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흙과 씨앗

malssum 2023. 3. 1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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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이 길가에도 뿌려지고 돌위에도 뿌려지고 가시나무 사이에도 뿌려진다. 이 셋의 공통점은 싹은 터도 씨앗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길, 돌, 가시는 씨앗을 위해 자신을 내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들 속에서는 아까운 씨앗이  자라서 열매맺지 못하고 그냥 버려지는 것이다. 싹이 터서 예쁜 모종이 되고 큰 나무가 되어 여름 따가운 햇살을 견디고 소낙비를 견디고 벌레의 공격을 견디고 자신을 닮은 또 다른 씨앗들을 오십배, 백배 맺게 하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그 고귀한 씨앗의 가능성을 아무 의미 없이 버려 버리는 것이다.

 

이 고귀한 생명의 씨앗을 장엄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흙의 희생과 죽음이 필요하다. 흙은 씨앗에게 수분을 공급하여 발아하고 싹이 나와서 뿌리와 줄기를 나오게 한다. 뿌리가 햇빛과 같은 가혹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게 감싸주고 가뭄과 홍수로 부터 뿌리가 마르지 않게하며 줄기가 자라 하늘을 향해 장엄하게 뻣어 하늘을 향해 예배드릴 수 있게 그 뿌리를 지탱시키며 자신이 가진 영양분을 모두 바친다. 흙은 씨앗의 성장과 더불어 자기를 희생하고 점점 죽어간다.  씨앗의 뿌리는 부드러운 흙을 파고들어 흙의 고운 자태를 흩어 놓고 흙이 있던 공간에 자신의 열매를 넣기 위해 그 고마운 흙을 밀어낸다. 씨앗은 흙은 가진 모든 영양분을 흡수하며 성장해 간다.

 

농부가 와서 장엄한 씨앗이 자란 식물을 칭찬하고 열매를 거둔다. 수고한 흙에게 식물의 몸으로 덮어 그 수고를 위로한다. 겨울은 흙을 쉬게하고 눈으로 덮어 잠재운다. 봄, 여름, 가을 수고에대해 휴가를 준다. 잠을 실컷자고 식물의 몸이 미생물에 분해 되어 잃어버린 영양분을 회복한다. 그리고  농부는 망가진 몸을 가진 흙을 위로하며 쟁기질하여 다시 창조 당시의 원형을 회복시켜 준다. 농부는 흙이 흙되게 그에게 복주고 그의 상태를 살피며 그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준다. 흙이 준비 되었을 때 농부는 올해도 흙의 희생을 기대하며 고귀한 씨앗을 심는다. 농부는 씨앗을 귀하게 여기듯 흙도 귀하게 여긴다. 나쁜 사람들이 오염물질을 뿌리지나 않을까 홍수에 쓸려 내려가지 않을까 염려하며 보살핀다.

 

이런 착한 흙에게는 친구들이 많다. 두더지도 있고 새도 있고 각종 미생물과 벌레들 지렁이, 뱀, 개구리 등등 온갖 생물들이 그와 함께 한다. 누구도 배척하지 않는 그의 포용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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