네,”라며 여우의 대답이 돌아왔어요. “이 쇠파리들이 피를 잔뜩 먹은 게 당신 눈에도 보이시지요, 그러니 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이 애들을 쫓아내면 굶주린 다른 쇠파리들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할 거고 그럼 그나마 남아 있는 제 피를 몽땅 다 빨아먹을 거잖아요.”
181. 독수리와 고양이와 암멧돼지
높은 떡갈나무 꼭대기에 독수리가 둥지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나무줄기 중간에 고양이도 편안한 보금자리 구멍을 찾았지요.
암멧돼지 또한 자신의 어린 자녀들과 함께 그 나무의 뿌리부분에 있던 빈 공간에 은신처를 만들었답니다.
자기 빼고 두 집 모두를 파괴할 결심을 교활한 고양이가 했답니다.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고양이는 우선 독수리 둥지로 기어올라가 말했어요.
“독수리 아줌마나 나나 이제 끝장이라고. 땅에다 매일같이 흙을 파헤치는 저 암퇘지가 이 떡갈나무가 호시탐탐 거꾸러지길 바라고 있으니까. 아마 자기 새끼들에게 우리들의 가족들을 먹이로 먹이려는 심보인거 같아요.”
경악한 독수리는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죠.
그걸 확인한 다음 고양이는 이번엔 암멧돼지의 굴로 내려가 말했어요.
“돼지 아줌마의 자녀들은 이제 위험에 빠졌다고요. 당신이 자녀들과 함께 먹이를 구하러 집을 나서기만 하면, 저 독수리가 내려와 당신의 어린 자녀들을 낚아채갈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요.”
이 말에 완전히 넘어가 두려워진 암멧돼지는 나무로 자신의 굴을 가리는데 여념이 없었어요.
밤이 되자, 고양이는 몰래 가만가만 나가 자신과 새끼들을 위한 먹이를 구해왔어요. 하지만 고양이는 벌건 대낮에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양 연기를 했더랬죠.
그러는 사이 독수리는 암멧돼지가 걱정스러워 나뭇가지 위에 앉아만 있었고, 그리고 암멧돼지 또한 독수리가 걱정스러워 감히 자신의 굴을 떠나질 못했답니다.
그리되니 당연히 둘과 그들의 가족 모두 굶어죽게 되었지요.
그들의 시체는 교활한 고양이와 새끼(고양이)들의 풍부한 먹이로 활용되었답니다.
182. 도둑과 여인숙 주인
도둑이 머무는 동안 스리슬쩍 뭔가 값나가는 걸 훔칠 생각으로 여인숙 방을 하나 빌렸어요.
몇 날 그렇게 기회를 노리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 글쎄 현관 문 앞에 앉아 있는 여인숙 주인의 새 외투가 마음에 드는 거예요.
도둑이 그의 옆에 가 앉으며 말을 걸었어요.
대화가 오고가기 시작하자, 도둑이 지독한 하품을 하더니 마치 늑대처럼 짖는 거예요.
여인숙 주인이 말했어요.
“왜 그렇게 지독한 하울링(울리는 울음소리)을 하시는 거죠?”
“내 말해드리리다,”라며 도둑이 말했어요. “하지만 그 전에 내 옷들을 좀 들고 있어 주시오, 그렇지 않음 내가 죄다 찢어버리고 말거든요. 이런 하울링(울음소리)을 언제부터 하게 되었는지 또는 내 죄에 대한 무슨 판결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이런 하울링을 세 번 하고 나면 아 글쎄 늑대로 돌변해 사람들을 공격하지 뭐요.”
이 말을 하며 그가 두 번째 하울링 발작을 했어요, 꼭 영락없는 늑대처럼 말이죠.
그의 얘기를 다 들은 여인숙 주인은 그 말을 철썩 같이 믿고서 화들짝 놀라하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달아나려했어요.
그새를 놓칠세라 도둑이 여인숙 주인의 외투를 움켜쥐며 “가지 마시구려.”라고 애걸하며 말했어요. “가지 말고 내 옷들이나 좀 들고 있어주시구려, 안 그럼 내 광포함에 옷들이 죄다 찢겨지고 말 테니 말이요, 내가 늑대로 변했을 때요.”
그 순간 그가 세 번째로 늑대의 하울링을 했어요.
기겁을 한 여인숙 주인이 공격을 당하지 않으려고 도둑의 손에 자신의 새 외투를 남겨둔 채 급히 안전한 여인숙 안으로 달려 들어가 버렸어요.
그리하여 도둑은 애초 노렸던 외투를 손에 쥐게 되었고, 당근 그 여인숙에 다시 가지 않았지요.
말이라고 다 믿으면 안 돼요, 날강도들이 많거든요.
183. 노새
먹을 곡식은 많고 할 일은 거의 없는 뛰놀기 좋아하는 노새가 흥에 겨워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혼잣말을 했어요.
“우리 아빠는 분명 혈기 왕성하신 경주마였을 거야, 아빠의 자녀들 중에서도 속도와 두뇌에 있어 가장 으뜸이 나였을 거고.”
다음날 기나긴 여행길에 끌려가야했던 노새가 완전히 녹초가 되고 풀이 죽어선 투덜거렸어요.
“어제 한 말은 실수였어. 우리 아빤 분명 그저 평범한 당나귀였을 거야.”
184. 수사슴과 덩굴식물
쫓기던 수사슴이 다급하게 덩굴식물의 큰 잎사귀들 밑으로 몸을 숨겼어요.
사냥꾼들이 서둘다 그만 그 앞을 지나치고 말았죠.
위험에서 벗어났다 생각한 수사슴이 안도하고서 자신을 숨겨준 덩굴식물의 덩굴손(다른 물체에 감기는 부분)들을 조금씩 물어뜯어먹기 시작했어요.
잎사귀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사냥꾼들 중 한 명이 뒤돌아봤다 수사슴을 발견하곤 바로 화살을 쏘아 관통시켰어요.
숨이 끊어지며 수사슴이 괴로워했어요.
“난 이래도 싸지. 날 구해준 덩굴식물에게 오히려 해코지(해치는 행위)를 했으니까.”
185. 독사와 독수리
독사와 독수리가 서로 끝장 대결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곧 독사가 우의를 차지해 새를 둘둘 감고 질식시키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이를 본 시골 농부가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독사에게 감긴 독수리를 구해 날려 보내주었습니다.
먹이를 놓친 데 발끈한 독사가 그 시골 농부가 마시는 뿔 모양의 잔 속에 자신의 독을 넣었습니다.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그 잔을 농부가 막 마시려는데, 아까 그 독수리가 날아와 날개로 농부의 손을 때리곤 발톱으로 잔을 채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186. 까마귀와 물주전자
갈증으로 목이 타들어가던 까마귀가 물주전자를 발견했어요.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푸드덕 날아가보았죠.
근데 슬프게도 물주전자 안에 든 물이 너무 작아 그의 부리가 닿질 않는 거예요.
그가 별 짓을 다 해보았지만 모두 헛수고였어요.
마침내 까마귀가 돌멩이를 하나씩 주워와 그 물주전자 안에 떨어뜨렸더니 차차 물이 위로 올라오면서 부리로도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어 타는 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답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죠.
187. 두 마리 개구리
두 마리 개구리는 서로 이웃이었어요.
한 명은 인적 드문 깊은 연못에 살고, 다른 한 명은 바로 옆에 시골 길이 지나가는 작은 도랑에 살았더랬죠.
연못에서 맘 놓고 사는 개구리는 항시 도랑에 사는 개구리에게 “어서 주거지를 옮겨, 차라리 우리 집 근처와 살아. 여긴 위험에서도 안전하고 무엇보다 먹이도 풍부하거든.”라고 간절히 걱정해주었죠.
하지만 도랑에 사는 개구리는 거절하며 말했죠.
“지금까지 살아온 정든 곳을 굳이 떠날 마음이 안 생겨서.”
며칠 후 무거운 마차가 그 도랑을 지나가는 바람에 도랑에 살고 있던 개구리가 바퀴에 깔려 몸이 으깨져 죽고 말았답니다.
친구 말을 들었어야죠, 외고집이 화를 부른 거랍니다.
188. 늑대와 여우
옛날에 엄청 크고 힘센 늑대 한 마리가 늑대 무리들 속에서 태어났어요. 그는 정말이지 힘과 몸집 그리고 재빠름에 있어서 다른 늑대 친구들을 압도했어요.
그래서 늑대들은 만장일치로 그를 “사자”라고 부르기로 결정했어요.
근데 그 늑대는 거대한 몸집에 비해 센스가 정말 깡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 사자라는 칭호를 준 무리를 떠나 급기야 진짜 사자들과만 어울리려고 들었죠.
그 꼴을 보다 못한 영악한 여우 영감이 말했어요.
“자네가 가지고 있는 긍지와 자신감을 내 뭐라 하는 바는 아니네, 하지만 자네가 몸집에 있어서 늑대들 사이에서나 사자지, 사자들 무리에 있으면 그냥 늑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189. 호두나무
길가에 있던 호두나무에서 열매가 풍성하게 열렸어요.
호두나무를 따려고 지나가던 행인들이 너도 나도 돌멩이와 막대기들로 나뭇가지를 때리는 거예요.
마침내 호두나무도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어요.
“아 비참해라! 풍성한 열매를 맺어줬건만 보답은커녕 앙갚음으로 갚다니!”
19 . 모기와 사자
얼씨구, 모기가 날아오더니 사자보고 대뜸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난 네가 두렵지 않아. 힘도 겁나지 않는다고. 그 힘 어디다 쓰려고? 기껏 싸울 때 발톱으로 할퀴고 이빨로 물기나 하겠지. 다시 말하지만 난 너보다 더 강하다고. 못 믿겠으면, 어디 나랑 한 판 뜰까.”
모기는 자신의 뿔피리를 불고선, 힘차게 사자에게로 돌진하더니 사자의 콧구멍과 얼굴 부위 즉 털이 없는 곳들을 마구 물었어요.
모기를 뭉갤 작정으로 사자가 자신의 발톱들로 얼굴을 때렸다가 심각한 상처만 입고 말았어요.
이로써 모기가 사자를 이긴 거지요.
“윙윙!!” 모기는 승리의 노래를 부르며 날아갔답니다.
그런데 곧바로 그만 모기는 거미집에 걸려 거미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어요.
모기가 자신의 죽음을 크게 한탄해하며 말했어요.
“아, 슬프도다! 용맹한 사자도 때려눕힌 내가 기껏 하찮은 거미 같은 곤충한테 당하다니!”
191. 원숭이와 돌고래
긴 항해에 나선 어느 뱃사람이 배에 있는 동안 재미나게 지내려고 원숭이를 데리고 갔답니다.
한국(원문→그리스) 항구를 떠났던 그는 그만 큰 폭풍우를 만나 배가 산산조각 나고 그와 원숭이 그리고 모든 선원들이 바다로 뛰어들어 제 살길을 찾아 헤엄쳐야했지요.
파도에 넘실대고 있던 원숭이를 본 돌고래는 그게 사람인줄 알았어요, 왜냐면 돌고래들은 흔히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니까요, 그래서 돌고래가 다가가 그 원숭이를 등에 태우곤 안전하게 해안가로 향했어요.
서울(원문→아테네. 그리스의 수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해안선이 보일 때쯤, 돌고래가 “그럼 넌 ‘서울 사람’(원문→아테네 사람)이겠네?”라고 원숭이에게 물었어요.
원숭이는 그 말이 그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가문들 중 하나를 말하는 줄 알고 “응”이라며 대꾸했어요.
그러자 돌고래가 “그럼 인천(원문→피레우스. 아테네 수도권 지역에 있는 항구도시 이름)도 알겠네?”라고 물었죠.
그게 사람이름일 거라 생각한 원숭이는 “응, 잘 알지, 그와 난 절친(친한 친구) 인걸.”라고 말했어요.
이 말 같지도 않은 거짓말에 발끈한 돌고래는 원숭이를 태운 채 그냥 물속으로 가라앉아버렸고, 그 바람에 원숭이는 익사하고 말았답니다.
192. 갈까마귀와 비둘기들
갈까마귀(작은 까마귀. 가 보고 있자니, 비둘기들이 먹이를 잔뜩 제공받으며 배부르게 먹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갈까마귀는 자신도 흰색으로 색칠하곤 편히 살 생각으로 비둘기들 틈에 끼어들었죠.
그가 입다물고 있는 동안엔 다른 비둘기들도 그를 자신들과 같은 비둘기들 중 한 명으로 여기고 같이 밥을 먹는 걸 허용했죠.
하지만 하루가 지나자 벌써 갈까마귀는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재잘거리기 시작했고, 그 바람에 다른 비둘기들이 단번에 그의 정체를 파악하고 내쫓아버렸죠. 그것도 부리로 마구 쪼아대면서 쫓아버렸답니다.
비둘기들에게 호되게 당하고서 갈까마귀 무리에게로 돌아온 그는 색칠한 흰색 때문에 이번엔 갈까마귀 무리들에게서도 친구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쫓기고 말았답니다.
두 개를 다 거머쥐려다 가는 하나도 못 가지는 법이에요.
193. 말과 수사슴
옛날에 말이 혼자서 넓은 땅을 독차지하고 있었어요.
그때 수사슴이 들어서더니 자신도 풀을 좀 뜯어먹자는 거예요.
이 낯선 침입자를 쫓아낼 목적으로 말은 인간을 찾아가 “수사슴을 쫓아내는 걸 도와주시겠어요?”라고 물어보았어요.
사람이 대뜸 말했어요.
“네 입에 재갈을 물리고 나를 네 등에 태워만 준다면야 그럼 효율적으로 수사슴을 내쫓을 수 있을 게다.”
말이 동의하고 사람이 자신의 등에 타는 걸 허락해주었어요.
그때부터 말은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수사슴에게 복수하려다 내가 사람의 노예가 되었구나.“
194. 새끼염소와 늑대
새끼염소가 풀밭에서 목동 없이 집으로 돌아가다 그만 늑대에게 쫓기고 말았어요.
아무래도 달아날 방법이 없다 여긴 새끼염소가 몸을 돌려 늑대보고 말했어요.
“상냥하신 늑대님, 저도 이제 제가 먹히리란 걸 잘 알아요, 그러니 죽기 전에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제가 춤을 출 수 있게 한 곡조만 연주해 주세요.”
늑대가 승낙했어요.
그리하여 늑대는 피리를 불고 새끼염소는 춤을 추었더랬죠.
몇몇 사냥개들이 이 소리를 듣곤 달려왔다 늑대를 발견하고 쫓기 시작했어요.
늑대가 새끼염소를 돌아보며 말했어요.
“난 이래도 싸지. 잡아먹기나 하는 놈이 무슨 덕을 보겠다고 네게 피리를 불러준다 그랬을까.”
195. 예언자
명인(비상한 재주를 지닌 사람)이 시장바닥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복채(돈)를 받으며 길흉화복을 점쳐주고 있었어요.
그때 한 사람이 다급하게 그에게로 뛰어오더니 그(명인)의 집 현관문이 지금 부서진 채 열려있고 모든 가재도구들이 도둑맞은 거 같다고 알려주었어요.
명인이 크게 한 숨을 내쉬더니 죽으라고 집으로 뛰었어요.
그가 황급히 달리는 걸 본 이웃사람 하나가 말했어요.
“쯧쯧! 저 친구! 남들 길흉화복을 쳐준다면서, 어째 지건(자기 것은) 못 보았담?”
196. 여우와 원숭이
여우와 원숭이가 같은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며 여행하고 있었지요.
여행하다 때마침 무덤들이 수북한 묘지 가운데를 지나게 되었어요.
“이 무덤들을 보다시피,”라며 원숭이가 말했어요. “사실 우리 조상님들은 살아생전 저마다 한 인물씩 한 유명인들이란다.”
여우가 대꾸했어요.
“말을 해도 참 그럴싸하게 하는구나, 네 조상님들 누구도 반박 못하리란 걸 알고서 말이야.”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죠.
197. 도둑과 ‘집 지키는 개’
어머 세상에, 도둑이 야밤에 집에 침입했지 뭐예요.
도둑은 ‘집 지키는 개’를 진정시킬 목적으로 고기를 몇 점 가지고 왔어요. 그럼 개가 짖지를 않을 거잖아요.
도둑이 고기 몇 점을 던져주자, 개가 말했어요.
“제 입을 다물게 할 생각이셨다면, 오판하신 거예요. 갑작스런 친절엔 더 조심하라고 배웠거든요. 하물며 이런 예기치 않은 호의엔 더더욱 조심해야죠. 아마도 당신의 사사로운 목적의 끝은 제 주인을 해치고 재물을 탐하려는 것이겠군요.”
198. 사람과 말과 황소와 개
말과 황소와 개가 추위에 생고생을 하다 가까스로 인간의 집으로 찾아와 안식처와 보호를 요청했어요.
사람은 그들을 상냥하게 맞이해주고, 난로도 피워 그들이 몸을 덥힐 수 있게 해주었어요.
사람은 말에겐 귀리(벼와 비슷하게 생김. )를 푸짐하게 주었고, 황소에겐 말린 풀을 양껏 주었고, 개에겐 자신(사람)의 식탁에서 고기를 떼어 주었어요.
이 호의에 감동한 동물들이 떠나며 보답으로 사람에게 동물 자신들의 재능들 중 최선의 것을 부여해주었어요.
이를 위해, 동물들은 사람의 생애를 삼등분하여 각자 동물 자신의 특출한 주요 재능을 한 부분씩 부여해주었지요.
말은 사람의 초기 생애를 맡았어요. 그래서 말에게서 특질을 부여받은 사람은 누구든 어릴 적에 충동적이고 방자하고 자기 뜻대로 하려는 고집을 피우게 된 거랍니다.
사람의 생애 중간 부분을 떠맡게 된 소 덕분에, 중년의 사람은 일하는 걸 좋아하고 노동에 헌신하며 재산을 모으는 재미를 들인 중년 남편이 되게 되었답니다.
사람의 생애 말년을 떠맡게 된 개 덕분에, 노년의 사람은 종종 성마르고 애태우며 쉽게 만족하지 못하고 자기 위주이고 자신을 돌봐주는 가족 외의 낯선 이들을 질색하게 되는 거랍니다.
199. 원숭이들과 두 여행자
두 사나이가 함께 여행을 떠났다 우연히도 원숭이들의 나라에 도착하게 되었어요.
그들 두 사나이들 중 한 명은 절대 진실만을 말하는 자였고, 다른 사람은 절대 거짓만을 말하는 남자였지요.
원숭이들의 왕이 자신을 한껏 뽐내고 싶어 두 남자를 자기 앞에 대려오라 했어요. 그들이 자신(원숭이 왕)을 어떻게 평하는지 듣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원숭이 왕은 또한 자신의 모든 원숭이들을 자기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길게 줄지어 늘어서게 해 위엄을 한 껏 갖추게 하곤 자신의 머리에 왕관도 썼답니다. 인간 세계의 왕처럼요.
모든 준비가 갖추어지자 원숭이 왕은 두 남자를 자기 앞에 데려오게 해 다음과 같은 인사말을 건넸답니다.
“그래 너희 이방인(손님)들이 봤을 때 나는 어떤 왕인고?”
거짓말만 할 수 있는 여행자가 대꾸했어요.
“전능한 절대군주님 같습니다.”
“그럼 내 신하들은 어떤고?”
“모두들,”라며 그가 대답했어요. “당신을 보필하기에 손색이 없는 대표들이며 군대의 지도자들 같습니다.”
이 거짓말에 궁정에 있던 모든 원숭이들이 한껏 기뻐 아첨에 대한 상을 듬뿍 내주었답니다.
이제 진실만을 말할 수 있는 여행자 차례가 되어, 그가 속으로 생각했어요.
‘거짓말을 하고도 이렇게 많은 상을 받았다면, 그럼 내가 진실을 말해주면 더 큰 상을 받을 거잖아?’
원숭이 왕이 그에게 몸을 돌리며 말했어요.
“그래 자네가 보기에 나와 내 신하들이 어때 보이는가?”
“당신은,”라며 그가 말했어요. “영락없는 원숭이고, 다른 신하들 또한 영락없는 원숭이들입니다요.”
이 참말에 원숭이 왕이 대노해하며 그에게 원숭이들의 이빨과 발톱으로 모질게 할퀴어지는 벌을 내린 다음 내쫓아버렸답니다.
2 . 늑대와 양치기
늑대가 오랫동안 양떼를 따라다니며 아무런 해코지도 하지 않았어요.
양치기도 처음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지만, 늑대가 매일같이 양떼와 어울리며 별 짓을 안 하는 거 같자, 양치기도 차츰 경계심을 늦추기 시작했지요.
그러다 한 번은 양치가가 도시로 갈 일이 생기자, 양떼들의 안전을 늑대에게 맡기고 갔어요.
기회를 잡은 늑대가 양떼들을 습격해 엄청난 수의 양들을 죽여 버렸어요.
자신이 돌아왔을 때 이 처참한 광경의 결과물을 보게 된 양치기가 탄식하며 말했어요.
“난 이래도 싸. 고양이(늑대)에게 생선(양떼)을 맡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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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산토끼들과 사자들
산토끼들이 모여 “모든 동물들은 평등해야한다”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어요.
가만히 듣고만 있던 사자들이 대꾸했지요.
“말은 잘해, 산토끼들! 그치만 너희들은 우리들이 가진 발톱과 이빨이 없잖니.”
2 2. 종달새와 어린 자녀들(새끼종달새들)
이른 봄 종달새가 아직 어리고 푸른 밀밭에 둥지를 틀었어요.
아기종달새들이 아직 완전한 힘과 날개 그리고 풍성한 깃털을 가지기 전에, 밀밭의 주인이 익은 밀밭을 둘러보더니 말했어요.
“수확할 시가가 됐구먼, 내일은 이웃들보고 와서 좀 도와 달래야겠다.”
아기종달새들 중 하나가 이 소리를 듣고 엄마보고 말했어요.
“엄마, 우리 어서 안전한 곳으로 이사 가요.”
“아직 시간이 좀 있단다, 얘야.”라며 엄마종달새가 대답했어요. “친구보고 와 달라 말한다고 한 걸로 봐선 아직 그가 실제 수확할 의지가 없어 보이거든.”
며칠 후 그 주인이 다시 오더니 밀이 다 익어 고개를 아래로 축 떨구고 있는 걸 보곤 말했어요.
“안되겠다, 내일은 일꾼들을 고용해서 내 손으로 직접 수확을 시작해야겠다.”
이 말을 전해들은 엄마종달새가 아기종달새들에게 말했어요.
“이곳을 떠나야할 때가 왔구나, 얘들아, 그가 친구 대신 직접 수확에 나서겠다 한 걸 봐선 말이다.”
자기 손으로 하는 게 최고죠.
2 3. 여우와 사자
사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우가 우연히도 사자와 맞닥트리곤 하도 기겁을 한 나머지 하마터면 기절해 죽을 뻔했어요.
두 번째 마주쳤을 때도 간이 덜컹하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보단 덜했어요.
세 번째 마주쳤을 때서야 여우도 보다 대담해져 사자를 향해 고개를 쳐들고서 일상대화를 나눌 수 있었답니다.
편견을 깨우치는 데는 익숙해지는 것만 한 게 없지요.
2 4. 족제비와 생쥐들
나이와 병약함 탓에 무기력해진 족제비가 더는 예전처럼 생쥐를 잡을 수가 없게 되었지 뭐예요.
그래서 족제비는 밀가루 속에 몇 번 구르곤 어두운 구석탱이에 드러누웠죠.
족제비를 먹이로 착각한 생쥐 한 마리가 덥석 달려들었다 곧바로 족제비에게 붙잡혀 저승길로 가고 말았어요.
똑같은 방법으로 또 다른 생쥐 한 마리도 사망하기에 이르렀고, 그렇게 세 번째 생쥐와 또 다른 생쥐들이 차례대로 운명했어요.
지금껏 살아오며 숱한 덫과 함정들을 헤쳐 나왔던 아주 나이 많은 할아버지 생쥐만은 먹잇감을 앞에 두고도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고 주의 깊게 살피는 습관이 몸에 베였기에 이 교활한 악당의 속임수를 간파해내곤 이렇게 말할 수 있었어요.
“아! 거기 있는 너, 네가 그 짓거리로 어린 생쥐들을 잘도 잡아먹었을지 몰라도 난 어림없다!”
2 5. 목욕하던 소년
강에서 목욕하던 소년이 그만 물에 빠져 익사하기 직전이었어요.
소년의 다급한 외침에 지나가던 여행자가 도착했는데, 아 글쎄 이 사람은 도와주는 손을 내미는 대신 “왜 이런 위험한 곳에서 목욕을 한 게냐!”라며 잔소리를 하는 게 아니겠어요.
“아, 제발!”라며 소년이 외쳐댔어요. “저부터 일단 구한 다음에 잔소리를 하시라고요.”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고 하는 조언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랍니다.
2 6. 당나귀와 늑대
풀밭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던 당나귀가 자신(당나귀)을 잡으러 다가오고 있는 늑대를 발견하곤 즉시 다리를 절뚝거리는 척 연기했어요.
다가온 늑대가 “왜 그리 절뚝거리느냐?”고 그 이유를 물었어요.
당나귀가 대답했어요.
“산울타리를 넘다 날카로운 가시나무에 발을 헛디뎌서 그래.”
그러면서 당나귀는 “이 가시를 네가 좀 빼줄래. 어차피 나를 잡아먹을 텐데 그랬다가 이 가시가 네 목에 상처를 낼 수 있잖니.”라고 말했어요.
늑대도 선 듯 동의했어요.
“그럼 네 다리를 들어 올려봐.”
늑대는 온 신경을 기울이며 그 가시를 찾느라 여념이 없었어요.
바로 그때 당나귀가 자신의 뒷발을 들더니 그대로 늑대의 입에 있는 이빨들을 걷어차 버리곤 도망쳐버렸어요.
끔찍이도 상처를 당한 늑대가 말했어요.
“난 이래도 싸지.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으면서 살아가는 놈이 무슨 복을 더 누리겠다고 의사 흉내를 낸 거냐고?”
2 7. 나무조각상 판매상
어떤 사람이 헤르메스(목동과 도둑과 상업의 신. 신들의 심부름꾼 신. 그리스신화) 신의 나무조각상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팔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도 거들떠도 안 보는 거예요, 그래서 하나도 팔 수 없었죠.
그래서 남자는 고함을 지르며 “이 조각상만 사면 복이 우수수 들어옵니다.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요.”라며 자랑을 해댔어요.
그러자 지나가던 구경꾼 하나가 말했어요.
“그렇담, 이보쇼, 그걸 팔게 아니라 당신이 그냥 다 가지고 있음 되는 거 아니요, 그럼 복이며 돈들이 죄다 당신 꺼가 될 텐데?”
“아니죠,”라며 판매상이 대꾸했어요. “전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한데, 이 신은 복을 너무 천천히 준단 말이오.”
2 8. 여우와 포도
쫄딱 굶은 여우가 마침 둘둘 감긴 포도나무에 탐스럽게 맺혀있는 검푸른 포도송이들을 보았어요.
여우는 온 힘을 다해 그걸 따먹으려 애를 써보았지 모두 헛수고였어요, 그냥 오히려 지치기만 해버렸죠. 높이가 전혀 닿질 않았거든요.
마침내 여우가 돌아서면서 애써 서운함을 감추며 이렇게 말했어요.
“신포도네, 아직 덜 익었나봐.”
2 9. 남편과 악처(아내)
가족 구성원들에게 미움 받을 짓만 골라하는 아내를 둔 남편이 있었어요.
그녀가 친정(친아빠 집)에서도 그러는지 알고 싶던 남편은 아내보고 친정에 다녀오라 보냈답니다.
잠깐 후 아내가 돌아왔을 때, 남편은 “그래 어찌 지냈소, 하인들은 잘 대해주던가요?”라고 물어보았어요.
아내가 대꾸했어요.
“아 글쎄 목동들과 양치기들까지도 제게 반감을 드러내지 뭐예요.”
남편이 말했어요.
“오 여보, 이른 새벽부터 가축을 몰고 나가 저녁 늦게서야 돌아오는 그런 하인들까지 당신을 싫어한다면, 당신과 함께 온종일을 보내야하는 가족들은 어떻겠소!”
하나를 보면 열을 알죠.
21 . 공작새와 헤라(여신)
공작새가 헤라 여신(제우스신의 아내)을 찾아가 불평을 했어요.
“나이팅게일은 모두의 귀를 즐겁게 하는 목소리를 지녔는데, 왜 저는 입만 열면 사람들이 웃어대냐고요.”
여신이 달래는 말투로 말했어요.
“하지만 넌 미와 몸집에 있어 탁월하잖니. 네 목에 난 에메랄드 빛깔과 네 펼쳐진 꼬리에서 보이는 다채롭고 아름다운 색상들은 또 어떻고.”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요,”라며 새가 말했어요. “목소리가 이리 후진데 아둔한 아름다움을 지닌 게 뭐가 대수냐고요?”
“저마다 운명의 여신한테서,”라며 헤라 여신이 대답했어요. “받은 재능이란 게 있는 법이란다. 그녀는 너에겐 아름다움을, 독수리에겐 힘을, 나이팅게일에겐 목소리를, 갈까마귀(작은 몸집의 까마귀)에겐 좋은 예언을, 그리고 까마귀들에겐 나쁜 예언을 주었단다. 그러니 모두들 저마다의 재능에 만족하며 사는 거란다.”
211. 매와 나이팅게일
참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던 나이팅게일이 의도치 않게 때마침 먹이를 찾고 있던 매의 눈에 띄어 붙들리고 말았어요. 매가 급속히 내려와 덮쳤거든요.
매가 막 나이팅게일의 생명을 앗아가려는데 나이팅게일이 애걸복걸하며 놓아 달라 간청했어요.
“저는 크지 않아 당신 허기를 달래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저 말고 더 큰 먹잇감을 찾으세요.”
매가 그 말을 제지하며 말했어요.
“내가 바보니, 손에 들어온 먹이를 놓아주고, 아직 눈에 보이지도 않는 새를 쫓게.”
212. 개와 수탉과 여우
개와 수탉이 친구가 되어 함께 여행을 떠났답니다.
밤이 되자 그들은 울창한 나무속에 잠잘 곳을 마련했어요.
수탉은 날아올라 나무꼭대기에 있던 나뭇가지들 위에 걸터앉았고요, 개는 나무 아래의 속이 빈 나무줄기 속에 잠자리를 마련했어요.
새벽이 밝아오자, 수탉은 평소와 같이 수차례 큰 소리로 “꼬끼오”라고 울어댔어요.
그 소리를 들은 여우가 수탉을 아침식사로 잡아먹으러 나뭇가지 아래로 와 말했어요.
“그런 유창한 목소리를 가진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그럴 리 없다는 걸 잘 아는 수탉이 말했어요.
“그럼 제 밑에 있는 속이 빈 나무줄기에 있는 문을 열어 제 문지기를 깨어보세요, 그가 당신께 여기로 들어오는 문을 열어줄 거예요.”
여우가 나무로 다가가니 개가 덥석 튀어나오더니 여우를 한 입에 물어뜯어버렸어요.
213. 늑대와 염소
가파른 절벽 꼭대기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는 염소 한 마리를 늑대가 발견했는데 도무지 거기까지 올라갈 방법이 없지 뭐예요.
그래서 늑대는 염소를 소리쳐 부르며 아래로 내려오라 간청했지요.
“그러다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러니. 이 아래 풀들을 좀 보렴, 얼마나 싱싱하니 씹기 쉬워 보이니.”
염소가 대꾸했어요.
“아뇨, 아저씨, 지금 그 풀 때문에 저보고 내려오라고 하시는 게 아니잖아요, 당신 배 채우려고 그러는 걸 제가 모를 줄 아세요.”
214. 사자와 황소
황소를 잡아먹곤 싶은데 덩치가 너무 커 대려 공격을 당할까 걱정이 된 사자가 머리를 굴렸어요.
그래서 황소에게 슬쩍 접근해 이렇게 말했지요.
“방금 막 맛있는 양을 한 마리 잡았는데 말이야, 친구, 어째 우리 집에 가서 같이 먹지 않으련. 너랑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면 기쁠 거 같아서야.”
사자가 이리 말하니 황소도 은근 양고기가 먹고 싶지 뭐예요.
하지만 사자의 속셈은 기회를 보아 황소를 잡아먹을 심산이었지요.
그렇게 사자의 굴로 가까이 가던 황소의 눈에 아 글쎄 양은 온데간데없고 고기 굽는 거대한 쇠꼬챙이와 엄청 큰 가마솥만 보이지 뭐예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사뿐히 뒤돌아서 잽싸게 튀었죠.
“인사도 없이 왜 그렇게 가는 거야, 응?”라며 사자가 물었어요. 왜냐면 사자는 미쳐 황소를 공격할 틈새를 잡지 못했거든요.
“이유야 차고 넘치지,”라며 황소가 말했어요. “잡았다는 양은 보이지 않고, 네가 황소를 저녁식사 거리로 잡으려고 왕창 준비해놓은 건만 보이니 그러지.”
215. 염소와 당나귀
옛날에 어느 사람이 염소와 당나귀를 한 마리씩 키우고 있었어요.
그런데 주인이 당나귀에게만 맛난 음식을 잔뜩 주는 게 염소는 못내 질투나 말했어요.
“넌 이렇게 혹사 당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니, 맨날 맷돌을 돌려야하고 무거운 짐들도 네가 다 날라야하잖니.”
그러면서 염소는 조언하길,
“그러지 말고 한 번 날을 잡아 미친척하고 도랑 속에 빠져봐, 그럼 쭉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거야.”
그 말에 귀가 솔깃해진 당나귀는 정말로 도랑 속으로 굴러 넘어졌고 그 과정에서 크게 멍이 들고 말았지요.
주인이 의사를 불러 진찰을 구했더니, 의사가 말하길, “이 상처엔 염소의 폐 요리가 와따(최고)입니다.”라고 했어요.
주인과 의사는 그 즉시 염소를 죽였고, 그래서 당나귀는 치료받을 수 있었답니다.
216. 도시 쥐와 시골 쥐
시골 쥐가 하루는 도시 쥐를 초대했어요. 친한 친구에게 시골 밥상을 먹어보게 해주고 싶어서요.
도시 쥐가 와서 보니 메마른 논밭에서 그냥 밀 줄기와 뿌리를 캐내 내놓은 밥상일 뿐이었어요.
도시 쥐가 친구에게 말했어요.
“참 개미처럼 산다 너, 내 집엔 진수성찬이 가득하고 모든 게 빛까번쩍하지. 나랑 가보자 그럼 내가 얼마나 고상하게 먹는지를 보여줄게.”
시골 쥐가 그 말을 옳게 듣고 친구를 따라 도시로 가보았답니다.
도착하자 도시 쥐는 친구 앞에 빵이며 보리며 콩이며 마른 무화과 열매며 꿀이며 건포도며 이것저것 바구니에 잔뜩 든 최고급 치즈까지 죄다 내놓았지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뻑이 간 시골 쥐는 너무 들뜬 나머지 “이런 따뜻한 환대는 처음이야, 이에 비하면 내 가혹한 시골 생활은 아쉬워.”라며 한탄을 내어놓았지요.
그들이 막 먹으려는데 “덜컹!”하고 문이 열리더니 누가 들어오는 바람에, 두 생쥐는 화들짝 놀라 죽기 살기로 구멍 속으로 뛰어 들어가야 했답니다. 그 구멍은 두 명의 쥐가 들어가기엔 너무도 비좁은 곳이었지요.
그들이 간신히 여유를 차리고 다시 한 입 먹으려 하는데 이번엔 또 다른 사람이 찬장에서 뭔가를 꺼내가려고 들어오는 바람에, 두 생쥐는 정말이지 전보다 더 놀란 나머지 달아나 몸을 숨겨야했답니다.
마침내 그런 식의 일들이 계속되자 음식을 앞에 놓고도 배를 쫄쫄 굶은 시골 쥐가 친구한테 말했어요.
“나를 위해 진수성찬을 내놓은 건 알겠는데, 그만 가 봐야겠다, 친구야. 이렇게 많은 위험들에 둘러싸인 상태로 도저히 음식이 입에 넘어가질 않거든. 난 메마른 논밭에서 풀뿌리로 살아가더라도 겁 먹지 않고 마음 편히 살아가는 게 더 좋거든.”
217. 늑대와 여우와 원숭이
원 세상에나 늑대가 “내 걸 도둑질 했어요”라며 여우를 고소했지 뭐에요.
물론 여우는 완전히 부정하고 나섰죠.
이 사건이 옳고 그름은 온전히 원숭이 판사에게 맡겨졌답니다.
각자의 얘기를 충분히 들은 원숭이 판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어요.
“도저히 늑대가 무슨 물건을 잃었을 거로 생각되지 않소. 또한 여우가 무슨 물건을 도둑질하지 않았으리라고도 생각되지 않소.”
정직하게 행동해야해요. 안 그럼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거든요.
218. 파리와 ‘짐 끄는 노새’
파리가 짐마차의 굴대(=막대기. 마차 바퀴 한 가운데에 뚫린 구멍에 끼우는 막대기) 위에 앉으며 ‘짐 끄는 노새’에게 말했어요.
“느려 터져 가지곤! 좀 더 빨리 갈 순 없어? 아님 내가 침으로 네 놈 목을 찔러줘야 더 빨리 가겠니.”
‘짐 끄는 노새’가 대꾸했어요.
“너부터 걱정해. 난 너 위에 앉아 있는 주인만 신경 쓰고 있으니까. 내 속도는 그의 채찍과 고삐를 당기는 것에 맞춰져 있단다. 그러니 꺼지고 네 볼 일이나 봐. 난 언제 빨리 가야하고 언제 느리게 가야할 때는 아는 놈이니까.”
219. 어부들
몇몇 어부들이 그물을 끌어당기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물이 꽤나 묵직한 거 있죠, 그래서 어부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답니다.
“분명 큰 물고기가 잡힌 게야.”
그들이 그물을 해안가로 다 끌어당겼을 때 보니 그건 그저 그런 물고기 몇 마리가 잡힌 거일 뿐이었어요. 그물엔 돌들과 모래로 가득했죠.
자신들에게 닫친 불운에 실망한 어부들이 그걸 집어던지며 화풀이를 했어요. 실망감이 컸던 거죠.
그들 중 나이 지극한 어부가 말했어요.
“여보게들, 한탄 그만들 하세나, 내가 보기엔 슬픔과 기쁨은 항시 쌍둥이 자매 같았지. 그러니 방금 전 슬픈 일이 지나갔으니 이제 기쁜 일이 두 배로 올 걸세.”
22 . 사자와 세 마리 황소들
세 마리 황소가 한참을 함께 풀을 뜯고 있는데, 사자 한 마리가 수풀 사이에 잠복하고선 시시탐탐 황소를 잡아먹을 기회만 노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랬다간 황소들이 단합해 공격해올 게 두려워 섣불리 공격할 수 없었죠.
마침내 사자가 교활한 말로 황소들을 뿔뿔이 헤어지게 하는데 성공했어요.
황소들이 각기 떨어져 풀을 뜯자 겁먹을 필요가 없어진 사자는 짬나는 대로 황소들 한 마리씩을 잡아먹었답니다.
뭉쳐야 살죠.
221. 새잡이와 독사
어느 새잡이가 끈끈이(끈끈한 물질)와 나뭇가지를 챙겨 새를 잡으러 나갔어요.
나무 위에 개똥지빠귀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게 보이기에 잡을 마음이 생긴 그가 나뭇가지 두 개를 적당한 간격으로 유지하고서 새에게만 온 신경을 집중하며 다가갔어요.
다가가는 동안 그도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는 그만 잠자고 있던 독사를 발고 세게 밟고 말았답니다.
잔득 독이 오른 독사가 그를 꽉 무는 바람에 그가 졸도하고 말았죠.
쓰러진 그가 간신히 말했어요.
“오 슬프다! 새 잡는답시고 발밑으로 죽음이 다가오는 것도 알지 못했으니.”
222. 말과 당나귀
자신의 장식적인 말 옷에 한껏 도취돼 있던 말이 하루는 길에서 당나귀와 마주쳤어요.
당나귀는 짐을 잔뜩 싣고 천천히 가고 있었어요.
“내 발 축에도 못 끼는 것이,”라며 말이 말했어요. “꼴값은.”
당나귀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신들에게 도움을 청했죠.
오래지않아 말이 천식(호흡곤란)에 걸려 숨을 헐떡이는 바람에 말 주인이 그 말을 농장으로 끌고 갔답니다.
말이 분뇨차를 끌고 가는 뒷모습을 보며 당나귀가 말했어요.
“허풍쟁이, 그렇게도 뻐기더니 그 잘난 모습은 다 어디 갔데? 남을 경멸하면 네가 경멸받는 거라고!”
223. 여우와 가면
여우가 하루는 연극배우의 집에 들어갔다 이리저리 온 집안을 돌아다녔지 뭐예요, 그러다 가면을 하나 발견했는데, 인간의 머리를 본 따 만든 훌륭한 가면이었어요.
여우가 앞발로 그걸 들어 자신의 얼굴에 착용해보더니 말했어요.
“꽤 괜찮은 머리네! 하지만 가치가 없어, 머릿속이 텅 비었으니까.”
224. 거위들과 두루미들
거위들과 두루미들이 강변의 같은 풀밭에서 먹이를 먹고 있었어요.
그때 새잡이가 살금살금 다가오더니 그물을 휙 던졌어요.
먹이를 많이 못 먹어 몸이 가볐던 두루미들은 쉽게 날아올라 도망갈 수 있었지만, 비행이 느리고 많이 먹어 더 무겁던 거위들은 죄다 사로잡히고 말았답니다.
225. 눈먼 사람과 늑대새끼
눈이 멀었음에도 손에 닿는 무슨 동물이든 알아맞히는 신통한 눈먼 사람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하루는 그에게 늑대새끼를 안겨주며 “이게 무슨 동물인지 알아 맞춰보시오?”라고 말을 했지요.
그가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그 참, 여우 새끼인지, 아님 늑대 새끼인지 모르겠군요, 다만 이거 하나는 감이 오오. 이 녀석을 절대 양우리에 넣어선 안 되오.”
악한 성향은 어릴 때부터도 알 수 있어요.
226. 개들과 여우
몇몇 개들이 사자 가죽을 발견하곤 달려들어 이빨로 마구 뜯기시작했어요.
때마침 지나가다 그 광경을 보게 된 여우가 말했지요.
“살아 있는 사자였다면, 사자의 발톱이 너희 개들의 이빨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단번에 알 걸.”
죽은 사자 발로 차기는 저도 할 수 있어요.
227. 의사가 된 구두 수선공
도저히 자신의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해나갈 수가 없던 구두 수선공이 자신을 전혀 모르는 도시로 가더니 유명한 의사 행세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는 모든 독을 치유하는 약이 있다며 팔기 시작하더니 곧 어마어마한 명성과 돈을 거머쥐게 되었답니다. 원체 뻥이 심한 친구였는데 그게 돌팔이 의사 행세와 통한 거지요.
그러다 그가 덜컥 중병에 걸려 눕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도시의 시장이 그(돌팔이 의사)의 솜씨를 시험해보기로 마음먹었어요.
이를 위해 시장은 컵을 하나 가져오게 해 물을 부었어요. 그리곤 마치 독과 구두 수선공이 파는 약을 혼합하는 척 연기하곤, 구두 수선공보고 “당신 병이 나을 테니 드시구려.”라고 말했어요.
겁을 집어먹은 구두 수선공은 어쩔 수 없이 “저는 의술을 전혀 모릅니다. 그동안 어리석은 말들로 사람들을 속여 유명해진 거였습니다.”라며 자백을 하기에 이르렀지요.
시장이 즉시 사람들을 모이게 하더니 다음과 같이 발표하였지요.
“얼마나 어리석소? 그래 신발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자에게 목숨을 맡기려들 들었단 말이오.”
228. 늑대와 말
늑대가 귀리 밭에서 막 나오다 말과 마주쳤는데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때마침 잘 만났네, 이 밭으로 오라고, 여긴 맛난 귀리가 가득해, 난 입도 대지 않았다고, 난 그저 네가 귀리를 맛나게 씹는 소리만 들어도 배가 부르거든.”
말이 기가 찬다는 듯 말했어요.
“늑대가 귀리를 먹을 수 있었으면 절대 그런 소리가 안 나올까, 아마 귀고 뭐고 배를 채우느라 바빴겠지.”
나쁜 사람이 선한 척 할 때엔 뭔가 꿍꿍이 속이 있는 거에요.
229. 오빠와 여동생
아빠에게 아들 하나와 딸 하나가 있었어요.
그런데 오빠는 엄청 잘 생긴데 반해 딸애는 엄청 못생겼지요.
어릴 때 함께 놀던 아이들이 엄마 의자에 놓인 거울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었지요.
소년은 잘생긴 자신의 얼굴을 보고 좋아했지만, 소녀는 발끈했어요. 오빠만 잘생긴 걸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죠. 그리고 오빠 말을 다 나쁘게 받아들였어요. 혼자 끙끙 앓은 거죠.
그녀는 아빠에게 달려가 오빠를 헐뜯었어요.
“아빠, 오빠가 장난 쳐, 여자애처럼 행동해.”
그럴 때면 아빠는 그들 둘을 포근히 앉아주곤 아이들의 볼에 한명씩 다정하게 키스를 해주었답니다.
아빠가 말했어요.
“아빤 너희들이 매일 거울을 들여다봤음 한단다. 그럼 오빠인 너는 거울을 보며 나쁜 행동이 네 아름다움을 망치는 걸 막을 수 있을 거고, 그리고 너 내 딸은 미덕으로 약간 부족한 아름다움을 채워나갈 수 있을 거잖니.”
23 . 말벌들과 메추라기들과 농부
말벌들과 메추라기들이 간신히 목마름을 참고 있는데, 때마침 농부가 다가오기에, 말벌들과 메추라기들이 “제발 저희들에게 물 좀 주세요.”라고 간청했어요.
그렇게만 해주면 그들은 은혜를 꼭 갚겠다 말했지요.
먼저, 메추라기들이 말했어요.
“이제부터라도 저희들이 당신의 포도나무들 주변 땅을 파헤쳐놓아 포도나무들이 더 많은 포도를 열게 만들어드릴게요.”
말벌들도 지지 않고 말했어요.
“저희들도 이제부터 당신의 포도나무들을 지키며 포도를 훔쳐가려는 도둑이 나타나면 따끔하게 벌침을 놓아드릴게요.”
농부가 그들을 제지하며 말했어요.
“나에겐 이미 그런 일들을 도맡아 해주는 황소가 두 마리씩이나 있단다. 그러니 이 물은 너희들에게보다 그 황소들에게 주는 게 더 낫겠구나.”
231. 까마귀와 헤르메스
덫에 걸린 까마귀가 아폴로 신에게 기도했어요.
“저 좀 풀어주세요, 그럼 제가 유향(고급 향료)을 바칠게요.”
하지만 위험에서 풀려나자 까마귀는 자신이 한 약속을 쫄딱 잊고 말았죠.
곧 그는 다시 덫에 걸리고 말았어요.
그는 이번엔 아폴로 대신 헤르메스 신(도둑과 목동과 상업의 신. 신들의 심부름꾼 신)에게 “유향을 바칠게요.”라고 약속을 드렸어요. 똑같은 약속을 한 거죠.
금방 헤르메스 신이 나타나더니 까마귀에게 대뜸 이렇게 말했어요.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내가 너를 어찌 믿고, 네 전(이전) 수호신처럼 배신당하라고 널 구해주란 말이냐?”
232. 북풍과 해님
북풍과 해님이 누가 더 힘이 센가를 두고 논쟁을 벌였어요. 그러다 때마침 지나가는 여행자가 보이기에 이 사람의 옷을 먼저 벗기는 쪽이 이기는 걸로 정했지요.
먼저 북풍이 자신의 힘센 바람을 그 여행자를 향해 후 불었어요. 북풍이 매서운 강풍을 불면 불수록 여행자는 자신의 외투로 온 몸을 꽁꽁 싸맸어요.
마침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북풍은 차례를 해님에게 넘겨주며 어찌 되나 보았죠.
해님은 순간 여행자 위로 햇살을 내비쳤어요.
온화한 빛줄기가 여행자에게 가 닿자마자 그는 차례차례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더운 열기에 굴복해 옷을 모두 벗어버리곤 길가 옆 개울에 뛰어들어 몸을 적셨답니다.
설득이 강요보다 나을 때가 많죠.
233. 서로 적이 된 두 남자
서로 끔찍하게도 싫은 적이 된 두 사람이 우연히 같은 배를 타게 되었어요.
서로 가능한 한 멀찍이 있기 위해 한 사람은 배 끝에 앉았고, 또 한 사람은 배 앞에 앉았지요.
강렬한 폭풍이 몰아치더니 배가 가라앉기 일보 직전이 되자 배 끝에 앉아 있던 사람이 선장에게 “배 앞과 배 뒤 중 어느 쪽이 먼저 가라앉을 거 같소?”라고 물었어요.
“배 앞이 먼저 가라앉을 거 같습니다.”라는 선장의 대답이 돌아오자 그 사람이 말했어요.
“저 놈이 먼저 죽는 꼴만 볼 수 있다면야, 죽는 거쯤이야 무섭지 않다.”
234. 싸움닭들과 자고새
닭장에 싸움닭 두 마리를 키우고 있던 사람이 우연히도 시장에 들렀다 판매용으로 나온 귀여운 자고새 한 마리를 보았어요.
그는 그 자고새를 자신의 싸움닭들과 함께 키울 생각으로 사서 집으로 가지고 돌아왔어요.
닭장에 들어간 자고새는 그때부터 곤욕을 치렀답니다. 싸움닭들이 한시도 그를 가만두지 않고 뒤 쫓아와 쪼아댔기 때문이지요.
이에 자고새가 크게 슬퍼하며 이는 다 자신이 낯선 손님이라 그러려니 이해했어요.
머지않아 자고새는 수탉들이 저희들끼리 싸우는 것을 보았어요. 하나가 상대방을 때려눕힐 때까지 싸우는 모습을 말이죠.
그제야 상황을 이해하게 된 자고새가 혼잣말로 말했어요.
“더는 저 싸움닭들 때문에 내가 상심할 필요가 없겠어, 이제 보니 저들은 한시도 다두지 않곤 못 사는 족속들이었잖아.”
235. 돌팔이 의사가 된 개구리
개구리가 한 번은 늪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나오더니 온 동물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선언했어요.
“난 실력 있는 의사야. 온갖 약들과 모든 병들을 치유할 수 있지.”
여우가 개구리에게 물었어요.
“차라리 다른 걸 우기지 그려니, 넌 네 주름투성이 피부가죽과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도 고치질 못하잖니?”
236. 사자와 늑대와 여우
나이 든 사자가 자기 굴에 아파 누워 있었답니다.
그러자 모든 동물들이 병문안을 왔어요, 여우만 제외하고 말이죠.
이걸 복수할 절호의 기회라 여긴 늑대가 사자에게 모든 동물들이 다녀갔는데 오직 여우만 왕을 찾아오지 않았다며 주의를 환기시켰어요.
때마침 여우가 들어오다 늑대가 한 마지막 몇 마디만 알아들었죠.
사자가 여우에게 호통을 치며 화를 냈어요.
빠져나갈 방법을 찾던 여우가 말했어요.
“저만큼 사자님을 걱정하며 돌아다닌 자도 없습니다요, 저는 지금껏 방방곳곳을 돌아다니며 용하다는 의사들을 죄다 만나 사자님을 치유할 방법을 물었어요?”
귀가 솔깃해진 사자가 즉시 그 치유책이 뭔지 물었어요.
여우가 대답했지요.
“산 늑대를 잡아다 가죽을 벗기고, 채 식지 않은 그 가죽으로 몸을 감싸 열기를 느끼는 것입니다요.”
사자는 그 즉시 늑대를 잡아다 가죽을 벗겨버렸지요.
그제야 여우가 늑대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엿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어요.
“그러니 애당초 모략을 꾸미지 말았어야지.”
237. 개집
겨울에, 개가 추위를 이기려고 좁은 공간에서 오그리고 자고 있었어요. 그러다 집을 한 채 짓기로 결심했지요.
하지만 다시 여름이 돌아와, 대(大)자로 누워 잘 수 있게 되자, 마음이 넉넉해지며 굳이 잠잘 집을 만들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답니다.
238. 늑대와 사자
해질 무렵 산허리에서 어슬렁거리던 늑대는 자신의 그림자가 엄청 크게 확대되는 것을 보곤 혼자 말했어요.
“얼씨구, 4제곱미터(2미터x2미터)까지도 더 커지겠는 걸, 이런 내가 왜 사자를 두려워해? 동물들을 모아놓고 내가 왕이라 선포하지 못할 이유가 없잖아?”
늑대가 이렇게 한껏 고양된 채 걸어 다니다, 느닷없이 만난 사자가 그를 죽어버렸어요.
후회해도 너무 늦었다는 걸 알고 늑대가 말했어요.
“이래도 싸지! 과신(스스로를 크게 믿음)이 나를 망친 거야.”
239. 새들과 짐승들과 박쥐
새들이 짐승들과 전쟁을 벌였어요.
서로 한 번씩 전세가 역전되길 반복했지요.
어느 쪽이 이길지를 확신하지 못한 박쥐는 그럴 때면 강해보이는 쪽에 붙어 싸웠죠.
평화가 찾아왔어요.
그러자 양쪽 편에 붙었던 박쥐의 사기 행각이 단번에 드러나고 말았죠.
이로 말미암아 박쥐는 양쪽 편에서 배반자란 칭호를 얻게 되어 낮에 내쫓기고 말았답니다.
이후 박쥐는 낮엔 꽁꽁 숨어 지내다 밤에만 날아다니게 되었답니다.
24 . 방탕아(낭비자)와 제비
어머나, 젊은 사람이 어찌나 낭비벽이 심한지 재산을 몽땅 탕진하고 딸랑 명품 외투 하나만 남았지 뭐예요.
그러던 어느 날 때 이르게 찾아온 제비 한 마리가 물가를 따라 날며 명랑하게 재잘거리 걸 보고 말았죠.
이에 청년은 벌써 여름이 왔다 생각하고선 자신의 외투마저 팔아버렸어요.
며칠 못가 겨울철 서리와 추위가 되살아났고, 그는 땅바닥에 죽어 있는 그 불행한 제비를 발견하곤 이렇게 말했지요.
“불행한 새야! 어찌된 거니? 네가 때 이르게 찾아온 죄로 너만 죽게 된 것이 아니라 이제 나도 골로 가게 생겼잖니.”
241. 여우와 사자
우리에 갇힌 사자를 여우가 보았어요.
여우가 다가가더니 사자에게 온갖 욕설을 해댔어요.
보다 못한 사자가 여우에게 말했어요.
“내게 욕을 하고 있는 건 네가 아니라, 나를 우리에 갇히게 한 불운이다.”
242. 부엉이와 새들
끈끈이나무(감탕나무)가 처음 땅에 쏟아나 새싹을 피웠을 때 지혜로운 부엉이는 새들에게 “새싹을 모두 쪼아 먹어 더는 자라지 못하게 해야 해요.”라고 조언했어요.
부엉이는 말했죠.
“끈끈이나무의 껍질로 새들에게 치명적인 끈끈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 끈끈이가 여러분들을 잡히게 할 거예요.”
아마 씨앗이 돋아났을 때에도 부엉이의 조언은 이어졌지요.
“사람들이 뿌린 이 씨앗에서 자나나는 식물은 새들에겐 불행의 징조랍니다.”
결국 부엉이는, 활을 쏘는 사람이 다가오는 걸 보았는데 역시나 부엉이의 예언대로 그는 깃털을 단 화살을 고안해 내더니 제일 빠른 새들보다도 더 빨리 화살을 날려 보낼 수 있게 되었어요.
사실 새들은 부엉이의 이러한 경고들을 신뢰하지 않고 제정신이 아닌 걸로 여기고선 제꺼 놓았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그의 말이 적중하자, 새들도 부엉이의 지혜에 경이를 표하게 되었고 새들 중에 가장 현명한 새로 인증하게 되었지요.
이제는 부엉이가 나타나면 새들은 배울 게 없는지 알아보려 다가왔어요.
하지만 부엉이는 더는 그들에게 조언을 해주지 않고 그냥 대중의 지난 어리석음을 애석해하며 고독한 한숨만 내쉬곤했다네요.
243. 포로로 잡힌 나팔수
전쟁에서 용맹하게 앞장서며 나팔소리로 병사들을 이끌던 나팔수가 적에게 붙잡히고 말았어요.
그는 적들보고 자신을 살려달라 애걸했어요.
“살려주십시오, 저는 당신들에게 직접적인 피해와 상처를 입힌 적이 없습니다. 저는 누구도 죽인 적도 없습니다. 전 무장도 하지 않았고, 단지 황동 나팔 하나만 들고 다녔을 뿐입니다.”
“그러니 널 죽이겠다는 거다,”라며 적들이 말했어요. “왜냐면 넌 싸우지도 않으면서 나팔소리로 다른 사람들이 싸우게 선동했기 때문이지.”
244. 사자 가죽을 뒤집어쓴 당나귀
사자 가죽을 뒤집어쓴 당나귀가 숲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렸어요.
그와 마주치는 어리석은 동물들을 죄다 당나귀의 이 기괴한 모습에 기겁을 하며 놀라고 말았죠.
당나귀는 재밌어서 죽을 맛이었고요.
저기 여우가 오고 있네요. 당나귀가 이번에도 놀래키려고 하는데, 당나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여우가 낌새를 채곤 말했어요.
“네 당나귀 울음소리만 아니었어도 나도 화들짝 놀랐을 거야.”
245. 참새와 산토끼
세상에, 독수리가 산토끼에게 달려들더니 발톱으로 꽉 물고 늘어졌어요.
즉각 산토끼가 아기처럼 울고 불며 재발 놓아 달라 사정 사정을 했어요.
보다 못한 참새 한 마리가 산토끼보고 말했어요.
“그 재빠른 네 발은 두었다 뭐하니? 잽싸게 도망치면 되잖니?”
참새가 그 말을 하고 있던 사이, 매가 느닷없이 참새를 낚아채더니 죽여 버렸어요.
참새의 죽음에 그나마 위안을 받으며 산토끼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말했지요.
“참내! 방금 지는 안전하다 여기고선 내 불행에 기뻐하더니, 어때 이제 같은 처지에 놓이니 뭐가 좀 보이니.”
246. 벼룩과 황소
벼룩이 황소에게 물었어요.
“어찌된 거니, 넌 엄청 커고 힘도 센데, 왜 인간들한테 구속돼 매일을 노예처럼 일을 하지, 날 보라고, 난 작은 생물이지만 인간의 살점에 붙어 피를 마음껏 들이키잖니?”
황소가 대답했어요.
“그렇다고 배은망덕할 순 없잖니, 난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고 있고 보살핌도 잘 받고 있는데, 그들은 종종 내 머리와 어깨를 토닥이며 애정을 표현해주기까지 한다고.”
“아 골 때리네!”라며 벼룩이 말했어요. “누가 내게 그런 토닥임을 주었다간 난 흔적도 없이 뭉개지고 말거거든.”
247. 선과 악
인간사에 반반씩 같이 관여하고 잇던 선이 악에 의해 완전히 내쫓기고 말았어요.
악이 이 땅에서 너무도 범람했기 때문이죠.
선은 하늘로 올라가 자신들을 박해한 악에게 응당한 처벌을 내려달라 요구했어요.
선은 제우스에게 다음과 같이 탄원했어요.
“저희들은 악들과는 하나도 닮지 않아 더는 같이 지낼 수 없거니와 끊임없이 다툼을 벌이니, 변치 않는 법칙을 정해주셔서 선인 저희의 안전을 보장해주십시오.”
제우스가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향후엔 악이 지상을 방문할 때엔 떼거리로 몰려가야만 하고, 선이 인간의 집에 들어갈 때엔 선 한명씩만 가야한다고 말했어요.
그리되니 이제는 정말 온 사방에 악이 넘쳐나게 되었지요, 왜냐면 악이 인간을 찾아올 때엔 한명씩이 아니라 무더기로 찾아오게 되었으니까요.
반면 선은 제우스에게서 출발해 한명씩만 따로따로 그리고 드문드문 와야 했기에, 사람의 눈에도 하나씩만 간신히 눈에 띄게 된 거랍니다.
248. 비둘기와 까마귀
새장에 갇힌 비둘기가 자신이 낳은 새끼들이 엄청 많다며 자랑을 하고 있었어요.
이 소리를 들은 까마귀가 말했지요.
“원 세상에, 이 친구야 말도 안 되는 자랑 좀 그만해. 네가 많이 낳으면 낳을수록, 그로 인한 슬픔도 커졌던 거라고, 이 새장 속에 갇힌 그 애들을 좀 봐봐.”
249. 헤르메스와 나무꾼
나무꾼이 강 옆에서 나무를 베다 도끼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풍덩하고 도끼가 깊은 못 속에 빠지고 말았어요.
생계 수간을 잃은 그가 강둑에 주저앉아 펑펑 울기 시작했어요.
헤르메스 신이 나타나더니 “왜 우는지?”를 물었어요.
그가 자신의 불운을 말씀드리자, 헤르메스가 물속에 들어가시더니 이내 황금 도끼를 꺼내 “이게 자네가 잃어버렸다는 그 도끼인가?”를 물었어요.
“그건 제게 아니옵니다.”라고 그가 말하자, 헤르메스가 다시 물 아래로 모습을 감추더니 이내 곧 은도끼를 손에 쥐고 나타나 “그럼 이 도끼가 네 도끼냐?”라고 물었어요.
“아니옵니다, 그것도 제 도끼가 아니옵니다.”라고 나무꾼이 말하자, 헤르메스가 세 번째로 물속으로 다이빙을 해 이번에 그가 잃어버린 그 도끼를 가지고 돌아왔어요.
“맞습니다, 그게 제 도끼입니다.”라며 나무꾼은 자신의 도끼를 되찾은 것에 크게 만족했어요.
이 정직한 마음씨가 마음에 든 헤르메스가 황금도끼와 은도끼 또한 그에게 선물로 주었어요.
숙소로 돌아온 나무꾼은 동료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었어요.
동료들 중 한 명이 자신도 따라해 보고 동일한 행운을 얻기로 결심했어요.
그는 강으로 가 동일한 장소의 물속으로 도끼를 냅다 내던지곤 강둑에 주저앉아 펑펑 울기 시작했어요.
그가 바란 대로 곧 헤르메스 신이 나타나더니 자초지종을 듣곤 물로 뛰어들더니 이내 황금도끼를 꺼내며 “이게 네가 잃었다는 그 도끼냐?”라고 물어왔어요.
탐욕에 눈이 먼 그가 단번에 “맞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잃어버린 그 도끼입니다요.”라고 말했어요.
이 속임수에 발끈한 헤르메스 신은 그 황금도끼를 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무꾼이 우물에 내던지 원래 도끼까지도 되찾아주기를 거절했답니다.
25 . 독수리와 갈까마귀
독수리 한 마리가 높은 바위 꼭대기에서 손살 같이 내려오더니 발톱으로 어린 양을 움켜쥐곤 그대로 날아가 버렸어요.
어린 양이 붙들려가는 걸 목격한 갈까마귀(까마귀보다 몸집이 작고 사납게 우는 까마귀)가 질투심이 샘솟아 자신도 한 번 그리해보고 싶었어요. 독수리의 힘과 비행능력과 자신을 비교해보고 싶었거든요.
갈까마귀는 날개를 크게 휘저으며 빙빙 돌더니 큰 숫양에게 내려앉아 거뜬히 들고 날아가 버릴 생각으로 훅하고 드는데 아니 이게 웬일인가요, 발톱들이 숫양의 털에 뒤엉키는 바람에 놓지도 못하고 속절없는 날갯짓만 무진장 해대는 꼴이 되고 말았어요.
뭔 일이 일어났나 보던 양치기가 급히 달려와 갈까마귀를 사로잡았죠.
그는 갈까마귀의 날개를 묶어 밤에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었답니다.
아이들이 “아빠, 이 새는 뭐야?”라고 묻자, 양치기는 이렇게 대답했지요. “확실히 내가 보기엔 바보 까마귀 같은데, 글쎄 자신이 독수리인줄 알지 뭐니.”
251. 여우와 학
여우가 학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는데, 오락은 하나도 없고 콩으로 만든 수프만 그것도 넓고 펑퍼짐한 돌 접시에 담아 내놓지 않았겠어요.
학의 긴 부리(입)로는 그 수프를 먹을 수가 없었어요. 학이 그렇게 배를 쫄쫄 굶고 있는데 여우는 자기 배를 채우느라 바빴죠.
이번에는 학이 여우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는데, 주둥이 부분이 길고 좁은 포도주 병에 음식을 내왔지 뭐예요.
학은 자유롭게 목을 병에 넣고 음식물을 쉽게 먹을 수 있었지만, 반면 여우는 입도 대지 못했죠.
아셨죠, 이건 학의 복수였어요. 남을 푸대접하면 그리되는 거랍니다.
252. 제우스, 포세이돈, 아테네, 모모스(모모스란 불평과 비난의 신임)
고대 전설에 따르면, 첫 인간은 제우스가 만들었고, 첫 황소는 포세이돈(바다의 신)이 만들었고, 첫 집은 아테네 여신이 만들었데요.
각자 일을 마무리 짓자 곧 그들 사이에 누구의 작품이 더 완벽한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어요.
그들은 모모스(그리스 신화. 불평과 비난의 신 이름)에게 판정을 맡기고 그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지요.
하지만 모모스는 판정은커녕 가만 보니 신들의 완벽한 솜씨에 그만 시기심이 일어 하나하나 다 꼬치꼬치 물고 늘어졌지요.
포세이돈의 작품을 보곤,
“왜 황소의 뿔을 눈 바로 밑에 만들지 않은 거죠, 그랬다면 적을 더 잘 찔렀을 거 아녜요?”
라고 잔소리를 했지요.
그런 다음 모모스는 제우스의 작품도 혹평하고 나섰어요.
“왜 인간의 심장을 밖으로 내놓지 않았죠, 그랬다면 모든 이들이 서로 상대방의 적의를 더 잘 읽을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럼 해악을 미연에 막아낼 수 있었을 거잖아요.”
마지막으로 모모스는 아테네 여신에게도 테클을 걸고 넘어졌어요.
“왜 집의 기초(바닥)를 철제 바퀴식으로 만들지 않은 거지요, 그럼 집주인이 이웃과 분쟁이 생겼을 때 더 쉽게 이사를 할 수 있었을 거잖아요.”
이런 꼬투리를 잡기 위한 꼬투리에 발끈한 제우스는 모모스를 당장에 재판장 지위에서 쫓아버리곤 덩달아 올림푸스 신전(신들의 궁전)에서도 추방해버렸답니다.
253. 독수리와 여우
독수리와 여우가 우정을 맺고 가까이에서 살기로 결심했어요.
독수리는 높은 나무의 가지에 둥지를 만들었어요, 한편 여우도 그 나무 밑에 굴을 파서 집을 만들곤 새끼들을 낳았지요.
그들의 집이 완성되고 머지않아 독수리가 자기 새끼들에게 줄 식량이 부족해졌어요.
그러자 여우가 집을 비운 사이, 독수리가 와락 내려오더니 어린 여우의 새끼들 중 한 명을 움켜쥐곤 올라가 자신과 아이들의 먹이로 먹어버렸어요.
집에 돌아온 여우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았고, 어린 새끼를 잃은 것보다 높은 나무 위에 있는 독수리에게 복수할 방법이 없는 걸 더 원통해했어요.
하지만 복수의 기회는 금방 찾아왔어요.
제단(탁자) 가까이에서 빙빙 돌던 독수리가 시골 사람들이 제단에 바친 염소에 눈독을 들이곤 손살 같이 내려와 살점 하나를 움켜쥐고 자기 둥지로 날아갔는데, 그만 살점과 함께 타다 남은 불씨까지 같이 둥지로 딸려오고 말았답니다.
곧 강풍이 불어와 작은 불씨가 큰 화염이 되어 새끼 독수리들이 속절없이 둥지에서 타죽다 나무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이때 독수리가 빤히 쳐다보고 있는 와중에 여우가 와락 새끼 독수리의 시신들을 꿀꺽꿀꺽 삼켜버렸답니다.
254. 사람과 ‘사티로스’(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염소)
사람과 ‘사티로스’(그리스신화 속 괴물.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염소)가 친구관계를 맺은 걸 기념해 함께 술을 마셨어요.
때마침 추운 겨울이었던지라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종종 사람은 자신의 손가락을 입에 대고 호호 불곤 했어요.
사티로스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사람은 “날이 추워 손을 데우려고 그래”라고 말했어요.
며칠 후 그들이 함께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내온 음식이 너무 뜨거웠답니다.
그러자 사람이 접시들 중 하나를 살짝 입가에 대더니 후후 불었어요.
사티로스가 한 번 더 그 이유를 물었더니, 사람은 “고기가 너무 뜨거워 식히려고 그래”라고 말했어요.
“도저히 사람 너희들과는 친구가 될 수 없겠다,”라며 사티로스가 말했어요. “한 입으로 더운 기운 차가운 기운을 부는 자를 어찌 친구로 삼는단 말이냐.”
255. 당나귀와 구매자
당나귀를 사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돈을 주기 전에 동물을 집으로 데려가 일을 부려본 다음 사기로 했지요.
그는 그 당나귀를 집으로 데려와 가축우리에 있는 다른 당나귀들 사이에 넣었어요.
그러자 새 동물이 다른 당나귀는 제쳐두고 이 집에서 가장 게으르고 가장 밥만 축내는 당나귀 옆에 가 서는 거예요.
이를 본 사람이 단번에 그 당나귀에게 고삐를 매곤 도로 원래 주인에게로 데리고 갔어요.
원래 주인이 테스트가 왜 이리 금방 끝났는지 이유를 묻자, 그(당나귀를 사려던 사람)가 대답했어요.
“보나 마나에요.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어서요.”
농담이 아니랍니다, 그 사람을 알려면 그가 사귀는 친구를 보면 되요.
256. 두 개의 주머니
고대의 전설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목에 두 개의 주머니를 앞뒤로 차고 나온다고 합니다.
앞에 있는 주머니엔 이웃의 잘못이 가득 차있고, 뒤에 있는 주머니엔 자기 자신의 결점들이 가득 차있다고 하네요.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은 상대방의 잘못을 찾아내는 데에는 기가 막히게 빠르지만, 제 자신의 결점들은 너무도 종종 못보고 넘어간다고 하네요.
257. 연못가의 수사슴
더위에 지친 수사슴이 연못가로 물을 마시러 왔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곤 뻑이 가 버렸어요. 큰 덩치며 다양한 크기의 뿔들이며 정말이지 어느 거 하나 칭찬안할 게 없었죠.
근데 자신의 가느다랗고 약해보이는 다리는 여간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그가 그렇게 자신의 모습에 반해 중얼중얼 거리고 있는 사이에, 사자가 연못가에 왔다 그를 발견하곤 당장 달려들었어요.
수사슴은 즉시 힘차게 달아났어요. 초스피드로 말이죠. 평평한 땅에선 달아나기가 한껏 쉬웠어요. 모든 게 뻥 뚫려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사자와의 거리도 충분히 안전할 정도로까지 멀어지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숲으로 들어오자마자 수사슴의 뿔들이 그만 나뭇가지들과 뒤엉켰지 뭐예요, 그 바람에 잽싸게 쫓아온 사자가 달려들어 수사슴을 잡아버렸죠.
후회해도 너무도 늦었을 때 수사슴이 스스로를 질책하며 말했어요.
“난 이래도 싸! 내 자신을 속이다니! 날 살려준 다리를 멸시하고, 날 재앙에 빠뜨린 이 거추장스러운 뿔을 찬송하다니.”
진실로 가치 있는 것이 멸시받을 때가 현실에선 너무도 많죠.
258. 갈까마귀와 여우
반쯤 굶은 갈까마귀가 무화과나무에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때는 무화과가 생길 때도 아닌데 말이죠. 그래도 갈까마귀는 무화과들이 얼른 익기를 바라며 무진장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한참을 앉아 있다 이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알게 된 여우가 갈까마귀에게 말했어요.
“너 정말 어처구니가 없구나. 스스로를 헛된 희망으로 속이다니, 하지만 그게 네 배를 실질적으로 채워주진 못한다고.”
259. 아빠를 묻어드린 종달새
고대 전설에 따르면 종달새는 흙이 생기기 전에 창조되었데요.
그래서 종달새의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종달새로선 아빠를 묻어드릴 땅이 없었어요. 또한 묻어드릴 장소도 찾을 수 없었지요.
그래서 그녀(종달새)는 자신의 아빠를 5일 동안 눕혀놓아야만 했어요. 그러다 6일째가 된 날 도무지 별다른 수가 없어 그녀는 아빠를 자신의 머리속에다 묻어드렸어요.
그때부터 종달새들은 갓털(머리 위로 난 털)을 지니고 태어나게 되었고 그게 아빠의 무덤이란 게 널리 알려지게 된 거지요.
어린이들은 부모님을 공경하는 마음을 지녀야합니다.
26 . 모기와 황소
모기가 황소의 뿔에 앉아 한참을 머물렀어요.
모기가 다시 날아오르기 직전 윙윙 거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어이, 내가 가 봐도 되겠니?”
황소가 대꾸했어요.
“오는 줄도 몰랐는데 뭘, 네가 그냥 갔어도 난 눈치 채지 못했을 거야.”
남의 눈으로 볼 때보다 자신의 눈으로 볼 때 자기 자신을 더 중요시 생각하는 법이죠.
261. 어미 개와 새끼들
어미 개가 출산할 때가 되자 “짚을 깔고 누울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달라”고 양치기에게 간절히 빌었어요.
그녀의 청을 들어주자, 어미 개는 이번엔 “같은 장소에서 제 새끼들을 키울 수 있게 허락해 달라”고 애원했어요.
양치기는 이번에도 그녀의 바람을 들어주었어요.
하지만 그 새끼들이 다 자라 든든한 보디가드들이 되어주고 스스로들을 방어할 수 있게 되자, 어미 개는 노골적으로 “우리만 여기 머물 독점적 권리가 있어”라며 더는 더 양치기가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답니다.
262. 개들과 생가죽
몇몇 개들이 배를 쫄쫄 굶다 마침 강에 소가죽들이 수북이 있는 걸 보았어요.
그런데 아무리 해도 거기까지 닿지를 않자, 개들은 강물을 다 마시기로 합의를 보았어요.
하지만 강물이 바닥나 생가죽을 건지기도 전에 그들의 배가 먼저 터져 죽고 말았답니다.
불가능한 일 괜히 시도하지 마요.
263. 양치기와 양
양치기가 자신의 양을 데리고 숲으로 갔다 엄청 큰 크기의 도토리가 잔뜩 달린 참나무를 한 그루 보았어요.
그래서 자신의 외투를 그 나뭇가지 아래에다 펼쳐놓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 나뭇가지들을 흔들어댔지요.
양이 도토리를 주어먹다 실수로 양치기의 외투까지 씹어 찢어놓고 말았어요.
아래로 내려온 양치기가 양이 해놓은 짓을 보고 말했지요.
“오 이런 배은망덕한 자식을 봤나! 네 놈은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서는 양털도 내놓으면서 그래 너를 먹여 살리는 주인 옷은 마구 망쳐놓냐.”
264. 메뚜기와 부엉이
부엉이는 밤에 먹고 낮에 자는 새지요. 근데 이놈의 메뚜기가 찡찡 울어대는 통에 부엉이가 도무지 잠을 잘 수 없는 거 있죠.
부엉이는 “제발 그쳐 달라” 부탁했지만 소용없었어요. 메뚜기는 더 크고 크게 찡찡 울고 또 울어댔어요.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자, 부엉이는 이 수다쟁이를 꾀로 공격하기로 결심했어요.
“어찌나 네 목소리가 듣기 좋은지,”라며 부엉이가 말했어요. “잠도 오지 않는 거 있지. 네 노래는 아폴로의 리라(리라는 고대 그리스의 하프임) 만큼이나 달콤해. 그래서 말인데, 내가 최근에 아테네 여신한테서 신주(술)를 조금 얻었거든. 만약 너만 괜찮다면 우리 집에 와서 같이 마시자구나.”
그렇지 않아도 목이 말랐던 메뚜기는 자신의 목소리 칭찬에 흠뻑 취해 단번에 뛰어나왔어요.
그 즉시 부엉이도 자기 집에서 나오더니 단번에 메뚜기를 잡아 처형에 처해버렸답니다.
265. 원숭이와 낙타
숲의 동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거나한 잔치를 벌이고 있는데, 원숭이가 일어나더니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동물들이 너나할 거 없이 좋아하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주었어요.
원숭이에 대한 칭찬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자 질투심이 생긴 낙타도 그 칭찬을 나눠갇고 싶어 자진해서 일어나더니 자기 딴에는 즐거운 댄스를 추기 시작했어요.
낙타가 뒤뚱뒤뚱 천방지축 경거망동 제 멋대로 춤을 춰댔기에 화가 잔뜩 난 동물들이 몽둥이로 낙타를 때리곤 모임에서 쫗아내버렸답니다.
잘난 사람을 함부로 흉내내려단 혼날 수 있어요.
266. 농부와 사과나무
농부의 마당에 사과나무 하나가 있었는데, 그 나무는 전혀 열매를 맺지 않았어요. 그냥 참새들과 메뚜기들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게 다였답니다.
농부가 나무를 베어내기로 결심하고 손에 도끼를 쥐고 아랫부분을 세차게 내려쳤어요.
메뚜기들과 참새들이 우르르 몰려나와선 “제발 이 나무를 배지 말아줘요, 여긴 저희의 집이거든요, 베지 않고 놓아두시면 저희들도 계속 머물 수 있고 그럼 아저씨도 일하시다 저희 노랫소리 덕분에 기운을 차릴 수 있어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농부는 두 번째로 그 나무를 내리치고 세 번째로 내리쳤어요.
그때 도끼날이 나무 속 빈 공간에 닿았는데, 그게 알고 보니 꿀이 가득 찬 벌집이었던 거예요.
바로 이 꿀을 맛보고 나서야 그제야 농부가 도끼를 내려놓으며 사과나무를 신성시하며 잘 돌봐주었답니다.
이득을 봐야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죠.
267. 두 병사와 강도
두 병사가 함께 여행을 하다 강도와 맞닿트렸어요.
병사 하나는 잽싸게 도망쳤지만, 나머지 한 병사는 굳건히 서서 자신의 억센 오른손으로 방어를 하였더랬죠.
강도가 죽자, 겁 많은 동료 또한 뛰어오더니 검을 빼들어 마구 찌르더니 말했어요.
“이놈, 내가 맡아주지, 내가 누군지 알게 될 게다.”
그러자 실제 강도와 싸워 이긴 병사가 말했어요.
“자네가 좀 전 그런 말이라도 해서 나를 도왔더라면 훨씬 더 수월했을 텐데. 방금 한 말이 사실이라면 말이네. 이제 됐으니 검을 거두게, 마찬가지로 아무짝에도 소용없던 입도 다물게나. 남은 속일지 몰라도, 자네가 토끼는(달아나는) 걸 내 두 눈으로 다 본 이상 자네 용맹에 대한 어떤 변명들도 소용없다네.”
268. 신들이 보호하는 나무들
고대 전설에 의하면, 신들은 자신들이 특별히 보호하며 돌봐줄 특정 나무(=신목=수호신나무)를 선택하기로 했데요.
제우스신은 참나무를 골랐고요, 비너스 여신은 도금양(늘푸른 떨기나무.)을 골랐고요, 아폴로신은 월계수나무를 골랐고요, 키벨레(대지의 여신)는 소나무를 골랐고요, 헤라클레스는 포플러 나무를 골랐데요.
그러자 아테네 여신이 궁금해 했어요.
“왜 다들 열매를 맺지도 않는 나무들을 선호하시는 거죠, 이유가 뭔가요?”
제우스신이 대답했어요.
“열매를 훔쳐 그 영광을 훔치려할 게 아니냐.”
하지만 아테네 여신은 말했죠.
“제 신목인 올리브 열매 덕분에 사람들이 저를 더 숭상하잖아요.”
그러자 제우스신이 말했어요.
“역시나 넌 내 딸이다, 참 지혜롭구나. 소용이 없다면 영광도 헛되겠지.”
269. 아기엄마와 늑대
굶주린 늑대가 아침에 먹이를 찾아 헤매고(배회하고) 있었어요.
때마침 숲속에 지어진 오두막 문 앞을 지나가다 아기엄마가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는 걸 듣게 되었죠.
“조용히 하렴, 자꾸 이렇게 보채면 창문밖에 둘 거다, 늑대가 와서 잡아가게.”
늑대는 문 앞에서 하루 종일 기다렸어요.
저녁이 되자 아이를 귀여워하는 똑같은 여성의 말이 들려왔어요.
“에구 에구 착한 것, 참 조용하네, 걱정마렴, 늑대가 오면 아빠 엄마가 늑대를 죽여버릴 테니.”
이 말에 늑대가 방향을 돌려 집으로 돌아갔지요. 추위와 배고픔에 숨을 헐떡거리면서 말이죠.
늑대가 자신의 굴에 도착하자, 아내 늑대가 “왜 이리 늦게까지 밥도 못 먹고 돌아온 거예요?”라고 말했어요.
늑대가 대답했어요.
“말마, 원 세상에!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걸 믿은 내가 바보지!”
27 . 당나귀와 말
당나귀가 자신이 받는 음식량이 적다며 말에게 음식을 조금만 떼어달라고 간청했어요.
“그래,”라며 말이 말했어요. “지금 먹는 게 남으면 네게 줄게, 그리고 네가 저녁에 우리 마구간에 오겠다면 그때 내 보리도 좀 줄게.”
당나귀가 대꾸했어요.
“고마워, 하지만 내가 보기에 넌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이네, 지금 조금 주겠다는 게 아니라 나중에 많이 주겠다는 네 말이 영 와 닿지가 않아서 말이요.”
271. 진실의 여신과 나그네
나그네가 황무지 벌판을 지나가고 있는데 낙담한 체 홀로 서 있는 여인과 마주쳤어요.
나그네가 물었죠.
“당신은 누구십니까?”
“제 이름은 ‘진실’입니다.”라며 그녀가 대답했어요.
“어인 이유로,”라며 나그네가 물었어요. “이렇게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황무지에 홀로 머물고 계신 겁니까?”
그녀가 대답했어요.
“전에는 도시에 ‘거짓’의 수가 적었는데,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거짓’과만 어울리려해 이리되었습니다.”
272. 살인자와 나일 강
살인을 저지른 한 남성이 희생자의 가족으로부터 추격을 받고 있었어요.
그가 나일 강에 도착해보니 강둑에 사자가 나타나 “어흥!”하고 위협을 했어요, 그가 나무로 올라가 피했더니 이번엔 나뭇가지에 있던 독사가 “슈슈!”하며 크게 위협하는 바람에, 그가 강으로 뛰어내렸는데, 강에 있던 악어가 그를 잡아먹어버렸어요.
역시나 살인자에겐, 하늘이든 땅이든 안식처는 없는 법이랍니다.
273. 사자와 여우
여우가 사자와 파트너십(동반자) 관계를 맺고 그의 부하가 되기로 했어요.
각자 힘과 본성에 따른 자기 일이 있었는데, 여우가 사냥감을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사자가 냉큼 달려가 붙잡는 방식이었죠.
여우는 곧 질투심을 느끼게 되었어요, 사자가 자기 몫으로 훨씬 더 많이 가져갔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여우는 “더는 당신을 위해 먹이를 찾기 않겠어요. 이제 혼자 찾아보시라고요.”라고 말했어요.
다음날 여우는 양우리에 있던 새끼 양을 훔치려다 그만 반대로 자신이 사냥꾼들과 사냥개들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답니다.
274. 사자와 독수리
하늘을 나는 독수리가 사자보고 말했어요.
“우리 동맹을 맺자, 그럼 서로의 장점을 활용해 사냥을 더 많이 할 수 있을 거야.”
사자가 대꾸했지요.
“반대하진 않아, 하지만 좀 꺼림칙한 게 있단 말이지, 네(독수리)가 ‘마음에 안 든다.’면서 관계를 끝내고 그냥 훌훌 날아가 버림 난 어떡해야하니?”
우선은 사귀고 봐야겠죠.
275. 암탉과 제비
암탉이 뱀 알들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소중히 품어주었지요.
이런 행동들을 다 보고 있던 제비가 말했어요.
”이런 얼빠진 애가 있나! 이 뱀 새끼들이 정말 알을 깨고 나오면 어쩌려고 저래, 그게 크면 너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잡아먹으려들 텐데.“
276. 어릿광대와 촌뜨기
부유한 귀족이 한번은, 사람들에게 공짜로 야외극장을 크게 열고는 다음과 같이 알렸어요.
“누구든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주는 자에겐 큰 보답을 하리라.”
수많은 대중연예인들이 상을 타기 위해 모여들었지요.
그들 중엔 이미 웃음으로 평판이 자자한 어릿광대도 한 명 있었답니다.
어릿광대가 말했어요.
“일찍이 무대에서 보인 적이 없는 새로운 오락을 선사하겠소.”
이 소문이 쫙 퍼지면서 일대는 흥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야외극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지요.
다른 기계장치나 도우미도 없이 그 어릿광대가 무대로 오르자 좌중은 그야말로 기대감으로 쥐죽은 듯 조용해졌지요.
순간 그가 고개를 가슴께로 푹 쑥이더니 새끼 돼지가 꿀꿀 우는 소리를 너무도 잘 흉내 냈기에, 관객들이 “당신 외투 속에 새끼돼지를 숨겨놓고 있는 거 아냐! 외투를 펄럭여보라고!”라며 아우성들을 쳐댔어요.
어릿광대가 하란 대로 했음에도 아무 것도 안 보이자, 사람들은 “진정한 배우!”라며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내주었지요.
관객들 중에는 촌뜨기도 있었는데 그는 돌아가는 걸 잘 봐두었다가 이렇게 말했어요.
“맹세코, 저딴 건 나도 하겠다!”
그 즉시 그가 선포했어요.
“내일 똑같은 걸 제가 연기해보겠소! 훨씬 더 리얼하게(현실감 있게) 말이오.”
다음날 훨씬 더 많은 관객들이 야외극장으로 모여들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모인 이유는 촌뜨기가 흉내를 잘 내는 걸 보려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걸 보고 놀려주기 위함이었죠.
무대 위로 어릿광대와 촌뜨기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어릿광대가 먼저 꿀꿀 소리를 내더니 꽥꽥 쥐어짜는 소리를 기가 막히게 흉내 냈기에 어제와 같이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어요.
다음으로 촌뜨기 차례가 되었어요.
촌뜨기는 무대에 오르기 전 옷 속에 정말로 새끼 돼지를 숨겨놓고 올라왔어요. 물론 그렇게 하리라곤 관객들은 전혀 생각도 못했고 말이죠.
촌뜨기가 새끼 돼지의 귀를 사정없이 움켜쥐자 새끼 돼지가 꽥꽥 비명을 질러댔어요.
너무도 리얼했기에 사람들은 “어랫광대가 한 거보다 훨씬 더 리얼해. 훨씬 스릴 있었다고, 와!”하며 아우성을 쳐댔지요.
바로 그때 촌뜨기가 옷 속에 감추고 있던 새끼 돼지를 꺼내 들며 사람들의 판정이 얼마나 명백한 실수인지 증거로 들이밀었지요.
“보시오들,”라며 촌뜨기가 말했어요. “당신들이 어떤 판정을 내렸는지 이게 보여주고 있소.”
277. 까마귀와 뱀
배가 너무 고프던 까마귀가 볕(햇볕)이 드는 구석에 가만히 누워 있던 뱀을 보곤 날름 내려와 탐욕스럽게 움켜 쥐었어요.
순간 몸을 튼 뱀이 까마귀를 콱 무는 바람에 까마귀의 몸에 치명적인 독이 퍼졌어요.
죽음의 기로에 선 새가 탄식하며 말했어요.
“오 불쌍한 나! 횡재인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날 죽음으로 이끄는 무덤이었네.”
278. 사냥꾼과 ‘말을 탄 사람’
어떤 사냥꾼이 잡은 산토끼를 어깨에 얹고 의기양양 집으로 향하고 있었어요.
가다가 ‘말을 탄 사람’을 만났는데 “그 토끼를 사겠소.”라며 거짓으로 연기하며 넘겨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사냥꾼이 산토끼를 넘겨주었죠.
산토끼를 받자마자 ‘말을 탄 사람’은 최대한 빨리 말을 타고 달아나버렸어요.
사냥꾼이 뒤쫓아가봤지만 거리차이는 점점 멀어질 뿐이었어요.
이젠 의지와 상관없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까지 ‘말을 탄 사람’이 달아나자, 사냥꾼이 뒤에서 고레고레 고함을 쳤어요.
“가지슈! 처음부터 당신한테 선물로 주려했었소.”
279. 왕자님과 사자그림
용감한 운동을 엄청 좋아하는 외동아들을 둔 왕이 하루는 꿈에 자기 아들이 사자 때문에 죽는 경고성 꿈을 꾸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지요.
꿈이 너무도 생생한데 놀란 왕은 즉시 아들이 안전하게 머물 궁전을 만들어주고, 궁전의 벽들을 다양한 크기의 동물들로 그림을 그려놓아 아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신경 썼어요.
그 중에는 사자 그림도 있었답니다.
혈기왕성한 왕자가 이 사자그림을 보곤, 신선한 바깥공기도 못 쐬고 안에만 있어야 하는 게 사자 때문인 거에 분개해 사자 가까이로 가 말했지요.
“오 이 파렴치한 동물 같으니! 네 놈이 내 아빠의 꿈에 들이 닫치는 바람에 나만 이 외딴 궁전 속에 갇혀 있지 않니. 그래 내가 네 놈을 어떻게 해줄까?”
이 말을 하며 왕자가 가시나무로 손을 뻗었어요, 나뭇가지를 꺾어 몽둥이 대신 이 사자를 흠뻑 때려줄 참이었지요.
하지만 나무의 가시 하나가 왕자의 손가락에 깊이 박히는 바람에 너무 고통을 동반한 고름이 생기고 말았어요.
그 바람에 젊은 왕자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몸져눕게 되었고, 곧 폭풍과도 같은 고열이 그를 덮쳐 며칠 후 그를 하늘나라로 데려가고 말았답니다.
아셨죠, 피할 수 없을 땐 참고 견디는 거만한 게 없답니다.
28 . 고양이와 비너스
암고양이가 잘생긴 청년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리고 말았어요. 그래서 비너스 여신을 찾아가 “인간의 여자로 만들어주세요.”라고 빌고 또 빌었어요.
비너스가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어 그녀를 아름다운 처녀로 만들어주었답니다. 어찌나 예뻤던지 그 젊은이 또한 그녀를 보고 사랑에 빠져 신부로 맞이하였지요.
그 둘이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비너스 여신은 고양이가 자신의 습관을 인간으로 잘 바꾸었는지를 알고 싶어, 방 한가운데에 생쥐 한 마리를 내려놓았지요.
그 순간 고양이는 현재의 신분을 까마득히 잊고선 침대에서 냉큼 뛰어내려 생쥐를 뒤쫓기 시작했어요. 잡아먹으려고 말이죠.
이에 너무도 실망한 비너스 여신이 고양이를 다시 원래의 모습(고양이)으로 되돌려놓고 말았답니다.
무엇이든 자기 본성에 충실하기 마련이죠.
281. 암염소와 턱수염
암염소들이 자신들에게도 턱수염을 달라 제우스신께 부탁을 드렸어요.
그래서 제우스신이 그 소원을 들어주었지요.
이것을 탐탁치 않게 여긴 숫염소들이 불평을 했지요. “저희를 왜 암염소들과 동급으로 만드십니까.”
“그러게 두어라,”라며 제우스신이 말했어요. “면목을 좀 서게 했기로서니, 힘과 용기는 너희들이 더 세지 않느냐.”
겉모습보단 실속이죠.
282. 낙타와 아랍민족
낙타를 모는 사람이, 자신의 낙타에게 짐을 잔뜩 실은 후 “넌 언덕을 오르는 게 좋아, 아님 내려가는 게 더 편해?”라고 물었어요.
불쌍한 짐승이 그건 질문도 아니라는 듯 이렇게 대꾸했어요.
“그걸 왜 제게 물으시죠? 온천지가 사막인 이곳에 오르고 내려갈 곳이 어디 있다고요?”
283. 방앗간 주인과 아들과 그들의 당나귀
방앗간 주인과 아들이 그들의 당나귀를 인근 시장에 내다 팔려고 데리고 가고 있었어요.
채 미쳐 멀리 못가서 그들은 우물가에서 물을 퍼 담고 있는 한 무리의 여인들을 만나게 되었지요.
그녀들은 연신 웃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저기 좀 봐, 어쩜 저리 어리석은 사람들이 다 있담, 타고 가면 될 것을 무거운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걷고 있잖아?”
그 말을 들은 노인은 얼른 자기 아들을 당나귀 등에 태우고 자기는 그 옆에서 따라 걸으며 명량하게 걸어갔지요.
이내 곧 그들은 한 무리의 노인들과 마주치게 되었는데, 그들은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어요.
“저거 좀 봐,”라며 노인들 중 한 명이 말했어요. “속담에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니까. 요즘 노인들이 얼마나 존경을 못 받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어? 연로한 아빠는 걸어가고 젊디 젊은 자식 놈은 당나귀를 타고 가네? 이 젊은 개구쟁이야, 얼른 내려오지 못해, 어서 네 아빠를 태우지 못해.”
이 말에 늙은 아빠는 얼른 아들을 내리곤 자신이 당나귀 등에 올라탔지요.
그건 오래가지 못했어요. 왜냐면 곧 그들은 한 무리의 엄마와 아이들을 만났기 때문이지요.
“어쩜, 저리 게으른 아빠가 다 있담,”라며 여기저기서 여인들의 탄식이 흘러나왔어요. “자기는 당나귀 등에 타고 가고, 어린 아들은 그 옆에서 발검음도 못 맞춰서 어렵게 걷고 있으니 말이야?”
원체 마음 착한 방앗간 주인은 즉시 자기 아들도 들어 자기 뒤에 태웠지요.
그들이 거의 도시에 다다랐을 무렵에.
“이보게들,”라며 시민 한 사람이 말했어요. “그 당나귀 당신들 거요?”
“네.”라며 늙은 아빠가 대꾸했어요.
“오, 그런데도 타고 간단 말이오,”라며 다른 시민도 덩달아 말했어요. “아무도 당신들 당나귀라 여기지 않을 게오. 차라리 당신들 두 사람이 그 불쌍한 짐승을 들고서 가는 게 더 낫겠소 그래.”
“그럼 뭐,”라며 늙은 아빠가 말했어요. “당장 그리 하리다.”
그리하여 아빠는 아들과 함께 당나귀에서 내려 당나귀 다리들을 한데 묶은 다음 장대(긴 막대기) 하나에 꽂아 둘이 어깨에 나눠 들고 도시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고 있었답니다.
이 광경을 보고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박장대소를 터뜨렸고, 그 소란과 자신(당나귀)을 대하는 이 낮선 방식이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들지 않던 당나귀가 끈을 끊고 장대(긴 막대기)에서 내려오려 버둥대다 그만 강물 속에 빠지고 말았어요.
그러자 늙은 아빠는 속 타고 창피해 집으로 줄행랑을 치며 ‘모두를 만족시키려다가는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에 만족해야했지요.
하지만 팔려던 당나귀를 이미 잃은 후였답니다.
284. 까마귀와 양
꼴통(다루기 힘든) 까마귀가 양의 등에 자리를 잡고 앉아버렸답니다.
그리하여 양은 자신의 의지에 반하게 등에 까마귀를 얹고 한참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나중에 안 양이 말했어요.
“나니까 가만있지, 만약 네가 개의 등에 이딴 식으로 앉았더라면 그 날카로운 이빨들에 아작이 났을 거야.”
이에 까마귀가 대꾸했어요.
“난 약자에겐 강하지만 강자에겐 숙일 줄 안다고. 누굴 못 살게 굴고 누구에겐 아첨을 해야하는지 난 알아. 그러니 난 아마 아주 아주 오래 살 거야.”
285. 여우와 가시나무
여우가 산울타리를 오르다 그만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순간 안 넘어지려고 가시나무를 힘껏 움켜쥐고 말았어요.
여우의 발바닥은 가시에 찔려 퉁퉁 붓고 말았어요.
여우가 가시나무에게 화를 내며 말했어요.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더니 어떻게 산울타리보다 더 내게 험한 짓을 하는 거니.”
가시나무가 여우의 말을 제지하며 말했지요.
“난 원래 항상 남을 찔러, 그런 날 움켜쥔 네가 살짝 맛이 갔던 건 아니니.”
286. 늑대와 사자
양우리에서 새끼 양을 훔친 늑대가 자기 굴로 가다 길에 있던 사자와 마주쳤어요.
사자는 늑대에게서 새끼 양을 빼앗아가 버렸어요.
안전한 거리까지 달아난 늑대가 외쳤어요.
“야 이 깡패야, 왜 남의 것을 빼앗는 거니!”
이에 사자가 조롱하듯이 늑대에게 말했지요.
“그런 넌 이 양을 정당하게 얻었냐, 어? 친구가 선물로 주든?”
287. 개와 ‘굴’(먹는 굴)
달걀을 먹던 개가 굴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까짓것 입을 벌리고 굴을 꿀꺽 삼켰지요. 달걀인줄 알고 맛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곧 배가 너무 아파오자 개가 말했어요.
“이래도 싸지, 왜 난 둥근 건 모두 달걀이라고만 생각했을까.”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면 예기치 못한 위험에 자주 처하게 되요.
288. 개미와 비둘기
개미가 목을 축이려고 강둑엘 갔다 그만 물살에 휘감겨 빠져 죽기 일보 직전이었어요.
강물 위에 드리운 나무에 앉아 있던 비둘기가 잎사귀 하나를 개미 가까이에 떨어뜨려주었지요.
개미는 간신히 그 잎사귀에 기어 올라가 안전하게 강둑까지 떠내려올 수 있었어요.
곧이어 새잡이가 오더니 나무 아래에 서선 새잡는 끈끈이를 바른 나뭇가지로 비둘기를 잡으려했어요. 비둘기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거든요.
새잡이의 의도를 간파한 개미가 그의 발을 콱 깨물었어요.
너무 따끔한 나머지 새잡이가 끈끈이를 바른 나뭇가지를 내던졌지요.
그 소리를 들은 비둘기는 멀리 날아갔답니다.
289. 자고새와 새사냥꾼
새사냥꾼이 자고새를 잡아 막 죽이려던 참이었어요.
자고새가 열정적으로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빌며 말했어요. “제발요, 주인님, 절 살려주세요 그럼 제가 아저씨를 위해 더 많은 자고새들을 데려올게요.”
새사냥꾼이 대꾸했어요.
“그 말을 들으니 망설이지 말고 널 죽여야겠구나, 저 살겠다고 친구와 친척을 넘기려는 애를 내가 어떻게 믿니.”
29 . 벼룩과 사람
성가신 벼룩 때문에 사람이 돌아버릴 참이었다가 간신히 그 놈을 잡고서 말했어요.
“넌 대체 누구기에 내 몸의 피를 빨아먹는 거니, 내가 널 잡느라 이렇게 시간을 낭비해야 쓰겠니?”
벼룩이 대답했어요.
“오 제발요, 절 살려주세요, 절 죽이지 마세요. 전 당신께 해도 많이 일으키지 않았잖아요.”
사람이 웃으며 대답했어요.
“그러니 더 내 손으로 죽여야지. 악의는 없다만, 싫든 좋든 네 놈이 성가셔서 참을 수가 있으야 말이지.”
291. 도둑들과 수탉
몇몇 도둑들이 어느 집을 도둑질 했는데, 수탉 한 마리만 달랑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그거라도 들고 잽싸게 튀었죠.
집에 돌아온 그들이 수탉을 잡을 준비를 하는데, 수탉이 살려 달라 애원하며 말했어요.
“절 놓아주세요. 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요. 당신들의 잠을 깨워 일터로 보내거든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가 널 잡으려는 거다.”라며 그들이 대답했어요. “네가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을 깨우는 바람에 우리의 도둑질들이 거들 나게 생겼단 말이다.”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화날 일일 수 있죠.
292. 개와 요리사
부자가 큰 잔치를 열었어요. 친구들과 지인들을 왕창 초대했죠.
그의 개도 또한 흥이 나 자기 친구인 개를 손님으로 초대하며 말했어요.
“내 주인이 잔치를 여는데 음식이 엄청 남아돌 거야, 그러니 너도 와서 나랑 밤새껏 배터지게 먹어보자.”
그 개 또한 초대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에 약속된 시간에 도착했지요.
잔치 준비가 한창이라 음식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는 것에 마음이 붕 뜬 친구 개가 말했어요.
“오길 정말 잘 했어! 횡재가 따로 없네, 오늘 내일 아주 그냥 끝장이 나도록 먹어봐야지.”
친구 개가 그렇게 기뻐하며 꼬리를 막 흔들며 기쁜 표정을 친구에게 전하고 있는데, 때마침 요리사가 음식들 사이로 ‘쓰잘머리’(=쓸모) 없이 돌아다니고 있던 친구 개를 발견하곤 앞뒤 발을 움켜잡곤 창문 밖으로 그냥 사정없이 내던져버렸어요.
바닥에 엄청 세게 떨어진 친구 개는 몹시 울부짖으며 다리까지 절뚝거리면서 떠났답니다.
그 울부짖음이 다른 거리의 개들의 이목을 끌었고, 그들이 “그래 어땠어? 저녁이 어떻데? 맛있어요?”라고 물었어요.
그가 대꾸했답니다.
“음, 근데 정말, 어찌나 포도주를 마셔댔는지 내가 그 집에서 어떻게 나왔는지조차 하나도 기억 안나는 거 있지.”
293. 여행자들과 ‘플라타너스’(나무이름)
여름 태양의 무더위에 완전히 녹초가 돼버린 두 여행자가 낮12시쯤에 플라타너스(나무이름) 나뭇가지들이 널찍이 퍼진 그늘 아래로 가 드러누웠어요.
그렇게 휴식을 취하던 둘 중 한 명이 상대방에게 말했어요.
“플라타너스도 참 쓸모없는 나무야 그치! 열매도 안 맺어, 그렇다고 사람에게 도움이 되길 해.”
‘빡 친’(화가 난) 플라타너스가 중간에 끼어들며 말했어요.
“이 배은망덕한 자슥들아! 뭐가 어째, 지금 너희들이 누구 그늘에서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데도 뭐 내가 도움이 안 된다고, 쓸모가 없다고?”
잘해줘도 뭐라 하는 사람들이 있죠.
294. 산토끼들과 개구리들
과도한 겁먹음과 지속적인 깜짝깜짝 놀람들에 지친 산토끼들이 합심해 “이렇게 살 바에 차라리 높은 바위에서 다 같이 깊은 연못 속으로 뛰어들어 죽자 죽어!”라고 결정하기에 이르렀어요.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산토끼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달려갔는데, 때마침 연못가에 앉아 있던 개구리들이 산토끼들의 발자국 소리를 듣곤 화들짝 놀라 위험을 피해 깊은 물속으로 피신하고 말았어요.
개구리들이 재빨리 도망치는 것을 본 산토끼들 중 한 명이 친구들에게 소리쳤어요.
“멈춰, 친구들아, 이럴 일이 아냐, 우리보다 훨씬 더 겁 많은 동물이 저기 있잖니.”
295. 사자와 제우스와 코끼리
사자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누구에게는요, 제우스 신에게지요.
“저는 이렇게 덩치가 크고 멋지고 파워풀하고 강력한 발톱과 이빨과 발로 온 숲의 동물들 위에 군림하는데,”라며 사자가 말했어요. “제우스신이시여, 참말로 왜 이런 제가 불명예스럽게도 수탉 울음소리만 들으면 기겁을 하는 건데요. 제가 왜 겁쟁이가 되어야하냐고요!”
제우스가 대답했어요.
“왜 내게 하소연을 하는 게냐? 널 만들 때 내(제우스) 자신이 소유한 모든 재능들을 네게 주지 않았더냐, 그리하여 딱 한 가지 빼고는 어떤 것도 네 용기를 굴복시킬 수 없느니라.”
이 설명을 듣고서도 사자는 으르렁거리며 한탄을 했어요.
“이런 겁쟁이로 사느니 죽는 게 나아.”
사자가 이런 생각들에 취해있을 때 때마침 코끼리를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었어요.
잠시 후 사자는 코끼리가 아주 자주 자신의 귀를 흔드는 것을 보곤, “뭔 문제 있어, 왜 그렇게 귀를 자주 흔드는 거니?”라고 물어보았어요.
때마침 모기 한 마리가 코끼리의 머리 위에 앉아 있었는데, 코끼리가 이렇게 대답했지요.
“윙윙거리는 이 작은 곤충 보이지? 이게 내 귀에 들어가면 내 운은 끝나. 내가 바로 죽게 되거든.”
사자가 말했어요.
“음, 이토록 거대한 짐승이 그깟 자그마한 모기 한 마리를 두려워하다니, 그에 비하면 난 불평할 거도 못 되네. 죽을 필요도 없겠어. 이젠 자신감을 되찾았거든. 내가 코끼리보다 훨씬 낫잖아.”
296. 어린 양과 늑대
늑대가 어린 양을 뒤쫓고 있었어요.
다급해진 어린 양은 어떤 신전 안으로 뛰어들었지요.
늑대가 밖에서 소리치며 말했어요.
“너 그러다 제물로 잡힐 수 있어, 어서 나오지 못해.”
이 말에 어린 양이 대답했어요.
“당신한테 잡아먹히느니 차라리 신전의 제물로 희생되는 게 나아요.”
297. 부자와 가죽상인
가죽상인(원문→무두장이. 모피의 털을 뽑고 가죽을 부드럽게 하는 사람) 집 옆에 사는 부자가 있었어요.
부자는 더는 이 불유쾌한 가죽 냄새를 견딜 수가 없어 자신의 이웃인 가죽상인보고 “이사 가라!”고 윽박지르고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가죽상인 차일피일 이사를 미루며 “곧 이사 갈 거요.”라는 말만 되풀이했지요.
그리하여 가죽상인은 계속 있고 시간은 점점 흐르자 부자는 그만 가죽 냄새에 익숙해져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하게 돼 더는 불평을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298. 조난당한 남자와 바다
조난당한 남자가 깊은 물살의 난타를 당한 후 정신을 잃었다 어느 해안가로 떠밀려 왔지요.
잠시 후 깨어난 그가 바다를 되돌아보며 쌍욕을 해대기 시작했어요.
“고요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유혹해 항해하도록 하더니 그래 거친 파도로 사람들을 익사나시키냐!”
바다가 여인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 말했어요.
“절 비난하지 마세요, 선하신 아저씨, 모두 바람 때문이에요. 저는 본성이 육지처럼 차분하고 쉽게 움직이지 않는데 반해, 바람이 불쑥 불쑥 저를 밀쳐 저러한 파도들을 생성해내고 저를 미쳐 날뛰도록 채찍을 가하는 거랍니다.”
299. 노새들과 강도들
두 명 노새들이 양쪽 등에 짐을 가득 지고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어요.
한 명의 노새 등에는 돈이 가득 들어 있었고요, 다른 노새 등에는 곡식이 가득 들어 있었지요.
값진 돈을 운반하는 노새는 가면서도 머리를 꼿꼿이 들고 마치 자긍심 가득한 표정으로 한 발 두 발 착착 내디디며 목에 힘까지 주며 걸어갔어요.
반면 그의 친구 노새는 말없이 따르고만 있었죠.
때마침 숨어있던 강도들이 일시에 들이 닫치더니 노새 주인을 때려눕히곤 돈을 나르던 노새를 칼로 찔러 쓰러뜨렸어요. 하지만 강도들은 곡식을 나르던 노새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죠.
불시에 이런 강도를 당하고 부상까지 입게 된 노새를 본 다른 노새가 말했어요.
“내가 하찮다고 여겨진 게 참말 다행이야 잃은 게 하나도 없으니 말이야, 만약 돈을 나르다 부상까지 입었으면 어찌할 뻔했어.”
3 . 독사와 철공용줄
독사 한 마리가 대장간에 들어와 각 연장(대장간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에게 “배가 고파서 그래 먹을 것 좀 주겠니.”라고 부탁하며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독사는 특히 철공용줄(쇠붙이를 쓸거나 세울 때 사용하는 연장. )에게 거듭 하소연을 하며 음식을 조금만 나눠줄 것을 빌었지요.
철공용줄이 대답했어요.
“나한테 음식을 구걸하다니 너 정말 바보구나. 난 빼앗기만 하지 절대 누굴 돕는 사람이 아냐.”
3 1. 사자와 양치기
사자가 숲을 돌아다니다 그만 가시나무를 밟고 말았어요.
곧 사자는 양치기에게 가 꼬리를 치며 아양을 떨었는데 이렇게 말하는 듯 보였어요.
“부탁드립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양치기가 용기를 내 그 야수를 조사해보니 정말 가시가 하나 박혀 있었어요.
양치기를 사자의 앞발을 자신의 무릎 위에 얹히곤 가시를 빼 주었어요.
고통에서 해방된 사자는 숲으로 돌아갔지요.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양치기는 거짓 고소를 당해 감옥에 갇혀 “사자들에게 산체로 던져지는 벌”을 당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우리에서 나온 그 사자가 자신을 일찍이 치료해준 양치기를 알아보곤 공격하는 대신 다가가 자신의 발을 양치기 무릎에 얹었지요.
이 기이한 사건을 들은 왕은 그 사자도 다시 숲으로 풀어주었고, 또한 양치기의 죄도 용서해주고 다시 친구들에게로 보내주었답니다.
3 2. 낙타와 제우스신
황소의 멋진 뿔을 본 낙타가 부러운 나머지 자신도 그와 같은 뿔을 달고 싶어 제우스신께 가 “저도 저런 뿔을 주세요.”라고 탄원하기에 이르렀어요.
하지만 낙타가 자기 몸집과 힘에 만족 못하는 꼴이 참 짜증이 났던 제우스신은 뿔을 달라는 그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그만 낙타가 원래 가지고 있던 귀 일부를 싹둑 잘라버렸답니다.
3 3. 표범과 양치기들
운 나쁘게도 표범(동물이름)이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어요.
양치기들이 이를 보곤 막대기들과 돌멩이들이며 손에 집히는 건 뭐든 던지며 죽이려고 했어요. 반면 죽게 된 표범을 보고 동정심을 느낀 일부 양치기들은 음식을 던져주었답니다.
밤이 되자 양치기들 모두는 집으로 돌아가 전혀 위험하단 생각 없이 잘도 잤어요. 분명 아침에 가보면 그 표범이 죽어있을 거란 건 변함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구덩이 속에서 기운을 차린 표범은 혼자 힘으로 구덩이를 빠져나와 빠른 걸음으로 자기 굴로 피신할 수 있었지요.
며칠 후 완전히 기운을 차리고 나타난 표범이 가축을 죽이는 사태가 벌어졌어요. 게다가 표범은 자신을 공격했던 양치기들까지 사납게 죽이기 시작했어요.
생명의 위협을 느낀, 살아남은 양치기들은 자신의 가축들로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그 속에 위치해선 목숨만 살려 달라 빌었어요.
표범이 그들에게 말했어요.
“돌로 나를 죽이려던 자와 음식으로 나를 구해준 자들을 모두 기억한다. 그러니 두려움을 버려라. 내 복수는 오직 나를 해치려던 자들에게만 향하리라.”
3 4. 당나귀와 군마(군대에서 사용하는 말)
당나귀가 말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어요.
“넌 극진한 대우와 많은 밥을 먹는데, 반면 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맨날 힘든 일만 골라 하니.”
하지만 전쟁이 터지고, 중무장한 병사를 태우고 떠난 말은 전직 속으로 뛰어들다 큰 부상을 당해 전쟁터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죠.
이를 본 당나귀는 자신의 생각을 고쳐먹고 말들을 가엾게 여기게 되었답니다.
3 5. 독수리와 새잡이(포획자)
한번은 독수리가 새잡이에게 붙잡히고 말았는데, 새잡이는 즉시 독수리의 양 날개를 자르고 다른 새들과 함께 새장에 가둬버렸어요.
거기서 독수리는 상심한 채 지내야했죠.
후에 이웃 주민이 그 독수리를 사갔는데 그는 독수리의 깃털들이 다시 자라게 풀어놓아주었죠.
독수리는 비행을 했다가 산토끼 한 마리를 낚아채 즉시 은인(독수리를 산 이웃주민)에게 가져다주며 은혜에 보답했어요.
이를 본 여우가 한탄하듯 말했어요.
“네가 선물을 드려야할 사람은 이 사람이 아니라 새잡이야, 그래야 새잡이가 독수리를 잡았을 때 다신 네 날개를 떼어내지 않을 거 아니니.”
3 6. 대머리 신사와 파리
대머리 신사가 앉아 있는데, 파리가 신사의 머리를 콱 깨물었지 뭐예요, 파리를 죽이려고 남자는 “철썩”하고 손바닥으로 자기 머리를 때렸죠.
유유히 날아오르며 파리가 남자를 비웃으며 말했어요.
“복수는 개뿔, 이렇게 작고 연약한 곤충을 죽이려 드시다니, 그렇담 당신 손바닥으로 머리를 때린 건 어떻게 보복하시려나?”
대머리 신사가 대답했어요.
“그야 상관 안하지, 애초 내겐 나쁜 의도가 없었느니. 하지만 인간의 피를 핥는 걸 즐기는 너 추하고 비열한 곤충만은 내가 어떤 처벌을 달게 받더라도 죽여야겠다.”
3 7. 올리브나무와 무화과나무
올리브나무가 무화과나무를 비웃으며 말했어요.
“난 사계절 푸르른데, 너희 무화과나무들은 계절마다 이파리 색이 변하는구나.”
때마침 폭설이 내려 눈들이 올리브 나뭇가지와 잎에 수북이 쌓이는 바람에 그만 눈의 무게에 눌린 올리브나무가 추한 꼴로 쓰러져 죽고 말았어요.
하지만 잎이 이미 다 떨어져 있던 무화과나무에는 눈이 곧장 땅으로 떨어졌기에 아무런 해도 입지 않았답니다.
3 8. 독수리와 솔개
상심에 겨워하고 있는 독수리(여자)가 나뭇가지 위에 자신의 친구인 솔개(남자)와 앉아 있었어요.
“왜,”라며 솔개가 말했어요. “그리 울상이니?”
“응,”라며 독수리가 대답했어요. “나와 함께 살 배우자를 찾고 있는데 여간 힘든 게 아니네.”
“나 어때,”라며 솔개가 답했어요. “난 너보다 힘도 훨씬 세잖니.”
“너 나 먹여 살릴 수 있어?”
“그럼, 난 이따금씩 이 발톱으로 타조도 잡아오는 걸.”
이 말에 설득된 독수리는 자신의 배우자로 솔개를 선택했답니다.
결혼식을 올린 후 바로, 독수리(여자)가 말했어요.
“약속한 대로 날아가서 타조를 잡아와줘.”
하늘 높이 날아오른 솔개가 돌아왔는데, 잡아온 거라곤 초라한 생쥐 한 마리가 다였는데, 들판에서 죽은지 한참 지나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는 그런 생쥐였지요.
“이게,”라며 독수리가 말했어요. “내 결혼승낙에 대한 네 충실한 답변이니?”
솔개가 대답했어요.
“적어도 난 이거 하난 알지, 내가 입 바른 소리만 했다면 널 갖지 못했을 거란 걸 말이야.”
3 9. 당나귀와 마부
큰길을 따라 가만 잘 가고 있던 당나귀가 갑자기 발악을 하더니 깊은 절벽 가장자리로 달아나려는 게 아니겠어요.
당나귀가 절벽으로 몸을 던지려는 걸 마부가 간신히 당나귀의 꼬리를 잡고 뒤로 나오게 하려고 무진 애를 썼죠.
그래도 당나귀가 계속 우기자, 마부도 손을 놓으며 말했어요.
“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그 대가는 네 목숨이다.”
31 . 개똥지빠귀와 ‘새 사냥꾼’
개똥지빠귀한 마리가 ‘도금양’(관목 이름. 위에서 먹고 있는데 열매들이 어찌나 맛있던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죠.
새 사냥꾼은 개똥지빠귀가 한 장소에 오래 머문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선, 미리 끈끈이 덫을 설치해놓아 새를 잡아버렸답니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개똥지빠귀가 탄식하며 말했지요.
“오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 아무리 열매가 맛있어도 그렇지 내 목숨과 바꾼다니.”
311. 장미와 ‘아마란스’(시들지 않는 꽃)
‘아마란스’(이름 뜻이 ‘시들지 않는’임. 이솝우화에서는 ‘전설 속 영원한 꽃’을 의미함)를 정원에 있는 장미나무 가까이에 심었더니 아 글쎄 아마란스가 장미나무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장미는 참 예쁜 꽃이구나, 그래선지 신들도 인간들도 다 같이 좋아들 하지. 난 네 아름다움과 향이 부러워.”
장미가 툴툴거리며 대꾸했어요.
“그래 아마란스야, 난(장미나무) 정말 화려하지, 하지만 그건 짧은 기간 동안만 그렇단다! 게다가 그 짧은 기간 동안에 누군가가 내 줄기를 꺾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지, 그러니 난 일찍 죽는 운명을 타고난 거야. 하지만 넌 영원히 시들지 않으면서도 언제나 새로 태어나며 꽃을 피우잖니.”
312. 태양에 향한 개구리들의 불평
먼 옛날에 아 글쎄 태양이 결혼을 하겠다고 선포를 했지 뭐예요.
이에 개구리들이 목청을 높이며 항의를 했는데 이 소리가 하늘까지 가 닿았어요.
개구리들이 개굴개굴 불평하는 소리에 시달리던 제우스신이 “대체 왜들 그러는 게냐?”라고 묻기에 이르렀답니다.
개구리들 중 한 명이 말했지요.
“독신인 태양이 지금도 늪들을 바싹 말리는 바람에 바짝 마른 집에서 저희 개구리들이 비참하게 죽어 가고 있는데. 이제 결혼까지 해 태양을 하나 더 낳게 되면 저흰 진짜 어쩌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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